칼럼유일의 중국 비즈니스 오해와 진실

중국의 유통업체가 한국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은?

유일(劉一) 여의주식회사 상임고문 |입력 2016-09-21 03:09
중국의 전통적인 백화점 외부 모습
중국백화점 매장 내부 모습
최근 중국의 백화점 내부. 고급화와 대형화라는 점에서는 한국을 이미 능가한다.
최근 중국에는 세계의 거의 모든 명품들이 모여들고 있다.

‌◆ 중국 유통업체의 갑작스런 초빙, 의외의 임무

1989년 대학을 졸업한 뒤 30여 년간 줄곧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근무해온 우모 씨(52) 는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중국백화점 설립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 시의 신개발지역에 새로 문을 여는 백화점으로 건물은 이미 완공단계였다. 직원도 무려 수천 명을 채용해 곧 영업을 개시할 참이었다.

유통업체에서 여성복과 란제리를 주로 취급해온 우 씨는 자신의 업무가 중국에서도 당연히 ‘상품 구매’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한에 도착해 보니 전혀 예상치 않은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백화점 사장은 우 씨 등에게 ‘친절 교육’ 과 ‘효율적 판매시스템을 위한 인력 재배치’를 부탁했다.

‘친절 교육은 전문 강사가 얼마든지 있는데 왜 그럴까?’ 우 씨는 의아했다. 인력배치 또한 해본 적이 없어 그는 주저했다. 하지만 중국 백화점 사장은 “우선 급하니 당신들이 이 업무를 해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W 씨는 어쩔 수 없이 난생 처음 친절 교육을 시작했다.

◆난생 처음 백화점 친절 교육

친절 교육을 받아본 기억을 되살려 인사하는 법, 고객을 응대하는 법, 고객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 옷매무새를 바로 하는 법, 고객이 없을 때 해야 할 일 등을 차례대로 교육했다. 중국인 종업원들을 교육하면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우 씨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 중국인 종업원들은 하라는 대로 시키는 것은 잘 했지만 정작 자신이 왜 고객에게 친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매우 부족했다. 친절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니 배운 것만 실천할 뿐 스스로 연구해 가르친 것보다 나은 친절 서비스는 나오기 어려웠다.

우한은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등 정치 경제 수도로 불리는 도시와는 격차가 있는 도시다. 하지만 후베이 성의 성도로 인구가 자그마치 1000만 명을 넘는다. 이런 대도시에 들어선 대규모 백화점 직원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문제가 있다는 판단 아래 친절 교육프로그램을 재조정했다. 친절하게 응대하는 법보다 먼저 ‘왜 고객에게 친절해야 하며 친절하면 나와 회사에 무엇이 좋아지는가’를 교육했다.

◆전 직원 면접 통해 희망, 능력 따른 재배치

인력 배치 역시 문제가 적지 않았다. 한국은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인력의 효율적 활용에 주안점을 두게 됐지만 중국은 아직 그런 위기감은 없다. 우 씨는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팀장급 사원부터 시작해 평사원까지 모두 개별 면접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모든 직원의 희망과 특성을 파악했고, 이를 기초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중국 경제의 비약적 팽창으로 이제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중소도시까지 최소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 높은 건물과 길거리를 메우는 차량의 물결은 이제 더 이상 중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생각을 잊게 만든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경쟁력은 디테일에 있다. 멋진 건물을 세울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 건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거둘 것인가에 있다. 엄청나게 많은 종업원의 수를 자랑하기보다는 그 종업원들이 어떤 일을 하여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가를 자랑해야 하는 시대다.

◆“건물을 옮기는 게 더 힘들었소.”

남북한 사이에서도 수량과 규모가 중시되던 때가 있었다. 1970년대 남한은 적십자회담을 위해 서울에 온 북한의 대표단과 서울의 차량 및 건물에 대해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북한대표단은 서울의 수많은 차량을 보고 놀랐지만 “전국의 차량을 모두 서울로 끌어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라고 비꼬았다. 그러자 남한 기자는 “차량은 그냥 동원하면 되는 데 건물을 모두 서울로 옮기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되받아쳤다. 남한의 발전상을 애써 외면하려는 북한대표단에게 남쪽의 언론인이 ‘한 방’ 먹인 셈이다.

◆ ‘유통업체의 친절’, 아직은 중국보다 나은 한국의 경쟁력

유통이든 제조든 시대는 이미 변했다. 매출이 얼마나 많은가, 종업원 수가 얼마나 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능률과 효율을 올리는 경영과 이에 따른 수익이 더 중요한 것이다. 한국기업이 중국기업에 비해 약간이나마 여전히 앞서 있는 분야가 바로 이것이다.

중국 백화점 사장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까지 자주 들러 다양한 백화점을 직접 시찰하고 세밀하게 관찰해온 사람이었다. 그 결과 한국 백화점의 친절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고 거액을 들여 한국에서 전문가를 초빙했던 것.

시장 규모와 매출로 주눅들 필요는 없다. 한국 유통업체의 경쟁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것을 잘 활용하느냐, 못하느냐가 중국에서의 성공을 좌우하는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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