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석동연의 중국과 통하는 이야기

한중 정상회담 어떻게 해야 하나?

석동연(石東演) 원광대학교 한중정치외교연구소 소장 |입력 2016-09-03 02:09
[G20 회의 긴급 특별기고]

‌◆시진핑 주석, 사드 관련 어떤 태도 보일까?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한민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회담을 갖기로 함에 따라 시 주석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올해 7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중관계가 위기 상황까지 치달았기 때문이다.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다. 한중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G20 정상회의에 한국 미국 및 러시아 수뇌와만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도 중국이 한국을 얼마나 중시하는 지를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과 외교안보라인은 이 회담이 한중 관계 회복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비장한 각오로 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북한 SLBM 발사 규탄 등 中 자세 변화

한중정상회담 개최 합의에서도 볼 수 있지만 중국의 기류에 변화가 없지 않다. 그간 중국은 사드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해 왔지만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하는데 찬성했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주변 4강 정상과의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힘겨운 외교를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은 최고의 외교관(Top diplomat)으로서 백척간두에 처해있는 나라의 앞길을 열어야 한다. 이번 순방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 및 러시아의 반발을 완화시키는 것이 최대의 과제다.

◆중국과 소통과 전략대화 유지만으로도 절반의 성공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큰 틀에서의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하며 소통과 전략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절반의 성공이며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 측의 반발을 완화할 수 있다면 성공중의 성공이다.
사드 배치문제에 대해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를 갖기 보다는 상황 악화를 막고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기회가 된다면 전화위복은 아닐지라도 의미 있는 정상회담으로 평가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31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옴니쇼어햄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시진핑,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뭐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둬야 할까? 크게 다음의 4가지다.

먼저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신뢰회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양 정상은 2013년 초 집권 이래 7번의 정상회담을 갖고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으며 이러한 신뢰관계는 한중관계 발전의 소중한 외교적 자산이었다. 이렇게 쌓아온 신뢰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심각한 고민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쌓아온 신뢰를 소중히 하고 그 신뢰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이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에 비견할만한 강력한 리더쉽을 행사하고 있으며 사실상 단일지도체제를 구축하였다. 2023년 초까지 G2로 부상한 중국을 이끌 지도자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통치국가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나날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 하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고 통일한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크게 갖고 있는 중국최고지도자와의 신뢰관계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시 주석이 취임 후 박 대통령과 갖는 8번째 정상회담이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권좌를 물려받은 김정은과는 정상회담을 단 한번도 하지 않고 있으며 김정은은 아직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관계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핵/미사일 개발에 혈안이 되어있는 북한이 두통거리다. 중국이 그런 북한을 감싸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중국도 잘 알고 있다.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고 북한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가치 때문에 내치지 못하고 있다. 미중 양국의 동아시아에서 전략적 경쟁 구도가 점차 구조화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 아래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커지고 있다.

둘째, 한중관계를 북핵문제를 넘어서 남북한통일까지 고려한 장기적 전략과 비전을 가지고 다루어나가야 한다. 한국주도의 통일 가능성도 선택지로서 고려하고 있는 중국이 통일한국과의 우호협력관계를 설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할 때 통일한국의 미국과의 관계, 주한미군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남북한 통일이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라는 한국의 입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통일한국의 모습에 대한 중국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지난해 9월 열병식 참석 계기에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통일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그 당시 협의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협의 내용을 복기하며 대화를 풀어나가기 바란다. 비핵화된 통일한국이 중국의 이해에 부합될것이며 비핵화된 한반도는 사드가 불필요하다고 강조하기 바란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수교 이래 적지 않은 도전을 겪었으며 그러한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중관계는 보다 성숙할 수 있었다. 발등의 불인 사드배치 문제도 한중 양국 정부가 지혜를 모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중국 측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신감을 가지고 담대하게 정상회담에 임하기 바란다.

2013년 6월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사진공동취재단

‌셋째, 한중 간 고위전략 대화체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이 체제가 가동할 수 있도록 중국 최고지도자와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중고위전략대화체제를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 간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빈번한 정상회담과 회동(전화통화 포함)으로 대화를 해 왔다. 이러한 접촉을 제도화하여 최고위전략대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2013년 6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국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전략대화체제 등 다양한 전략대화 체제수립에 합의하였다. 정상간의 대화가 활발한 데 비하여 국가안보실장/외교담당국무위원간 전략대화는 한두 번에 머물고 있다. 베이징과 서울 외교채널에서의 접촉과 소통도 그다지 원활치 않다고 한다.

한중 간 의미 있는 전략대화가 그간 이루어졌다면 사드배치문제가 이렇게 까지 한중관계의 기초부터 흔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한중간 전략대화체제가 실질적으로 가동되도록 금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 합의와 실천의지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넷째,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한중 양국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해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는 입장임을 중국 측에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은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변경시켰음을 지적해야 한다. 또 사드배치문제는 한국의 안보문제임과 동시에 미중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에 미중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게 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정상외교가 서로 맞물려 외교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미간의 역할 분담 등 긴밀한 사전 사후 협조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