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일의 중국 비즈니스 오해와 진실

중국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10가지 필수 체크포인트

유일(劉一) 여의주식회사 상임고문 |입력 2016-10-19 05:10
  중국에서의 사업을 꿈꾸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제대로 준비하는 사람은 드물다. 중국을 노다지(No Touch) 또는 일확천금(一攫千金) 시장으로 본다면 크게 잘못 본 것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든, 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든 철저한 준비 없이는 성공은 남의 얘기가 된다. 이제는 충분한 준비를 하고 들어가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 중국이다.

중국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10가지 체크포인트를 소개한다.



중국의 기술 수준은 이제 한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중국시장에서는 더욱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맞다.
1. 당신의 제품은 한국에서도 경쟁력이 있나?

가끔 한국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해 중국을 도피처 삼아 진출하겠다는 기업인을 만난다. 결과는 필패다. 이런 분은 아예 가지 않는 게 좋다.
한국과 중국 간의 기술격차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일부 대기업이나 전문연구집단이 가진 최첨단기술을 제외하면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중국도 한국과 비슷하다. 따라서 한국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하려고 눈독을 들이는데 국내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성공할 수 없다.


통역은 통역일 뿐이다. 통역에게 사업파트너 역할을 주문하면 당신 사업은 이미 절반은 망한 셈이다.
2. 당신은 중국어를 얼마나 할 줄 아나?

유창한 영어를 무기로 중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 사람들은 실제로 중국에 가면 중국기업 측이 제공하는 영어통역을 통해 말을 한다. 또 중국에는 수많은 조선족 젊은이들이 비교적 싼 가격에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말만 해도 충분히 뜻이 전달된다는 착각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식의 거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선 통역을 통한 대화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전달할 수 없어 중국인이 마음을 열기 쉽지 않다. 또 통역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들은 그대로 전달할 수 있지만 전문적인 용어나 상거래 상의 전문용어는 전달하기 어렵다. 제일 좋은 것은 자신이 또는 회사 직원이 직접 중국어를 배워가면서 한걸음씩 접근하는 방법이다. 그것이 힘들어 통역을 써야 한다면 고정 통역을 고용해야 한다. 통역 역시 당신 업무를 익히면서 통역할 때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

3. 수익 없이 최소 3년을 버틸 자금을 확보했나?

한국에서도 창업해 첫 3년을 버티기가 어렵다. ‘마의 3년차 계곡’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이 계곡은 중국에서는 더 심하다. 중국인은 우선 외국인 파트너를 관찰할 것이다. 그리고 믿음을 줄 수 있을 때 거래를 시작한다. 시작 단계에서는 상호 간의 교류만 무성하지 실질적인 거래는 성사시키기 어렵다. 2, 3번 중국을 오간 뒤 큰 일이 성사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4. 당신이 하려는 사업과 관련해 중국의 전시회를 몇 번이나 가 봤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거의 모든 산업분야와 관련한 전시회가 열린다. 우리나라는 전문컨벤션 센터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인천 광주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도 단위에는 경기 경남 등 몇 군데 안 된다. 반면 중국은 전국에 걸쳐 전문컨벤션 센터가 많다. 또 다목적 실내경기장을 개조해 전시회를 여는 곳도 많다.
전시회에 가면 짧은 시간에 많은 사업가와 만남이 가능하다.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과연 중국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올 수 있을지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척도도 제공한다. 또 여태까지 중국의 한 기업만을 상대해 왔다면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게 좋다. 중국에서의 사업 기회나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전시회에서 가능하다.

5. 본격적인 사업 시작에 앞서 중국 측 파트너를 최소 5명 이상 만나봤나?

중국사업을 시작하는 거의 모든 사업자들은 첫 단계에서 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소개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 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해도 이 경우는 한 사람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에도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있으므로 어떤 사람은 말만 앞서고 실질이 없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겉으로는 부정적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는 중국 측 상대방의 성격에도 기인하지만 중간에 있는 통역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최소 5명 이상의 잠재 파트너를 만날 때 비로소 자신의 사업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또 이들 중 누가 나와 가장 잘 맞는 사람인가 판단할 수 있다.  
중국 사업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필요로 한다. 중국을 노다지 황금 시장으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6. 당신은 중국에서 얼마를 벌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서 있나?

대부분의 한국기업인들은 이 계획이 없다. 개별사업과 관련해서 수입목표를 잡는 것은 자신들의 생산 및 영업계획을 명확히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업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한국에서 한달에 100만 원 정도를 벌 능력을 가진 사람은 중국에 가도 150만 원 이상을 벌기 어렵다.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한국에서 월 매출 1억 원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 중국이라고 10억 원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의 능력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으로 사업을 밀어 붙이면 과잉투자의 문제가 생기고 거래상대의 신뢰도 얻기 어렵다.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현실적인 사업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7. 당신의 회사 직원은 중국사업을 지지하나?

우리가 중국과 수교한 것은 1992년 8월이다. 중소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중국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한국의 중국 진출은 일본이나 미국과 비해 역사가 일천하다. 또 갑작스런 중국 진출은 기존 조직의 동요와 조직원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작은 기업이라도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알차게 꾸려오고 있는 시점에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대표이사의 곁에 누군가 와서 중국사업에 관한 ‘바람을 넣고’ 이에 따라 대표이사가 중국사업에 몰두하면 기존의 구성원들은 불안감을 갖는다. 나아가 중국사업이 별다른 성과도 없이 지출만 늘어나면 대놓고 반대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회사 내에 소위 기존 파벌과 중국 파벌이 생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을 자주 불러온다.
자신의 주변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한 사람들과의 대화와 토론, 나아가 꾸준한 설득을 통해 중국사업에 관한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게 급선무다. 중국 진출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성급하게 하려다 보면 자신의 오랜 직원들이 암초로 변할 수 있다.


코트라 등 정부 기관은 중국과 관련한 다양한 제도, 규제, 관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중국에 진출하려면 이를 일별하는 게 급선무다.
8. 중국의 각종 제도나 규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자료라도 읽어봤나?

중국은 외국기업이 활동하는 데는 갖가지 제도적 규제가 많다. 외국기업에겐 산업규제, 무역규제 등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상당수 기업인들이 “이 문제는 내가 처리해줄 테니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중국 측 파트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다. 하지만 그렇게 믿었던 중국 측 파트너가 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거나, 처음부터 해결 능력조차 없었다면 어떡할 것인가?
우선은 어떤 제도나 규제가 있는지부터 직접 알아야 한다. 다행히도 한국의 정부기관은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 지에 대한 자료를 잘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만 좀 뒤져도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쓴 수많은 글들이 있다.
자신이나 자신의 회사 조직원 중 전담할 사람은 중국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최소한 이 정도의 정보는 완전히 습득하고 시작해야 한다.

9. 당신이나 회사 직원 중 중국사업을 전담할 사람이 있는가?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중국시장도 한국인에게 쉽게 자리를 내주지는 않는다. 능력 있는 사람이 열과 성을 다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그런데 그저 취미활동 하듯이 가끔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며 사업을 성공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중국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회사의 조직원 중 한사람이라도 중국사업을 전담하는 인력이 필수적이다. 나이가 이미 든 사람은 경험이 많지만 추진력이 부족하고, 젊은 사람은 추진력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따라서 최소 1인, 적어도 2인의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

10. 당신 주변에 중국사업을 다 도와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이 있나?

이것은 준비해야 할 팁이 아니라 경계해야 할 팁이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접근해 ‘중국과 관련해서는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니 걱정 말고 내 말만 따르면 된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언컨대 당신을 해칠 사람이다. 이는 좋게 보아도 과장이 심한 사람이거나 나쁘게 보면 사기성이 농후한 사람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중국에서 ‘뭐든지 알아서 다 해 줄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누가 이런 말을 해도 잘 속지 않는 사람들이 유독 중국에 대해서만은 속아 넘어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아마도 중국에서는 ‘꽌시(關係)’를 잘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꽌시가 아무리 좋다도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들 수는 없다. 특히 꽌시가 아무리 좋은 사람도 호언장담하는 사람은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다. 다만 그 사람을 발판으로 해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하나하나 쌓는다면 중국에서의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앞에서 열거한 10가지 체크포인트 외에도 중요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가 중국의 오늘이 아닌 미래에 얼마나 각광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예측, 중국의 지역마다 다른 상거래관행에 대한 대비, 중국 현지에서 직원을 뽑을 때 조선족과 한족 사이의 선택 문제 등이다.
중국은 한국과는 달리 단기간 내에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따져야 할 점을 모두 따진 다음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이 글에 적시된 것을 모두 충분히 준비했는데도 중국사업에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필자를 찾아오라고 말하고 싶다. ‘중국의 창’ 독자에 한해 내가 가진 모든 경험과 지식을 동원해 최대한 도울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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