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특별기고

남북한 동시 對中 관계 최악, 탈출구는…

하종대(河宗大) 동아일보, 논설위원|입력 2017-03-04 19:03
하종대 논설위원
최근 한국 및 북한의 대중(對中)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한중 관계가 좋아지면 북-중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북-중 관계가 좋아지면 한중 관계가 냉랭해졌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6년째 초대 못 받은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집권 이후 5년이 넘도록 중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8번이나 중국을 다녀간 김정일과 천양지차다. 최근 북핵과 관련한 중국의 대북(對北) 제재가 강화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다. 중국은 지난달 13일 북한산 석탄 1만6000t에 “기준치 이상의 수은이 함유돼 있다”며 돌려보냈다. 엿새 뒤엔 “북한산 석탄 수입을 연말까지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조치다.

북-중 관계가 지금보다 나빴던 때도 있었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의 홍위병들이 김일성의 개인숭배를 비판하자 북한은 중국이 교조주의라며 반발했다. 당시 양국은 각각 대사를 소환하는 등 역사상 가장 험악한 시기를 겪었다. 한중 수교 때 화가 치민 김일성은 수교를 통보하러 온 첸치천(錢其琛) 중국 외교부장에게 의례적인 오찬도 베풀지 않았다. 이후 양국은 8년간 최고지도자급 상호 방문을 단절했다.

북한에 호의적인 중국인은 적다. 인터넷에서는 김정은을 ‘미치광이’ 또는 ‘진싼팡(金三반·김일성·정일·정은 뚱보 3대라는 뜻)’이라고 부른다. 북한 체제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 역시 핵개발을 강행하는 북한이 큰 짐이다. 자칫하면 미국과의 전쟁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전략적 완충지대’를 버릴 수도 없다. 중국을 통한 미국의 대북 제재 압력이 계속되는 한 북-중 관계는 호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수교 이후 20여 년간 한중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양국 무역액은 6년째 2000억 달러를 넘었고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처음 800만 명 선을 돌파했다. 수교 당시 ‘우호 협력 관계’였던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양국은 더욱 가까워졌다. 2014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10년 만에 타결됐고, 이듬해 6월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했다. 2015년 9월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으로 양국 관계는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양국 관계는 급전직하(急轉直下)다. ‘전략적 신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중은 경제적 유대만 깊지 정치·군사적 신뢰는 거의 없다. 서로 ‘희망적 기대(Wishful Thinking)’만 컸지 상대를 잘 몰랐다. 한국은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바꾸려 했고, 중국은 한미동맹이 가장 고리가 약하다고 보고 틈새를 노렸다. 하지만 둘 다 북-중 관계 및 한미동맹의 역사적 특수성을 간과했다.

솔직하고 일관된 신호여야

나락으로 떨어진 한중 관계를 회복하려면 먼저 중국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사드 배치는 국가 안보를 위해 당연한데도 정부는 초기에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 중국의 기대감만 잔뜩 올려놓았다. 중국 역시 최고지도자의 섣부른 반대 의사 표명이 퇴로를 차단했다. 사드 문제는 양국 수교 이래 최대의 도전이다. 하지만 비가 그치면 땅도 굳는 법이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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