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문일현의 북경통신

“한중 정상회담, 사드 해결 더 꼬였다.”


‌“사드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졌다.”
“직접 만나 소통한 자체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중국 최고 지도자 시진핑 직접 반대 천명

박근혜 대한민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항저우(杭州)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 내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첫째는 중국외교 최고결정권자인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사드 반대를 천명했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정부가 입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반대로 소수이긴 하지만 희망 섞인 평가도 있다. 문제를 풀려면 상대방이 우려하는 게 무엇인지, 해결 조건은 어떤 건지 직접 듣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양국 정상의 만남자체가 긍정적 신호라는 주장이다.

중국 항저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강경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4일 회담에서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침해하므로 반대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북핵이 해결되면 사드배치는 필요 없다”는 ‘조건부 배치론’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7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견지해왔던 입장 그대로다.
항저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회의 폐막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드 한국 배치는 미국의 아시아판 MD 서곡”-中 주장

중국이 박 대통령의 ‘조건부 배치론’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사드는 북한보다 중국을 더 겨냥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결국 미국과 연동되고 이는 아시아판 미사일방어망(MD)의 시작을 알리는서곡이다. 사드 배치 주체는 미국이다. 한국이 배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국 측 설명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북핵이 해결된다면’이라는 조건은 불가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중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내세우는 건 중국에게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든지 아니면 정권을 교체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요구라는 주장이다.

◆“북핵 해결되면 철거”(한)↔“불가능을 전제로”(중)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대면해 사드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은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푸틴 러시아대통령에게 “북한 위협은 생사의 문제”라고 했던 정도의 원색적 표현은 아니지만 강조하고자 한 의미는 같다.
사드 문제로 등 돌린 양국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눈 후 대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호소에도 시 주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정상회담 앞서 열린 비즈니스 서밋(B20) 개막연설에서는 “각국의 안보는 긴밀히 맞물려 있고 어느 한 국가도 자기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또 홀로 해결할 수도 없다”고한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겨냥했다. 박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관련 당사국 간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 배후는 미국”-中 의심

시 주석은 이번 미·중 및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사드 배치는 중국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확실하게 규정했다.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고 있다. 미·중은 지금 남중국해 영유권에서부터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등에 이르기까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절체절명의 대미 전투를 진두에서 지휘하는 중국 측 장수는 시 주석이다. 시 주석의 중국 내 권위는 절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사드와 관련해 시 주석과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시 주석의 사드 관련 언급은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한미의 주장에 확실한 쐐기를 박으면서 중국의 퇴로를 완전히 차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중간 사드 갈등 해결이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교환하고 있다. 시 주석의 표정이 두 나라의 최근 불편한 관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만남 자체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 희망 섞인 시각도

하지만 일부에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보는 정반대 시각도 나오고 있다. 양국 정상이 만나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양보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인지 등 핵심적 사안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신뢰증진과 의혹해소(增信释疑)’의 첩경이라는 주장이다. 어차피 사드 문제는 한·중의 문제라기보다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전략적 불신에서 잉태된 것이다.
항저우 G20 정상회담이 열린 회담장 전경
◆한중 양국 막다른 골목서 절충점 찾을 수도

한·중 정상이 회담을 연다 해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건 불가능하고 양국 간 갈등 역시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자꾸 만나서 간격을 좁혀야 한다. 특히 시 주석이나 박 대통령 공히 강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점, 양국 민족 또한 민족주의 성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민족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따라서 갈등 해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막다른 골목에 가서야 절충점을 모색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래서 이번 만남은 문제 해결의 첫 걸음으로 봐야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국 혹시 북한 다시 끌어안기?…中 일단 선 그어

사드 갈등 돌출 이후 중국이 북한을 다시 끌어안는 건 아닌지, 궁극적으로 북한 핵을 용인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런 의문에 분명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유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한반도 3대 정책목표를 흔들림 없이 견지할 것임을 공개리에 천명했다. 이는 “북한 핵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중국의 기존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중국 외교가는 “대북제재 결의는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되어야 한다”는 시 주석의 언급을 주목하고 있다. 사드 갈등과 중국정부의 대북제재는 별개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 보유도 인정하지 않겠지만 북핵을 빌미로중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드 또한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사드 기지에서 요격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한중 사드 갈등 장기화, 복잡하게 증폭 예상

예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번 러시아·중국 순방을 계기로 혹시 사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중국에선 우세하다. 그렇다면 사드 갈등은 장기화될 것이고 한·중 갈등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증폭되고 복잡하게 전개될 우려가 높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한국과 중국 모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어려운 고비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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