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석동연의 중국과 통하는 이야기

기로에 선 한중관계 : 사드갈등 해소를 위한 제언

석동연(石東演) 원광대학교 한중정치외교연구소 소장 |입력 2016-08-23 17:08
2014년 7월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 한중 정상회담
    
  한중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새해 벽두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제재,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에 이어 7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이 크게 고조되어 있으며 한중관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사드 배치 발표이후 한국 정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한중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한중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내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올 8월 24일은 1992년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날로부터 만 24년이 되는 시점이다. 지난 24년간의 한중관계를 되돌아 본 후 사드갈등 해소에 대해 약간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 수교 이래 한중관계 평가

지난 1992년 수교한 이래 24년간 한중관계는 놀라울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경제. 통상, 정치외교, 사회문화, 인적교류 등 제 분야에서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가 있었으며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수교당시 연간 교역액은 63억 달러에서 지난해 2274억 달러로, 인적교류는 13만 명에서 1043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 수입, 교역대상국이며 중국에 있어 한국은 제3위의 교역대상국이며 수입대상국 1위이다.

이렇게 양국관계가 발전한 데에는 경제적 상호보완성, 지리적 인접성, 역사.문화적 동질성이 있었기 때문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공동인식이 크게 작용하였다. 특히 지난 해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23년간의 한중관계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성과를 쌓은 한해였다. 3월에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 가입을 하였고 9월에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행사 참석으로 정점에 이르렀으며 12월에 한중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을 비준하여 대미를 장식하였다. 비록 사드배치 발표 이후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지만 한중관계가 정상화되면 대중외교 성과가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 현 동북아 안보지형

지난 30여 년간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G2로 부상한 중국은 강대국의 길을 가고 있으며 이에 대해 미국은 아시아재균형정책 하에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요충지인 한반도에서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중국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통해 미.일 주도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편입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한국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사드는 단순히 새로운 무기체계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외교, 군사, 경제적 측면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문제이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문제이면서 특히 미국과 중국간의 첨예한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불신이다.

이런 미중 간의 갈등 구조 하에서 우리가 너무 앞서나가 압박을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 2년 가까이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된 것도 없다‘는 3불 정책을 강조하더니 갑자기 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배치 지역을 발표하여 국내외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관계당사국 및 국내 반대세력들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인식의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

◆ 중국 관영매체에 대한 대응

우선 한국에 대한 압박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관영매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는 반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선전기관인 관영매체의 보도에 특히 청와대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 관영매체 보도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다시 중국 관영매체에 사드 압박의 빌미를 제공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 G20 정상회담 계기 한중정상회담 추진해야

9월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신뢰가 대중외교의 자산이며, 이제껏 다자회의 계기에 예외없이 한중정상회담을 개최해 외교성과를 축적해 왔음을 감안, 사드 갈등 해소를 위해 한중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 발표 이전까지 쌓아올린 대중외교성과는 중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으며 우리 기업의 진출에도 큰 힘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전승절 열병식 참석 직후에 박근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졌다.

현재 사드 배치를 둘러싼 입장 차이로 정상회담 거론 자체가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이번에 한중정상회담 없이 지나간다면 한중관계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그것은 결국 자기부정으로 귀착된다.

◆ 특사 파견도 고려해볼 만

문제는 정상회담 자체 성사보다 사드 관련 협의가 성과를 낼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G 20정상회의까지의 시간이 촉박한 점을 고려, 특사를 파견하여 정상회담 성과를 거양할 수 있는 돌파구 마련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사가 제시할 수 있는 협상안 마련을 위해 미국측과도 긴밀히 협의, 미중간 신뢰제고 방안을 집중 협의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신뢰제고 방안 (조건부 사드 배치 방안 포함)을 제시할 수 있다면 일정한 성과를 거양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특사로는 국가안보실장을 파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3. 6월 양국정상회담에서 한중간 전략대화에 합의한 바가 있으므로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간 전략대화 채널을 가동해야한다. 특사 자격으로 파견하는 것 자체가 사드갈등 해소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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