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특별기고

“북한 핵보유 중국에 재앙…사고 땐 3억명 피해”

문일현(文日鉉) 중국정법대 교수|입력 2016-09-28 09:09
“중국정부는 ‘북핵 절대 불인정’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지 보름이 지났는데도 제재를 할까 말까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국(大國) 치고 주변 소국의 핵무기를 허용한 나라는 없다. 북한의 핵 보유를 막지 못한다면 중국은 자국의 미래와 후손들의 안전을 볼모로 잡히는 것이다. 그러고도 대국 대접을 받으려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 “북핵 저지 위한 행동 나서라”-中 학계 종전과 다른 기류

북핵 저지를 위한 중국정부의 강력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중국 내에서 심상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정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고, 정부 비판에 극도로 몸을 사렸던 과거와도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부분 학자들이지만 하나같이 중국정부의 싱크탱크를 역임한 중량급 인사라는 점, 언론을 통한 공개 촉구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이 최근 다른 기종의 3가지 미사일 발사를 시험하는 모습

‌◆ “북한 핵 보유, 가장 타격 입을 나라는 중국”


핵심을 관통하는 주장은 세 가지다. 첫째, 북한 핵문제는 바로 손쓰지 않으면 해결의 타이밍을 놓친다는 시급성이다. 둘째, 북한 핵이 중국에 초래할 후과(後果·부정적 결과)는 재앙 수준이라는 심각성이다. 마지막으로 대국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않는다는 무책임성이다.

북핵의 시급성을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는 정융녠(鄭永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이다. 북한 핵문제는 중국이 곧바로 나서서 막지 않으면 실기(失機)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중국 중 누구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는지 따지는 것은 한가하다. 가장 시급한 그리고 심각한 문제는 북한 핵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제일 먼저 중국이 모두 떠안는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을 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실질적인 핵보유국 문턱을 넘어가는 순간이다. 이런 시점에 미·중 양국은 분노→평정→북한 도발로 이어지는 동일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핵실험 직후 펄펄뛰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지금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때를 놓치면 앞으로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중국은 북한을 버린다는 각오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 “조악한 북핵 기술, 사고 땐 3억 명 피해” 예상

북한 핵의 심각성도 중국의 신속한 행동을 요구한다. 북한 핵무기는 미국에 실질적 위협을 가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반면 인접한 중국에 대한 위협은 재앙에 가깝다. 북한 핵실험 장소 풍계리는 중국 국경과 가깝다.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피해는 피할 수 없다. 체르노빌과 유사한 사고가 날 경우 3억 명 가량이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핵 실험 후 중국 과학자들이 국경지대에서 방사능 오염을 측정하고 있다.
더 심각한 곳은 영변 핵 단지다. 설비, 기술 모두 조잡하고 낙후된 시한폭탄이다. 최근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인 중국공산당 중앙당교(黨校) 장롄구이(張璉瑰) 교수가 공개한 일화는 중국인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 미국엔 핵시설 보여주지만 중국엔 안 보여줘

“북한은 중국에겐 철저히 비밀로 부치고 있지만 미국 과학자 들은 영변 핵시설을 참관케 했다. 미국 핵 전문가는 귀로에 중국학자들과 만나 걱정을 털어놨다. 북한의 모든 기술은 불법적인 암시장에서 조달된 것이다. 재료와 설비 또한 조악(粗惡)하고 조잡하다. 사고가 나는 건 시간문제다. 엄청난 피해가 있을 걸 뻔히 알면서 수수방관하자니 학자로서 양심이 허락하지 않고, 그렇다고 현행법을 어기고 북한에 기술을 제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중국이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북한 핵과학자들의 영변 핵단지 각종 실험 모습을 중국관영 CCTV가 방영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중국이 북한 내 핵사고 가능성에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난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과 일본에서 이미 터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에 이어 북한까지 핵을 보유하면 중국은 4방에서 핵에 포위된다.

베이징(北京)대 자칭궈(賈慶國) 국제관계학원장은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한 한국과 미국은 사드에서 보듯 중국의 국가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국제정치에서 “국가안전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정의(正義)”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 않는다면 미국도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고 한국 역시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 모습
◆ “북한이 완충지대?”-NO

특히 중국은 북한에 대해 3가지를 오해하고 있다는 게 자(賈)원장의 지론이다. 북한이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동질성을 갖고 있으며, 전쟁을 함께 치른 혈맹이라고 믿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현대전은 미사일과 폭격기를 주 무기로 한다. 일본에서 북한을 거쳐 중국으로 진격하는 과거와 같은 전쟁은 앞으로 없다. 또 북한의 주체사상과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는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은 북한을 혈맹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북한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하고 강력한 행동을 취해 핵무기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북한, 베트남 언제든지 중국 적으로 변할 수 있는 나라”

불확실한 북·중 양국 미래 때문에라도 중국정부는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북한은 지금 자신들의 적이 미국이라 얘기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이유다. 정융녠 동아시아연구소장은 “북한 핵무기는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중국을 위협하는 무기로 돌변할 것이고 향후 중국의 적(敵)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국가는 북한과 베트남”이라고 특정 한다. 그래서 중국이 어떤 이유든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거나 용인한다면 자국의 미래와 후손의 안전을 볼모로 잡히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날선 주장을 펴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미중 정상회담의 단골 메뉴로 논의되고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당연히 행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국제여론도 그렇다. 중국은 글로벌 파워이자 지역강국(regional power)이다. 국제사회는 자신의 담당구역에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라고 중국에 요구한다. 한반도는 전통적으로 중국의 코앞에 위치해 있고 중국의 직접적 이해가 걸린 곳이다. 한반도 사안도 해결 못하면서 세계 대국 역할을 한다? 어림없는 얘기라는 게 중국학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태처리가 중국이 진정한 대국이 되느냐 못되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북한 활용한 미국 견제?-현실성 없다”

문제는 행동이다. 국제정치의 전통적 방법은 당근과 채찍이다. 채찍에는 정치·경제적 압력이나 위협은 물론 공갈도 포함한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중단 못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대북제재 방식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도 않으면서 남이 하려는 걸 반대하는 자세는 이해할 수 없다. 너무 미국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북한을 이용해 미국을 견제해보겠다는 생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금은 북한에 단호하게 행동할 때라고 정융녠 소장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사법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도운 단둥(丹東) 훙샹(鴻祥)실업을 ‘중대한 경제범죄’로 단죄 중이다. 북한 문제로 자국 기업을 제재하는 데 극력 반대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중국은 북한체제나 정권 붕괴를 불러올지 모르는 강력한 제재에 앞장서는 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논의에서도 북한체제 수호를 마지노선으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근혜 대한민국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앞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북한 포기론, 포용론 모두 진퇴양난


북한 포기론, 포용론 모두 현 상황을 방치하면 두 가지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분석에 공감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거나 아니면 한국에 의한 한반도 통일이다. 북한 핵보유가 몰고 올 엄청난 부작용을 감수하든지 아니면 통일된 한반도가 미국·일본과 손잡고 중국 견제에 나서는 상황을 맞닥뜨리든지 둘 중 하나라는 의미다. 모두 중국의 국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북한 포기론을 지지하는 쪽은 그런 상황이 싫으면 북한을 버릴 각오로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상황으로 보면 안보리 제재에서 중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지만 약간의 변화는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눈치다. 중국은 어떻게 행동할까? 세계는 지금 숨죽인 채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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