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박영대의 문화로 보는 중국인

사드 배치 공표 뒤 중국인 관광객 안 줄었다

박영대(朴永大) 전) 초대 북경문화원장 |입력 2016-09-28 15:09
사드 배치 공표 뒤 中관광객, 안 줄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과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561만여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대비 36.3% 늘었다. 성수기인 7, 8월 합계도 180만여 명으로 역시 최고를 기록했다. 이달1~8일도 20만2000여 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중국의 황금연휴인 국경절 기간까지 지켜봐야 보다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통계를 근거로 예측하면 앞으로 당분간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 러시는 계속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요격용 사드 무기 배치 발표 직후 우려했던 중국인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 예측과 크게 다른 결과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의 사드와 중국관광객 제한 기고 관련 sputnik 사진
◆ 사드 발표 뒤에도 방한 중국인 관광객 계속 늘어.

예상과 달랐던 이유는 뭘까?

먼저, 표1의 외국인 관광객 입국 현황을 보면 중국인의 한국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이후 2014년까지 중국인의 한국관광은 매년 20~50%씩 증가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인의 한국관광은 2013년 이후 매년 20% 안팎씩 감소했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방한하는 중국인 관광객 숫자는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드 배치 공표와 이에 따른 중국인들의 반감 등 외부요인이 한국관광의 수요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점이 통계수치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 방한 중국인 줄면 중국인 여행사도 큰 타격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관광산업의 구조와 관계가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당수 중국여행사들이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의 기반 위에서 수익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으로의 관광이 급감할 경우 중국여행사들도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한 구조인 것이다. 관광산업 대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부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자국여행사들의 건전한 경영상태 유지는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입국 현황
또 다른 이유의 하나로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 한국인이 차지하고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중국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연평균 4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 국내 관광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굳이 문제를 만들어 중국을 찾지 않도록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 모든 이유를 넘어서는 근본적인,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한‧중 양국 국민의 교류는 모든 교류에 우선하는, 최상의 상호 윈-윈의 문화발전 전략이다.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변해야 하는데 그 변화의 핵심 요인이사람이 서로 만나는 것이다.” 중국 문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설파한 내용이다. 정말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중국의 관광정책 당국자도 두 나라 국민 간의 교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책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 중국인 관광객 올해 800만 명 첫 돌파 가능성


2016년 중국 관광객 800만 명 돌파라는 우리 관광업계와 정부의 목표가 꼭 이루어지기 바라지만 여전히 몇 가지 장애요인이 있다.

먼저, 한국시장 자체의 불안정성이다. 경북 경주지역의 지진은 당장은 물론 장기적으로도 관광한국의 입지 구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진에 특히 민감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북한의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체 실험 성공 등으로 형성된 긴장된 한반도 상황도 부정적 요인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우리 국민의 태도다. 최근 제주도에서 발생한 중국관광객의 식당종사자에 대한 무차별 폭행과 또 다른 중국관광객이 무고한 제주도민의 생명을 빼앗은 사건으로 중국인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안감 및 혐오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중국정부 당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즉각적인 해당 관광객에 대한 처벌등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도 중국 관광객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로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외국인이고, 그 중에는 기본교육, 경제수준, 국제적 감각 등의 차원에서 타인을 대하는 인식의 수준이 충분히세련되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우리를 지킬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중국에서도 최근 일부 국내 관광객과 관광업 종사자가 폭력사용 등 불량한 행위로 사회질서 유지에 심대하게 나쁜 영향을미치자, 비(非)문화여행자관리명부를 만들어 이러한 행위를 한 사람들을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 무턱대고 두려워하거나 싫어할 일이 아니고,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놓으면 된다. 역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을 관광하는 자국인들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

◆ 매년 20% 증가 중국인 해외 관광객, 2014년부터 10% 아래로

또 다른 문제는 중국 관광정책의 큰 틀과 관련된다.
연도별 중국인 출국 여행자수 현황
표2를 보면, 중국의 출국 여행자수 증가율이 매년 20%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4년부터 9%대로 떨어졌다. 2014년은 중국의 출국 여행자수가 1억 명을 넘어서게 된 첫 해다. 중국 국가여유(旅遊)국 관계자들은 오래전부터 출국여행자 수 1억 명을 해외 출국 여행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바로미터로 생각해왔다. 중국정부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정책적인 지렛대를 만들어놓을 가능성이 크다. 한 마디로 출국 여행자 수가 1년에 20% 이상씩 계속 증가하여 곧바로 2, 3억 명으로 늘어나는 것을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한중 관광객 1000만 명 시대…앞으로도 증가 추세 유지할 듯

한‧중 간 1000만 명 관광객 교류시대는 엄연한 현실이다. 표1과 2를 연계해서 분석하면, 2011년과 2012년 중국인 출국 여행자 중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의 비율은 3%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3년의 경우 4%대를 넘어섰는데 1992년 한‧중수교 이 후 최초의 4%대 진입이다. 그 이전에는 변함없이 3%대를 유지해 왔다. 2014년과 2015년 한국으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 연속해서 5%대를 기록했다. 한국으로의 출국 여행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율성이 크게 높아진 결과다.

중국정부는 여전히 해외로 나가는 출국 여행자 규모가 안정적 추세를 유지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특정국가로 나가는 자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효과적인 관광정책 운용과 효율적 국제관계 정립에 반하는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관련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으로 관광시장의 불안정성을 제거하고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나아가 양국 정부가 우호 관계를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다면 연간 방한 중국인 관광객800만 명이라는 목표 달성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또 해외로 나가는 전체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방한 중국인의 비율을 사상 최초로 6%대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양국 정부의 갈등이나 양국 국민 사이에 가끔씩 형성되는 반감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관광객 상호 방문 증가 추세는 쉽게 꺾일 수 없는 대세라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