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폐막된 중국공산당 6중 전회에서 시진핑 총서기 등 상무위원들이 손을 들어 표결에 찬성하고 있다.
중국정계에 권력투쟁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27일 폐막된 중국 공산당 제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6중 전회) 결의에 따라 ‘당(黨)중앙의 핵심’으로 등극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끝으로 중국정치 무대에서 사라졌던 용어인 ‘핵심’이 14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 중국 공산당 정치에 ‘핵심(核心)’ 지도자 14년 만에 부활
‘핵심정치’의 재등장은 중국권력에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우선 권력 배분과 권력 운용 방식이 바뀔 것이다. 누가 더 큰 권력을 행사하느냐는 핵심적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건 당연한 이치다.
시 총서기의 임기는 내년 가을로 예정된 제19차 당(黨)대회까지다. 당 대회에선 중국 공산당 권력의 정점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을 새롭게 선출한다.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 ‘7상8하’ 원칙(당 대회 개최 시점을 기준으로 만 68세 미만은 상무위원 진입 허용, 68세 이상은 진입 불허)이 변함없이 적용된다면 현 7인 상무위원 중 시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이 원칙이 깨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또 시 총서기가 계파 간 합의에 따른 인선이라는 기존 관행마저 무시할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최근 베이징 징시빈관에서 열린 6중 전회에서 중앙위원들이 거수표결로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중국의 권력운용 방식이 어떻게 바뀌고 시 총서기의 권력은 얼마만큼 확장되느냐다. 시 총서기가 당 중앙의 핵심으로 등장한 이상 권력 운용방식이 과거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6중 전회 공고는 “집단지도체제는 어떤 환경이나 이유에서도, 어떤 조직이나 개인에 의해서도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시 총서기가 ‘핵심’이 되더라도 현행 집단지도체제는 유지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 집단지도체제는 그대로 유지…시진핑 최종 결정권 가질까?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된다면 관건은 시 총서기의 권한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다. 현행 집단지도체제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도 유지되고 의사결정 방식도 예전과 달라지지 않는다면 ‘핵심’은 무색해진다. 중국 학계는 “시 총서기가 ‘핵심’으로 자리한 이상 다른 상무위원들 보다는 더 큰 권력을 행사하는 게 순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집단지도체제 내에서의 총서기 권한이 지금 보다는 강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권력의 크기가 달라지는, 다시 말해 권력 배분의 변화는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은 물론 서양 또한 권력을 놓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던 세계사(史)가 웅변한다. “시 총서기의 권력이 얼마만큼 커지느냐”는 문제도 중국 내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올 3월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우리의 국회)와 중국 특유의 정치제도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에서 시진핑 당 총서기(오른쪽)와 왕치산 기율검사위원회 주임이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시 총서기의 권력집중을 지지하는 쪽은 정치국 상무위원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 총서기가 ‘최종 승인권’과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7인 상무위원이 각자의 전담 분야를 책임지되 시 총서기의 최종 결재를 받는 방식이다. 의사결정의 최종권한을 갖는 것이다.
◆ 1인 지도체제, 문화대혁명 재발 부작용 우려도
이 방식에 대한 반론도 강하다. 시 총서기가 결재권을 행사하면 집단지도체제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과거 마오쩌퉁(毛澤東) 1인으로의 권력집중이 문화대혁명 같은 엄청난 폐해를 낳지 않았느냐. 불행한 과거 제도로 회귀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최종결정은 상무위원이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되 시 총서기가 모든 분야를 총괄 지휘·감독하는 새로운 운영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3일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천안문 성루에 오른 시진핑 당 총서기, 장쩌민 전 주석, 후진타오 전 주석, 리커창 총리(왼쪽부터)가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시 총서기의 임기도 논란이다. 과거의 ‘핵심’들은 임기나 연령의 제한을 받지 않았다는 게 근거다. 이번 ‘핵심’ 결의는 시 총서기의 장기 집권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줬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앙군사위주석 직책만 갖고 총서기와 주석을 호령한 덩샤오핑(鄧小平), 임기를 넘기고서도 중앙군사위주석 직을 2년 더 역임한 장쩌민 전 주석의 전례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반대로 1인 장기 집권은 중국정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온 기반을 통째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반론도 드세다. 중국 내 정치원로는 물론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계파들의 공감을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시진핑 권력 확대 여부, 리커창 낙마 여부, 7상8하 원칙 준수여부가 최대 관심
시 총서기가 중국정치의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그의 권력이 예전에 비해 강화되고 공고해질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뜻대로 중국권력이 재편될 지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올 봄 양회에 참석 중인 시진핑 당 총서기와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시 총서기와 갈등으로 낙마설이 끊이지 않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순순히 물러날지, 전임 장쩌민 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上海幇),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공산청년단(共靑團), 원로 자녀들이 주축이 된 태자당(太子黨) 등의 반대세력이 가만히 있을 지도 미지수다.
◆ 일어서고(站起來), 부유해지고(富起來) 강해지고(强起來)-핵심 3인방
중국은 이제 시진핑 ‘1인 지도체제’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국 언론들은 마오쩌둥(毛澤東)은 ‘혁명으로 중국을 일어서게(站起來) 한 핵심’,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으로 중국과 중국인을 부자되게(富起來) 한 핵심’, 시진핑은 ‘중국을 G2로 부상할만큼 강하게(强起來)한 핵심’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명실공히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린 것이다.
시 총서기가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정계는 ‘사느냐, 죽느냐’를 판가름하는 권력투쟁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1년. 사활을 건 싸움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세계는 숨죽이고 중국의 용호상박을 관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