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하이(上海) 중심가에 위치한 유명 슈퍼마켓인 융후이차오스(永輝超市)에 가 보았다. 계산대 근처에서 지켜보니 현금 또는 신용카드보다 휴대전화로 물건 값을 결제하는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특히 20, 30대는 거의 예외 없이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로 물건 값을 지불하고 있었다. 중국소비자들의 인터넷을 통한 상품대금 결제 중 60% 이상이 모바일 전화로 결제되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니 중국에서는 이미 자연스런 모습이다. 하긴 중국을 갈 것도 없이 한국 명동에서도 보는 중국인 관광객 역시 어느새 모바일로 결제하는 게 대세가 됐다. 카드 사용이 많은 우리의 결제방식이 중국보다 뒤처진 느낌마저 준다.
◆중국 소비의 새 견인차, 저두족(低頭族)
학생들과 상하이 지하철을 타자마자 버릇대로 중국인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상하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풍경 역시 우리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길거리를 걸어가든 지하철을 타든 버스를 타든 모두 머리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오죽하면 중국TV에서 스마트폰에 너무 정신 팔리지 말라고 경고성 뉴스보도를 하는 상황까지 되었을까? 앵커우먼이 연인끼리 걸어가면서 각자 스마트폰을 보고 걷다가 여자가 수 미터 아래 공사장으로 떨어져 중상을 입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저두족(低頭族)이여 머리를 들라!’고 호소까지 할 정도다. 띠터우쭈(低頭族·저두족)이란 신조어는 말 그대로 스마트폰에 몰입되어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의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언어이기도 하다.
중국도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자유롭지 않은 시대에 들어섰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인구 6억2000만 명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6억88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20, 30대를 중심으로 무려 6억2000만 명이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모바일인터넷 사용자가 1년 새 6300만 명이나 늘었다. 인터넷이 중국인들에게 깊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통한 구매, 전체 소비물건 10%
소비 역시 인터넷을 빼고는 운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해 중국의 소매판매총액 중 인터넷으로 판매된 상품이 무려 3조20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600조 원에 가까운 액수였다. 10개 상품 중 1개가 인터넷으로 거래된 꼴이다. 불과 4, 5년 전만해도 100개 상품 중 2, 3개만 인터넷으로 거래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해 11월 11일 중국의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단 하루 만에 인터넷으로 판매된 금액이 우리 돈으로 20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중국의 소비자 특히 80년대 이후 태어나 인터넷과 함께 자란 젊은 소비자들의 인터넷쇼핑 열기는 상당히 뜨겁다. 더욱이 이러한 쇼핑의 60% 이상이 모바일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한국이나 중국이나 소비행태에 별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국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은 너나나나 할 것 없이 인터넷쇼핑객들을 잡기 위해 열심이다. 중국에 7,300개의 오프라인 직영점포를 가지고 성공적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이랜드, 387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빠르게 매장을 늘려가고 있는 일본의 유니클로는 물론 백화점, 창고형 유통점들과 대부분의 외국유명 소비브랜드들 역시 인터넷 쇼핑객 유치에 전력을 다 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알리바바나 징동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해있거나, 자신들이 직접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두족 잡지 않고 유통 성공 어려워
중국의 인터넷 쇼핑 열기를 더 뜨겁게 해주고 있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해외직구 바람이다. 외국제품 원품에 대한 중국쇼핑객들의 소비욕구가 발달한 인터넷 결제수단과 함께 해외직구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인터넷 거래의 이런 급성장에는 전자상거래를 촉진하려는 중국정부의 정책도 한몫 하고 있다. 수년전 전자상거래 발전정책을 내놓았던 중국정부는 올해 1월 톈진(天津), 다롄(大連), 칭다오(靑島) 등 12개 도시를 국제전자상거래 시범도시로 지정해 적극적으로 국가 간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은 저두족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 홈페이지 정비부터 시작해서 전자상거래 플랫폼 입주, 나아가 자체 쇼핑몰의 운영 등과 함께 오프라인 물류유통망의 확보와 애프터서비스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이미 일부 기업이 시도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시범지역의 중국기업들과의 협력추진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