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특별기고 /김흥규

깊어지는 갈등, 한중 관계 어디로?

김흥규(金興圭) 아주대 정외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입력 2016-08-23 11:08
전승절에서 만난 시진핑과 박근혜 대통령
◆ 사드 배치 결정의 내막

한미 양국의 한반도 내 사드(THAAD) 배치 결정이 중국과 러시아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미 간 갈등의 파고 역시 더 높아졌다. 한중 관계는 대립양상으로 바뀌면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이런 후유증을 예상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요인을 들 수 있다.

한국 측면에서 보면 북한에 대한 불신 강화와 총선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은 예상보다 빠르게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 6월 고각도 발사 실험의 성공은 한국의 안보 불안감을 급속도로 증대시켰다. 북한이 제2차 핵 보복(Second Strike) 능력을 갖추려 한다는 것은 이제 공지의 사실이다. 북한의 ‘3일 전쟁 계획’에서 보듯이, 북한은 여전히 전쟁을 통한 통일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 무력이 점차 강화되면서 이를 실행에 옮길 시기와 조건도 가까워졌다는 남한 내 불안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또 올 4월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나아가 내년 실시될 대선의 결과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사드 도입 조기 결정은 불가피하게 됐다.

탄도미사일 방어체제(BMD)에 대한 미국의 한국 참여 요구 강화도 한몫 했다. 한국 내 사드 배치의 명분은 북핵·미사일 억지와 주한 미군의 보호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아시아태평양지역 지역 BMD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추구할 개연성이 크다. 미 국방부의 2010년 보고서는 아태 지역에서 4단계로 구분되는 BMD체제 구축을 제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단계 조치가 우방/동맹국 간에 요격미사일 체제의 적절한 구축이다.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이 2단계 조치에 해당한다. 북핵 실험 이후 미국이 사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미동맹 이완과 방기에 대한 한국 측의 우려도 컸다. 미국의 국가이익에 대한 공헌요구를 반영한 동맹체제 구축, 고립주의적 대외정책의 요구 등을 고려하면서 사드 배치라는 기여를 바탕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자 했다. 미국 중심의 방어 체제에 들어가는 것은 속박과 비용의 측면도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일 방어 체제의 한축을 형성함으로써 강자(强者) 동맹의 일원으로서 인정받고, 동맹 방기의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북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중국 측면에서 보면 중국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불신의 강화가 불을 질렀다. 박근혜-시진핑(習近平) 집권 초기 3년은 최상의 한중 관계를 경험하였다. 시진핑은 어느 중국지도자보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고,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對)한반도 정책의 조정을 단행하고 한국을 중시하는 외교를 추진한 바 있다. 이러한 한중 관계는 상호 간의 기대치를 크게 높였다. 하지만 올해 1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의 전화접수를 거부하면서 이 관계는 급랭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사드 도입을 추진했고 결국 양 지도자 간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올해 7월 박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됐다.

◆ 사드 용도와 배치 영향

사드는 현존하는 유용한 미사일 방어체계로서 다층 방어를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한미 동맹 강화라는 상징성과 심리적 안정감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사드는 그 특성상 수도권을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한국인 보호라는 목적보다는 주한 미군과 그 시설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미군 보호를 통해 전시(戰時)에 북한에 대한 반격 능력을 확보하고, 동시에 추후 미국 대선 후에 제기될지도 모를 ‘미군의 후방전개(즉 한반도에서의 미군 철수)’ 논의를 사전에 차단하는 큰 효과를 지닌다. 이는 결국 한미 동맹의 안정성과 나아가 한국 안보에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사드 논쟁에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사드 체계의 성능이 ‘완결형이 아닌 진행형’이란 점이다. 현재의 사드체계는 계속 개발 중이다. 미래에 고기능 탐지레이더 변환, 초고고도 요격체계를 들여오면 사실상 미국이 운영하는 BMD를 구축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
러시아나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사드의 현재 성능보다도 이러한 미래 성능이다. 국내의 찬반 주장은 종종 사드의 현재 용도와 미래에 가능할 수 있는 용도에 대한 평가가 혼용되면서 논란의 초점이 흐려지곤 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더욱 커진 것은 현재 미중이 구조적인 전략경쟁의 단계로 들어서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제4차 북핵 실험을 계기로 미국이 사드 이슈의 부각을 통해 이제는 북핵과 북한 문제를 미중 전략경쟁의 차원에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중국은 이해하고 있다.

이번 사드 도입결정으로 북핵문제의 대응이나 한반도 전략의 중심축을 중국보다는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운용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 셈이 됐다. 이 결정은 향후 한국에 지속적인 국방예산의 증대와 외교적 자율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게 할 것이다.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이 대북 억제에서 대(對)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여준다. 사드 운영에 대한 한국의 접근권이 없어 미군의 자의적인 운영을 현실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 사드배치와 중국의 대응, 고려사항

사드 배치는 중국의 주변국 외교는 물론 시 주석의 정치적 위상에도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중국이 이에 대한 대응을 반드시 추진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중국의 대응을 자제하거나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중국의 외교행태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희망사항이거나, 정책결정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키기 위한 주장일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까지 한국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을 바탕으로 내부의 전통주의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담한 대한반도 외교정책의 전환과 친한(親韓)적인 외교를 추진하였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그간 중국 외교가 추구해온 ‘새로운 주변국 외교’의 한 축이 좌초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물론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하여 비판한 것은 의미가 심각하다. 중국은 그간 사드배치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 및 대응 리스트에 대한 점검이 끝났으며, 이제 행동에 옮긴다는 명백한 시그널을 대외뿐만 아니라 자국민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중-러에 근접한 지역에 사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미국에 분명히 군사적인 이점을 안긴다. 중국에게 있어 사드는 짧은 반경인 종말 모드 레이더를 채택한다고 할지라도 백두산 배후 지린(吉林) 성 퉁화(通化) 시 인근 816 유도탄여단에 배치된 DF계열 미사일 활동을 견제할 수 있다. 특히 DF-21D 미사일은 일본 및 대만에 접근하는 미 항공모함을 타격할 중거리 미사일로 미국의 대동북아 및 대만 작전에 치명적일 수 있는 미사일로 사드는 이 부대의 활동을 탐지할 수 있다.

추후 사드 레이다의 성능을 개량하거나 추가적인 포대 도입 시, 미국은 추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산둥(山東)의 제822여단,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시 인근의 810여단 등에 배치된 DF계열의 주한 미군에 대한 중·단거리 미사일 공격을 억지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배후 중서부 지역에 배치된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지의 활동 및 비행기 활동 탐지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전략적으로 소수의 미사일을 통해 최소 억지능력을 유지 중인 중국의 대미 군사적 역량을 크게 약화시키는 것으로 중국에게는 취약한 현 전략 균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현재 사드 관련 논쟁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 러시아이다. 러시아는 실제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해 중국보다 훨씬 더 강한 위협의식을 지닐 것이다. 러시아의 대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절반이상이 극동에 배치되어 있다. 한국의 사드 시스템은 결국 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활동 탐지를 추구할 것이고, 이는 결정적으로 러시아의 대미 전략적인 역량을 제한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해왔고, 공세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는 추후 러시아 역시 중국과 유사하게 대응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에 타격을 안기려는 조치를 반드시 수행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한미일 정상회담

외교적으로는 사드 배치가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한국이 이 동맹에 적극 가담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추후 북한과 관계를 강화하려 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에서 긍정적인 점은 중-러 모두 동북아가 새로운 냉전 상황으로 회귀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과의 관계는 여전히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핵문제에 대해서는 적당한 선에서의 압박과 제재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중국이 저강도의 압박을 계속 진행하면서 Tit-for-Tat(맞받아치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한중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싶지 않은 중국의 속내와 전략적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한국의 대응여부를 지켜보면서 이에 대한 대응 수단과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러시아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따라서 지나친 낙관론보다는 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고 신중한 대응과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사드 배치의 결과로 중장기적인 대북 외교안보 역량의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사드 도입 결정은 한국이 처한 어려운 현실에서 중-러에게는 ‘맹미제중(러): 盟美制中(俄)’을 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안겨 주었다. 이는 그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한중관계 및 중견국가 외교의 운용 폭을 크게 축소시킬 수도 있다. 추후 한반도 통일정책의 추진에도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다. 사드 도입 결정은 중-러와의 갈등이 강화되면서 한국이 통일 외교를 추진할 공간이 크게 제약 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사드 관련 최상의 대응 방법은 미중 간의 전략대화를 통해 한국의 안보 이해를 배려하게 하면서 사드 갈등을 없애는 것이다. 만약에 양국 간에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차선은 배치시기를 최대한 연기하면서 후속 결과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여전히 미중에게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주는 것이다. 차차선은 사드를 배치하되 중-러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이들의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심각히 강구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 이후 최악의 선택은 빠르게 배치를 강행하면서, 중-러가 보복할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현재 희망사항은 차선을 택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차차선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행위를 삼가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아마도 가장 핵심적인 대응)한 것은 사드 배치와 용도를 한반도에 한정 짓는 프레임을 유지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미국과 타결한 “북핵 대응 원칙, 1개 포대 미국 비용 배치”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추가적인 용도의 변경이나 배치 및 비용의 발생은 한국 정부와의 새로운 협상의 영역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이 현상변경은 한국의 안보 환경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고, 막대한 추가 예산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국회동의 사안으로 공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군의 안전에 대한 우려에 성의를 다하면서도, 중-러가 우려하는 사드의 대(對)중-러 견제용이라는 우려를 최소화하는 조치이며, 한국의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다음으로 성의를 다해 외교적 소통을 추진·유지할 것을 제안한다. 특사 파견도 한 방법이다. 당장은 격앙된 상황에서 전략 대화나 특사 파견도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갈등이 격화될 개연성도 존재하지만 외교적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익에 기반한 양자차원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추후 안보협력의 토대를 쌓는 것이며, 어려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협상과 해결을 통한 협력의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특히 중국 일대일로 구상과 같은 중국 국가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동북아 해상실크로드의 확대방안, 지방 정부의 환황해 협력사업 지원, 동북 3성 지역에 대한 맞춤형 협력안 제시 등 적극적인 경제협력안 제시로 현재의 군사안보적 대립 상황을 완화해야 한다.

한중 해상 경계획정문제 등과 같이 한중 양국이 전략적으로 긴요하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타협적으로 문제해결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박근혜-시진핑 시기에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아마도 한중 우호 100년의 기초를 놓는 중대한 사안이며 박근혜 정부의 최대의 업적이 될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을 통해 사드 국면을 갈등에서 협력의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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