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특별기고

‘한국의 승리(韓國勝)’, 제 이름 어떡하나요?

하종대(河宗大) 동아일보, 논설위원|입력 2017-03-15 03:03
최근 중국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내용이다. 내용인즉 이렇다.

"이른 아침에 파출소에 젊은 총각이 와서 이름을 바꿔달라고 합니다. '한중 관계가 불안해진 이후 어느 친구도 저와 아는 체를 안 해요. 밖에 나가 얻어맞은 적도 있어요.' (얘기를 듣던) 호적담당 경찰관이 그의 신분증을 봤습니다.
(맙소사, 그의 이름은) 韓国胜!(한국의 승리)"(胜은 勝의 중국식 간체 표기)"

진짜 이런 일이 있었을까? 인터넷 검색 결과 중국의 공식 매체엔 어디에도 없다. 찾다보니 '추스(糗事·구사·당혹스럽고 황당한 이야기)백과'에 나온다. 분류 항목 역시 '웃기는 얘기(笑話)대전'이다. 한 마디로 재미 삼아 누군가가 지어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 중국의 분위기는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름을 바꾸고 싶어 할 것 같다. 이름이 '한국승'이라고 해서 얻어맞기까지는 않겠지만 "당신 이름 왜 그래?"하고 핀잔을 받을 가능성은 높다. 

다행히도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 인터넷을 검색하면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14억 중국인 가운데 69명이라고 나온다. 단 정부 공식 통계가 아니어서 신뢰도는 낮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는 중국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9명이라고 통계수치를 올려놨다. 

중국인 가운데 한(韓) 씨는 전국 25대 성씨(姓氏)다. 인구로 치면 1000만 명가량이다. 중국의 10대 성은 '리(李) 왕(王) 장(张) 류(刘) 천(陈) 양(杨) 자오(赵) 황(黄) 저우(周) 우(吴) 순이다. 리 씨는 9530만 명이나 된다. 인구의 1% 이상 차지하는 성은 19개다. 0.1% 이상 성은 133개다. 중국 역사에 사용한 적이 있는 성은 모두 2만3813개다. 현재도 사용하는 성은 4100개쯤 된다. 

'궈성(國勝)'은 요즘 유행하는 이름은 아니다. 중국 건국 초기 유행했다. 당시엔 젠화(建華·중화를 건설하다), 젠궈(建國·중국을 건설하다), 궈성(나라의 승리) 등이 많았다. 요즘엔 '촌스럽다' 하여 거의 없어졌다. 

최근 한국에서는 개명(改名)이 쉬워졌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다. 같은 이름이 많기 때문에 들어봐서 정말 바꿔야 할 이름이 아니라면 바꿔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법원에서 개명을 해주지만 중국은 공안국 호적과에서 해준다. 파출소에 가면 호적 담당 경찰관이 있다. 

이름을 뭘로 바꾸면 좋을까? 중국인 누리꾼은 '한궈성(韩国省·한국성)'으로 바꾸라로 추천해놨다. '한국이여, 반성하라' 이런 뜻이다. '한궈바이(韩国败·한국패·한국의 패배)'로 바꾼다고 하면 공짜로 해줄 것이라는 댓글도 있다. 물론 이것 역시 농담일 것이다. 댓글을 단 한 여성은 "제 남자친구는 성이 한(韓) 씨인데요. 저 벌써 헤어졌어요."라고 써 놨다. 모두 웃자고 하는 소리일 게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나온 다는 것은 중국에서의 반한(反韓) 분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3월 15일은 '중국 소비자의 날'이다. 이 때 중국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가 한중 관계의 미래 방향타가 될 수 있다. 더 이상의 감정적 반응은 다시 회복하는 데 양국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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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qiushibaike.com/article/118694037?ref=oppoweb&from=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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