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석동연의 중국과 통하는 이야기

유커, 국경절 연휴 한국 러시…쇼핑가는 중국인 세상

석동연(石東演) 원광대학교 한중정치외교연구소 소장 |입력 2016-10-05 02:10
지난해 중국 국경절에 한국을 찾은 유커들의 모습. 동아일보DB
국경절을 맞은 중국에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다. 중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약 600만 명으로 예상되는 국경절(10월 1~7일) 해외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한국으로 오는 사람은 약 25만 명. 연휴기간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 여행객의 4%로 지난해보다 약 4만 명이 늘었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중(韓中)관계가 냉각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지만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 유커(遊客), 국경절(1~7일) 한국서 6500억 원 펑펑

이들의 예상 소비금액은 약 6500억 원.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에게는 ‘가뭄에 단비’다. 중국관광연구원은 이번 국경절 기간 약 600만 명이 해외관광에 나서고 이들이 사용하는 여행 경비만 6~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요즘 쇼핑가를 보면 서울 명동 동대문, 남대문 시장은 물론 백화점 쇼핑몰 등 중국인이 안방을 차지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중국 국경절 연휴에 맞춰 유통업체들의 ‘고객 잡기’도 경쟁이 뜨겁다. 롯데면세점은 30% 할인을 실시하고 신라면세점은 700달러 이상 구매 중국인 고객에게 100% 당첨 카드를 증정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빅뱅 10주년 전시회 입장권과 소년24 관람권 등 한류 콘텐트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 해외여행 최다 국가는 중국

2014년 1억700만 명으로 처음으로 해외여행객이 1억 명을 돌파한 중국은 지난해 1억1700만 명으로 전년보다 9.7% 증가했다. 세계관광기구(WTO)는 2020년 해외여행을 하는 중국인이 2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이 해외에서는 쓰는 돈은 무려 4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43조 원에 이른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인이 많이 찾는 국가 또는 지역은 홍콩 35.9%, 마카오 16%, 태국 6.2%, 한국 4.7%, 일본 3.9%, 대만 3.3%, 싱가포르 1.6%다. 중국인 홍콩, 마카오도 특별행정구역이라 해외여행에 넣는다. 최근 홍콩의 반(反)중국 시위와 마카오 카지노 시장의 침체로 홍콩과 마카오를 방문하는 중국인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반면 한국 일본 태국을 방문하는 비중이 8%에서 15%포인트까지 크게 늘었다. 시진핑(習近平) 집권 기간, 중국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한국 올 들어 최고 선호하는 해외여행 국가로

중국 경제지 매일경제신문이 4일 발표한 '2016년 국경절 여행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유커가 가장 가고 싶은 나라는 한국이다. 다음으로 태국, 일본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쇼핑, 한류마니아, 건강체험 등 특색 있는 여행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고 항공편 이동과 비자 발급이 편리한 점이 한국이 유커를 흡인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역시 최근 중국과 정치·외교적으로 껄끄러운 관계에도 불구하고 선호도가 3위라는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2012년 일본이 중국의 반대에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자 중국 베이징에서 항일 시위가 일어났다. 동아일보DB
◆ 해외여행객 폭발 시대 진입, 2014년 1억 명이 2020년 2억 명으로

신중국 성립한 1949년부터 개혁개방정책이 채택된 1978년까지 30년간 해외를 방문한 중국인은 약 20만 명. 연 7000명도 채 안 되는 숫자다. 하지만 2014년 해외여행객 1억 명을 돌파한 데 이어 매년 1000만~2000만 명씩 해외여행객이 늘고 있다. 바야흐로 중국의 해외여행객 폭발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최근 8000달러가 넘는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 가까워지면서 해외 여행수요가 급속하게 늘었다. 1인당 소득이 8000달러가 넘어서면 해외여행수요가 급속하게 확대된다. 중국의 여행 산업은 앞으로 매년 15%의 성장이 예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국경절 방한(訪韓) 유커, 5년 새 4배로 급증

국경절 기간 한국에 온 중국인 관광객도 최근 6년간 4배로 늘었다. 2010년 5만7000명이었던 국경절 유커는 올해 25만 명(예상수치)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중 10%에 불과하던 중국인 비중은 이후 매년 확대돼 올해 45%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을 방문한 2명의 외국인 중 한 명이 중국인인 셈이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으로 2014년보다 2.3% 감소했지만 올해는 8월말까지 지난해 전체의 94%선인 561만 명이 방문했다. 유커는 씀씀이가 크다. 1인당 평균 소비액이 2319달러로 일본인 관광객의 3배 정도다.
이번 국경절 연휴 기간 중 우리 관광.유통업계는 유커를 대상으로 다양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9월 30일부터 10월 7일까지를 환대주간으로 지정했다. 주요 관광지 8개 곳에 환대센터를 설치하여 공연, 이벤트,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한류스타들이 관광객을 환영한다는 배너를 서울시 여러 곳에 내걸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환대센터에서는 환대 요원이 상시 배치되어 여행 정보 및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환대주간동안 서울 시내 여러 곳에서 국내외 예술가들의 거리공연을 즐길 수 있는 서울거리예술축제(9월28일~10월2일)를 비롯한 각종 축제가 열리고 있다.

◆ 한일, 유커 유치전 치열

중국인 해외관광객 유치를 놓고 한일의 경쟁이 뜨겁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전까지 유커 2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며 비자발급을 과감하게 완화했다. 도쿄 도심에 한국처럼 면세점도 열었다. 일본인 특유의 섬세하고 친절한 접대도 일본의 강점이다. 일본 재(再)방문율이 한국보다 훨씬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외교적으로 갈등이 계속되기 때문에 관광분야에서도 악영향을 받기 쉽다. 2010년엔 센카쿠(첨각(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싸고 중일 양국이 크게 충돌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나아가 일본으로의 관광이 대규모 취소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당시 일본으로 갈 예정이던 건강식품 판매회사인 바오젠(寶健) 우수판매사원 1만1000명이 8개 팀으로 일본 방문을 취소하고 제주도를 방문했다. 제주도는 바오젠 회사 이름을 길 이름으로 채택해 중국인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지난해 초 일본 도쿄 긴자에 있는 면세점 ‘라옥스’에 중국인 관광객이 줄지어 드나들고 있는 모습.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전까지 유커 2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며 비자발급 절차를 완화하고 도심에 면세점을 열었다. 동아일보DB

◆ 한류(韓流), 유커 유치의 견인차

한국이 뜨는 두 번째 이유는 한류다. 중국인 2억 명 이상이 시청한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 전지현이 극중에서 ‘눈 오는 날엔 치맥이 딱인데’라는 한마디 대사가 중국인들을 사로잡았다. 중국 광저우(廣州)의 건강보조식품 업체인 아오란(傲澜)이 포상휴가 차원에서 4500명이 한국을 방문, 올 6월 인천에서 치맥파티를 했다. 수천 명의 중국인 여행객이 한자리에 모여 치맥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기네스 북에 오를 만한 진풍경이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역시 유커 유치에 한몫 하고 있다.

◆ 유커는 공공외교의 좋은 대상

중국은 현재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점차 바뀌는 추세다. 해외관광 초기 단체관광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개별관광객의 비중이 60.6%로 바뀌었다. 한국 길거리에서 중국어를 듣는 것은 이제 다반사(茶飯事)다. 안내 없이 개별적으로 여행하다 보면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이런 이들에게 한국인 특유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면 한국을 다시 오고 싶은 나라로 꼽게 될 것이다.
외교관들이 외교를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모든 국민이 외국인을 상대로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를 하는 시대다. 국민 모두가 외교관이라는 것은 결코 헛말이 아니다. 길을 물었을 때나 물건을 팔 때,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면 그것이 바로 훌륭한 외교다.

◆ 유커, 한국 안보에도 기여?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195만 명. 이중 중국인은 약 95만 명이다. 단기 여행객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 가까이 될 것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인 숫자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만약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2만8000명의 주한미군 중 상당수가 희생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북한은 뼈아프게 치르게 될 것이다. 또 한국에 체류하는 대략 100만 명의 중국인도 엄청난 피해를 피할 길이 없다. 미국이 1945년 원자탄을 일본에 투하했을 때 2만 명으로 추산되는 한국인도 함께 희생된 것과 같은 이치다.
김정은이 핵무기로 남쪽을 공격한다면 공격이 가져올 후과(後果.부정적 결과)를 반드시 생각하길 바란다. 5000만 명의 한민족 동포뿐 아니라 한국에 체류하는 미중 양국 국민도 함께 희생된다. 북한은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자국민의 안전을 염려하는 미중 양 강대국의 우려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 특히 미중 양국 국민이 한국에 많이 체류할수록 안보에도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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