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후 중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은 중궈멍(中國夢·중국의 꿈)과 일대일로(一帶一路)다. 중국이 세계를 제패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를 실현하는 동전의 양면’도 바로 中國夢과 一帶一路다.
◆ 시진핑 집권 이념 중궈멍(中國夢), 국가전략 일대일로(一帶一路)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궈멍은 2012년 11월 29일 시 주석이 중국국가박물관에서 열린 ‘부흥의 길’을 전람회에서 처음 언급했다. 시 총서기기 제기한 구호 ‘중궈멍’은 시 주석 집권 시기의 중요 집권 이념이자 지도사상이다. 시 주석의 모든 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중궈멍’의 실현인 셈이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즉 일대(一帶)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 즉 일로(一路)를 합친 말로 한 마디로 육·해상 실크로드의 재(再)연결을 의미한다. 일대일로의 공식 명칭은 ‘비단길경제벨트’와 ‘21세기해상비단길’로 시 주석 집권 시기의 ‘국가급 최고 전략’이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2013년 9~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둘 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세계를 주름잡으며 호령했던, 화려한 시기의 부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세계패권의 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중궈멍’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실현’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고, 일대일로는 중국과 나머지 세계의 연결통로 복원(復元)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 中國夢 - 사회주의 중국 건국 100주년 되는 2049년까지 선진국 실현
중궈멍과 일대일로의 목표 실현 시기는 사회주의 중국 즉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지 100년이 되는 2049년이다.
중궈멍의 실현은 2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첫 단계는 ‘소강(小康)사회의 전면적 실현’으로 적어도 중국 대부분의 지역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의 중등국가를 실현하는 시기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창건된 1921년의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다. 현재 중국은 대도시는 대부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전국 평균은 약 8000달러이고 대부분의 지방 성(省)은 그보다 낮다. 두 번째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현재의 미국처럼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안팎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단계를 말한다.
◆ 一帶一路 - 전 세계 60개국을 중국 중심으로 묶는 신 실크로드 복원
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를 복원하는 일대일로는 완성되면 세계 60여 국가가 중국을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으로 묶인다. 이를 위해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항구 등 대규모 인프라가 건설되며 2049년 완성 때까지 건설규모는 무려 1조400억 위안(한화 약 175조8328억 원)에 이른다. 현재 진행되는 공사, 프로그램만 무려 3000여 개에 이른다. 중국은 이를 위해 약 400억 달러의 신(新)실크로드 펀드를 조성했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의 5대 연결로 정책 소통, 시설 연통, 무역 창통, 자금 융통, 민심 상통을 강조하고 있다.
◆ 부(富)를 쌓으려면 길을 닦아라.
중국인들은 부를 쌓으려면 먼저 길을 닦아야 한다(要致富,先修路)라고 말을 한다. 길을 만들면 사람이 지나가고(人流), 사람이 지나가면 물건이 지나가고(物流), 물건이 지나가면 돈이 따라오기 때문이다.(錢流).
중국에서 실크로드가 처음 열린 것은 전한(前漢·BC 206-AD 25)시대다. 한나라 무제의 명에 따라 장건(張騫)이 서역을 개척한 이래 중국의 역대 왕조는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와 빈번히 교류하였다. 실크로드는 이처럼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동서 문화 교류라는 측면에서도 역사적 의의가 컸다. 비단길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당(唐·618-907)나라 시대로 현재의 파키스탄과 중국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자치구와의 포장도로가 지금도 일부 남아 있다. 즉 실크로드는 중국 역사상 가장 빛나고 강했던 시기에 만들어지고 활발했던 것이다. 중국이 실크로드의 복원을 주창하는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 一帶一路를 추진하는 중국의 의도
일대일로 추진 의도와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먼저 이는 종합적인 대외전략 구상의 일부로서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전략적 공간의 확대를 도모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또 중미 간 전략 경쟁 구도 하에서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와 재균형 전략에 대응한 국가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추진에 대한 아세안 국가의 지지, 해양 영유권 문제로 동남아 국가와 갈등이 빈번한 상황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국내 차원에서는 일대일로 구상이 시 주석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당면한 균형 발전, 변경지역 안정을 도모하고 에너지 안보, 산업 구조조정, 생산력 과잉 해소,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돌파구 마련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 한국,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이 먼저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이 제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라시아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통해 한국의 대외 무역을 확대하고 경제 활로를 뚫는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지향하는 방향이 일치한다.
실제로 한국은 일대일로 구상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 한중자유무역협정 발효와 함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으로 ‘한중 관계는 역사상 최고’라 일컬어질 정도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올해 북한의 핵실험 강행과 이어진 국제 사회의 제재 특히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는 크게 냉각됐다.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 중국의 ‘일대일로’ 일맥상통, 협력 공간 많아
한국은 북핵 해결은 물론 경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필요하다. 중국 역시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미일의 압박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한국을 필요로 한다. 중국이 서부 진출 전략을 강조한다고 해서 중국 동쪽에 위치한 한반도 지역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서부의 진출을 위해서는 동부의 안정이 필요하다. ‘동온서진(東穩西進)’ 전략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수많은 도전을 극복하면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중미 간 전략적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택의 순간에 처하겠지만 확실한 출발점은 ‘한국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
한중관계는 항상 명암이 교차한다. 어느 한쪽만 보고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크게 멀리 보며 ‘한중 협력의 문’은 언제든지 크게 열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