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석동연의 중국과 통하는 이야기

국민 한분 한분이 모두 외교관입니다

석동연(石東演) 원광대학교 한중정치외교연구소 소장 |입력 2016-08-29 17:08
체조 남북자매 ‘경기장 단짝’ 한국 여자 기계체조 대표 이은주(오른쪽)가 북한 대표 홍은정과 7일 경기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뉴스1
◆ 올림픽 남북한 선수 다정한 셀카 … "위대한 몸짓" 극찬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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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올림픽에서 남북한 여자체조선수의 다정한 ‘셀카 사진’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올림픽에서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사진 중 첫번째로 남북한 체조 선수 셀카 사진을 선정하였다. "한반도는 공식적으로 휴전상태이지만 이 사진은 남북한 사이의 작은 평화를 만들어냈다"고 의미를 부여하였으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를 '위대한 몸짓(Great gesture)'으로 치켜세웠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한 이 사진이야말로 우리가 왜 올림픽을 하는 지를 보여준다”고 올렸다. CNN, BBC, ESPN, AP 등 매체들은 남북한 간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자매처럼 친근한 선수들의 모습을 부각하여 보도하였다.

한국 남자축구 팀은 온두라스의 ‘침대축구’에 고배를 마셨다. 온두라스 축구 선수가 시간을 끌기 위해 그라운드에 오래 누워있는 모습은 이 나라 국가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이것이 바로 공공외교의 현장이다.
'남·북 체조요정'의 다정한 셀카.한국 국가대표 이은주(17)와 북한 대표 홍은정(27)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 정부 간 외교보다 공공외교 더 중요

‌이달 초에 공공외교법이 발효됐다. 국민과 함께 하는 공공외교, 세계가 신뢰하는 매력 한국을 캐치프레이즈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 확산, 우리 정책에 대한 지지 확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국가 이미지 확산’을 목표로 한 공공외교 추진 체계가 확립됐다.

이렇게 공공외교가 외교의 중요한 영역이 된 것은 21세기에 외교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먼저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민의 의사 반영이 중요하게 되었다. 둘째 통신수단의 혁명적 변화를 들 수 있다. SNS 등 소통수단이 널리 통용되면서 소통이 중요하게 되었다. 셋째 세계화 추세를 들 수 있다.

공공외교법에서는 공공외교를 ‘국가가 직접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과 협력하여 문화 지식 정책 등을 통해 대한민국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외교활동의 주체를 민간으로 확대하여 외교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 공공외교의 출발점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 중심의 외교를 상정해 놓고 있는 셈이다.

◆ 국민 한명 한명이 모두 외교관

‌이제 해외에서 근무하는 직업외교관이 외교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민 한명 한명이 모두 외교관이다. 외국에 나가야 외교를 하는 것이 아니다. 외교는 집안에서 시작된다.(Diplomacy begins at home).

공공외교의 대상은 우리 곁에 와있는 외국인들이다. 올 들어 7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980만 명이나 된다. 길을 묻는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것은 '마음을 사로잡는 (To win the hearts and minds of people)' 훌륭한 외교활동이다.

최근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중관계가 냉각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7월 8일 발표 이후 8월 10일까지 5주간 102만8000명이 한국을 찾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이는 발표 전 5주간 88만 7000명보다 15.9% 증가한 수치다.
외교부는 기존의 정부 간 소통이 아닌 문화 예술 홍보 등 다양한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외국 대중에게 직접 다가가 긍정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공공외교의 지향점이라고 설명한다.
◆ 토론 발언, 누리꾼 댓글 하나하나가 모두 외교 행위

‌중국의 반발로 긴장된 지난달 모 전 국회의원이 방송에 출연하여 사드 배치 관련 토론을 하다 중국인을 심하게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누리꾼들의 격한 비난이 빗발쳤다. 한국 상품 불매운동을 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사자가 사과를 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한국에 체류하는 190만 명의 외국인 가운데 95만 명이 중국인이다. 5만 명이 넘는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이 지난해 598만 명에 이른다. 이렇게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은 한국에서 보고 겪은 경험을 평생 얘기하게 돼있다. 국내에서 만나는 중국인 한명 한명을 우리의 평생 홍보대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필자가 주 홍콩 총영사로 근무하던 2009년 일이다. 한국 프로골프 양용은 선수가 미국 메이저 대회의 하나인 PGA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홍콩의 유력 영자신문 South China Morning Post에서 '아시아와 위대함을 열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승리(A win for Asia and for all who aspire to greatness)' 제하로 사설을 게재하였다. 직업외교관 수십 명이 할 수 없는 일을 양용은 선수 한 명이 하여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높였다. 홍콩 기업인들로부터 골프초청을 받은 것은 덤이었다.

◆ 공공외교 예산 일본의 40분의 1, 이래서야

‌우리 국가이미지를 높이면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도 높아지게 된다. 우리 경제에 직결되어 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공공외교 예산을 크게 확보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영국은 10억 달러, 독일 프랑스는 8억 달러, 일본은 4억 달러인데 우리는 1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예산 당국의 공공외교에 대한 인식이 낮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외교법 발효를 계기로 다양한 공공외교 과제를 정부와 민간 간의 협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추진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욱 높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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