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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속의 진짜 도시, 소비자가 그곳에…

곽복선(郭福墠)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6-08-23 09:08
칭다오 도심

“아! 이제 이해가 됩니다. 자기네 인구가 700만 명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시내를 돌아봐도 200만 명이나 되면 잘 될 것 같아서 이상했었거든요.”

중국의 도시화와 관련 강의를 끝내자마자 한 기업사장이 한 말이다. 출장차 갔던 중국의 도시규모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지방정부가 설명하는 도시인구 숫자는 엄청난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한 마디로 중국의 도시구조가 우리와 달라 우리기업들이 가끔 오해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도시는 행정상 세 등급으로 나누어진다. 등급별로 보면 우리나라의 광역지자체로 볼 수 있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충칭(重慶) 등 4대 직할시와 급이 하나 아래로 기초지자체 급인 지급 시 288개가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와 비슷한데 중국에는 우리와 달리 361개의 현급 시가 또 있다. 직할 시-지급 시-현급 시 세 형태의 도시가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구분상 성회, 계획단열시, 부성급 도시들이 있지만, 이러한 구분은 행정과 재정의 권한과 관련이 있는 구분이며 마케팅관점에서 보면 직할 시-지급 시-현급 시의 구분을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청도를 예로 들어 도시 사이의 차이를 구분해 보자. 칭다오(靑島) 시는 산둥(山東) 성 산하의 지급 시로 그 안에 자오저우(膠州) 시, 자오난(膠南) 시 같은 도시들이 분포해 있다. 가끔 이들 도시에 진출한 기업가들을 만나보면 자신들이 있는 곳과 칭다오 시가 다른 도시인줄 아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하긴 칭다오 시내와 거리가 1시간 이상 떨어져있다 보니 무리가 아니다. 자오저우 시, 자오난 시 등은 지급 시인 칭다오의 관할을 받는 칭다오 시 산하의 현급 시들 이다. 쉽게 말해 칭다오 시장과 자오난 시장은 한 쪽은 지급 시 시장이며 한 쪽은 현급 시 시장으로 격이 다르며, 비교하자면 서울시의 시장과 구청장과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도시들은 직할 시-지급 시-현급 시 할 것 없이 모두 중심부의 도시지역과 훨씬 넓은 지역의 농촌 또는 읍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광역시스템과 비슷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도시속의 진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중심부 지역과 주변의 훨씬 넓은 농촌 또는 읍 지역 사이의 소득 격차는 약 3:1에 달하고 있다. 도시의 소비시장이 중고급 제품의 소비가 가능한 지역과 저가제품 위주의 소비지역으로 이중 구조로 되어있다는 이야기이다.


충칭 도심
서부지역의 직할도시인 충칭을 살펴보자. 중국의 최대도시인 충칭의 인구는 호적기준 약 3,100만 명이다.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숫자이지만 충칭의 면적이 우리나라의 80%가 넘는 8.3만 평방킬로미터라는 것을 알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충징의 도심지역 즉 도시속의 진짜도시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은 서울의 1/2정도의 면적으로 인구는 5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으며 나머지 인구는 광범위한 면적인 읍이나 농촌지역에 분포되어있다. 일인당 GDP를 보면 중심지역은 1~2만 달러에 이르고 있지만, 시골지역은 3,000~5,000 달러, 읍 지역 또는 도시로 변화되고 있는 지역은 6,000~9,000 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도심지역과 주변 지역과의 소득격차는 2:1, 중심과 농촌지역 사이의 소득격차는 무려 5:1 이상이다.

충칭 시 외곽 모습. 같은 충칭 시지만 농촌은 우리 과거 60, 70년대 농촌과 여전히 비슷한 모습니다.
충칭 시보다는 작지만 서울의 12배가 넘는 면적에 인구 1,300만 명에 달하는 광둥(廣東) 성의 성도인 광저우(廣州) 시 역시 중심지역은 미국과 비슷한 일인당 5만 달러의 GDP를 w자랑한다. 하지만 교외의 미발전 지역은 1만 달러 정도에 그쳐 소득격차는 5배에 이른다.

중국의 모든 지급 시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의 몇 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상당히 넓은 행정면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도시속의 진짜도시인 시중심지역과 주변 농촌 또는 읍 지역 사이에 현격한 소득격차를 보이는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간단히 보자면 소비시장이 양분되어 있는 것이다. 한 도시 내에 한국소비제품의 판매가 충분히 가능한 중고급 제품 시장과 시장 진입이 어려운 저가제품 시장이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 우리기업이 중국 내 특정 시장을 목표로 할 때 기본이 되는 지역은 지급 시라고 할 수 있다. 288개 지급 시 중에서 일인 당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선 지역은 지난해 100여 개에 달하고 있다. 도시의 이중 소득구조를 고려하면 도시 중심지역의 일인 당GDP는 이미 2만 달러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에 우리의 중고급제품을 이들 도시에 파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지난해 중국의 소비시장 규모가 4조8000억 달러였는데, 이중 도시지역 판매액이 86%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이고 보면 우리기업의 중국시장 진입 목표는 당연히 도시가 되어야한다. 도시 중에서도 일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서는 100여 개 지급 시를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도시 속의 진짜도시, 그곳에 중국소비자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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