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문일현의 북경통신

트럼프-시진핑의 4대 전투…한반도 운명은?

문일현(文日鉉) 중국정법대 교수|입력 2016-11-22 22:1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주석이 벌이는 신경전이 날카롭다. 중국 내에선 취임도 않은 트럼프 당선자가 의도적으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트럼프 당선자가 양국 간 의전 관행을 무시하고 도전적 언사를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중국의 ‘군기’를 잡으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

‌◆ 시진핑 군기(軍紀) 잡는 트럼프


#사례 1
중국의 국가주석이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전을 보내면 미 대통령 당선자가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시하는 게 그 간의 관례다. 이번엔 달랐다. 트럼프 당선자는 당선 직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물론 한국, 러시아, 일본 등 20여 개국 정상들과 통화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는 5일이 지난 후에야 가까스로 통화가 성사됐다. 8년 전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간 통화 시점(3일)과 비교해도 이틀이나 늦다. 눈에 띠는 ‘늑장 통화’라고 중국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당선자가 외교적 사안에 대해 세계 지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경청했다”면서도 “시 주석은 예외”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당선 직후 주요 각국 정상들과 통화했지만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은 예외였다고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 #사례 2
위안화 환율 공방은 실전을 방불케 한다. 대선 기간 내내 중국 위안화의 환율조작을 공격해온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이후 더 살벌해졌다. 그는 취임 첫날(내년 1월 20일) 중국환율조작 조사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100일 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말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중국도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실제로 위안화는 약세 기조를 유지하려는 중국정부의 방침에 힘입어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가치가 8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미중 두 나라가 화폐전쟁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 정도다.

오바마 미 대통령(오른쪽)과 트럼프 당선자가 백악관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중국 정부, 여전히 트럼프 당선자에게 기대와 우려 동시 교차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기대는 역대 미 대통령 후보 중 중국에 가장 비우호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피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또 ‘미국이익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당선자가 국제적 사안보다는 국내 문제에, 아시아태평양지역 보다는 IS(이슬람국가)퇴치를 위한 중동지역에 집중할 것이란 희망이다.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내세우며 중국 견제에 집중한 오바마 행정부와는 결이 다를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 정무 경험이 전무한 사업가 출신이라는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상인의 협상’을 기대하는 것이다.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이는 “국익 앞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던 마찬가지”라는 중국의 경험칙에 근거한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전문가 집단들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제품에 45%라는 징벌성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보호무역주의에 특히 긴장하고 있다. 극단적 선거공약이 정책으로 집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무역, 금융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중국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 따라서 취임 직후부터 중국을 강하게 몰아붙이려 하지 않을까 경계한다.
미국의 군사력 강화도 걱정이다. 트럼프 공약처럼 미군을 강화한다면 그 대상은 태평양 지역이다. 미 해군이 빠른 속도로 강해지면 중국이 느끼는 위협과 압박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성격이 예기치 못한 시점에,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표현될 수 있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자가 두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중국에선 향후 중미 관계가 이전보다 복잡하고 도전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은 쇠락의 길에 접어든 반면 힘이 세지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중국이 G2로 등장함으로써 세계 1, 2위 관계는 과거에 비해 더욱 불확실해졌고 예측 또한 어렵다. 두 나라 결심에 따라 전쟁과 평화가 갈리고, 세계 평화와 발전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포퓰리즘의 깃발을 들고 ‘강한 미국 재건’을 구호로 외치고, 시진핑은 중화민족 부흥을 ‘중국의 꿈(中國夢)’으로 내걸고 있다. 강한 성격의 두 사람이 맞부딪히면 날카로운 파열음과 격렬한 진동은 불가피하다.

◆미중 양국 부닥칠 4대 전장(戰場)은?

이들이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맞부딪힐까? 중국 내에선 두 나라 사이의 결투가 벌어질 무대로 4대 전장(戰場)을 꼽고 있다.

#도전 1: 남중국해
2010년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화시킨 장본인은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다. 남중국해가 분쟁 중인 상황에서 그가 낙선하고 필리핀이 태도를 돌변한 건 중국엔 큰 도움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최대 적수다. 아시아 회귀는 이미 확고한 기본 정책으로 자리 잡았고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이 가장 중요한 카드로 사용할 것이다. 미-필리핀은 여전히 동맹이다. 미국은 필리핀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고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 등 역내 국가들은 미국에 암암리에 협력하면서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다. 미 군함 항행도 횟수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계속될게 분명하다. 남중국해는 여전히 미·중 간 뜨거운 전장이다.

동해에서 작전 수행중인 미국 항공모함

‌#도전 2: 무역전쟁과 화폐전쟁
중국은 상대적으로 자유무역주의 경향의 공화당을 선호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최혜국대우(MFN) 문제로 얼마나 중국을 괴롭혔으며, 중국을 제외시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한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상기시키고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던 TPP가 물 건너간 건 국운(國運)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에 화해의 몸짓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의 환율조작과 덤핑을 공개적으로 비난할 뿐 아니라 강력한 제재조치도 예고했다. 공약이 곧 실제 정책으로 이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기존 공화당 인사들과는 분명 다르다.

그의 강한 포퓰리즘 색채는 무역 투자 금융 등 분야에서 중국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적대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인권 문제는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지만 중국에 대한 경계와 공격은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TPP 기본 성격이 중국 포위인 이상 명칭만 바꿔 동일한 성격의 글로벌 무역시스템을 구축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안전이라는 명분으로 대(對)중국 투자 심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미 달러화 지위가 위협받지 않도록 인민폐 국제화를 방해하며 정부보조금 지급과 덤핑 등 온갖 이유로 중국에 제재를 가하려 할 것이다. 중국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중국이 미국에 보복 제재를 가하면 금융시장은 요동칠 것이고 무역전쟁과 화폐전쟁은 일촉즉발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도전 3: 더욱 강경해질 대중국 외교
세계 1위와 2위 간 구조적 모순과 이데올로기 충돌은 중미 두 나라가 진정한 친구가 가능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국제 문제보다 국내 문제를 중요시할 것이므로 정면충돌은 가급적 억제할 것이다. 대신 군사·경제력의 하드파워와 문화·가치관의 소프트파워를 결합해 전 방위적 외교공세를 펼 것이다. 미국은 미화(美化)하면서 중국은 괴물로 만들어 더 많은 국가들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의 수중에 많은 카드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만, 티베트, 신강위구르 등에 이어 지금은 홍콩 문제도 포함시킬 것이다. 이런 카드를 종합적으로 활용,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면서 중국의 양보를 강요할 것이다. 사업가 기질 상 정의보다는 이익을 중시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끊임없이 중국의 이익을 채갈 것이다.

중국 포위망 돌파를 위해 중국이 460억 달러를 들여 건설하기로 한 파키스탄 남서부 과다르 항에 수송된 중국 차량들

‌#도전 4: 중국 포위 글로벌 전략
미국 단독으로는 중국 억제가 불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 일단 철수한 후 중국굴기 대응책으로 전 세계적인 중국포위망을 짜려 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유럽 각국과의 정책적 협조를 강화하고, 동아시아에선 일본, 한국, 호주를 편입시켜 아시아판 나토를 결성하려 할 것이다. 중국을 시기하는 인도를 자극하고 베트남, 싱가포르, 미얀마 등 동남아에도 손을 뻗쳐 중국포위망을 구축할 것이다. 등 뒤에서의 암중 공격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굴복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맞서기

중국도 이런 공세에 강력히 맞설 것이다. 일대일로는 중국포위망을 돌파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중미 두 나라 사이에 격렬한 외교전은 불가피하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소규모 무력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진핑 주석(왼쪽)과 푸틴 대통령이 2014년 5월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한반도 둘러싼 양국 입장 첨예 대립, 우리에겐 더욱 불길

중국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불가측(不可測)성과 불확실성 시대를 상징한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기선제압을 위한 미중의 기 싸움은 불꽃을 튀길 것이다. 두 나라가 핵심 플레이어인 북핵과 한반도 사안은 그래서 더욱 불길하다. 한국이 더욱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중국이 트럼프 등장을 도전과 기회로 여긴다면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새 정권 초기에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국민으로부터 권위와 신뢰를 상실한 정권이 미국의 신 행정부를 상대로 힘든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느냐다. 내치와 외교는 동전의 앞뒷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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