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특별기고 /김흥규

중국과 사드 갈등 해법 있다-향산논단을 다녀와서

김흥규(金興圭) 아주대 정외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입력 2016-10-17 08:10
  중국군사과학원과 중국국제전략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향산논단(香山論壇)이 10월 10~13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됐다. 이 논단은 본래 서방 중심의 샹그릴라 대화(아시안 안보회의)에 맞서 중국 군부가 2006년부터 매 2년마다 개최한 것이다. 서방국가에서 향산논단을 ‘중국판 샹그릴라 대화’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시안 안보회의(Asia Security Summit)는 2002년부터 영국의 군사외교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 아래 세계 각국 국방장관들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안보회의다. 매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리기 때문에 ‘샹그릴라 대화’라는 별명이 붙었다. 샹그릴라(Shangrl-La)는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창안된 가상 도시로 이상향을 의미한다. 그만큼 세계의 평화와 이상향을 향한 꿈을 의미한다. 올해는 제15차 회의가 6월 3~5일 3일간 열렸다. 중국의 향산논단에서 향산은 베이징을 감싸고 있는 산 이름이다. 본래 이 포럼은 향산 내에 있는 기숙시설에 참가자들을 초대하여 나흘 동안 외부와 완전히 단절한 채 집중적으로 토의에만 집중하도록 하였다. 현재는 북경 북서부 외곽지역의 호텔과 군사과학원에서 주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중국의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회 11일 제7차 향산논단 개막식에 참석해 치사를 하고 있다.
◆ 서방의 샹그릴라 대화↔중국의 향산 논단: 다자 안보협력기구도 미중(美中) 경쟁

중국도 이 샹그릴라 회의에 참석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 회의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회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올해 제15차 아시안 안보회의에서 미국 및 일본이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집중 비난하자 “미국이 이 회의를 홍문연(鴻門宴)으로 만들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항우(項羽)가 유방(劉邦)을 죽이기 위한 자리로 홍문에서 잔치를 벌였듯 샹그릴라 대화 역시 중국을 죽이기 위한 미국의 잔치라는 주장이다.
중국이 향산 논단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중국 정부는 이 논단의 목적을 샹그릴라 대화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이 회의는 중국 군부가 국제적인 소통, 자체 훈련, 공공 외교를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회의엔 중국 군부의 고위 간부들이 출석하여 세계 각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직접 만난다. 중국 내 주요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대거 참석한다. 각 나라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중국군 고위 간부나 전략가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중국 군부가 이 논단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 2015년부터는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제7차 회의로 세계 65개국 국방 관련 간부와 외교안보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중국이 이 회의를 키워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고도 볼 수 있다.

◆ “북한만 겨냥한 것 아니다.”-사드 문제 중-러 한 목소리

4일간 열린 이번 회의의 주제는 최근 주요 안보 사안인 아태 지역에서의 새로운 안보적 도전들, 강대국 안보관계, 국제 관계에서의 군대의 역할, 해양안보 협력과 위기관리, 국제 테러위협과 대응문제, 세계화와 반(反)세계화 추세가 지니는 안보적 함의 등이었다. 지역 안보 사안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사드(THAAD) 도입 문제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중국군사과학원 전 중미방무(防務·군사업무)관계 연구센터 야오윈주(姚雲竹) 주임(62·여)은 토론에서 “한국에 배치될 사드시스템은 한국에 대한 보호 효과는 미미하며, 대신 향후 중국이나 북한이 일본이나 미국을 향해 미사일 공격 시 탐지와 방어 효과는 큰 방어체계”라고 주장했다. 군사과학원의 세계군사연구부 제2연구실 주임이기도 한 소장(少將) 계급의 야오 주임은 중미 군사관계 및 대만 문제를 집중 연구한 중국 군부 내 최고의 미국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러시아 대통령 판공실 전략연구실 실장인 블라디미르 코진은 “사드 시스템이 단순한 하나의 독립적인 무기 체계가 아니라 탄도미사일 방어망 체계(BMD)에 연동되어 작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세계 어느 나라의 기술로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의해 핵무기를 완전히 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드 한국 배치하면 중-러 “공동 대응 조치 내놓겠다.”

이 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관한 별도의 특별 세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국과 러시아는 이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하게 되면, 이에 대응하는 방어체계를 중국과 러시아도 동시에 갖춤으로서 미국에 절대적인 전략우위를 허용하지 않을 군비경쟁을 추진할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주로 미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한국에 대해서도 일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 중국 전문가 “미국 사드, 최대 탐측거리 2300km, 실효 거리 1700km” 주장

중국 군부는 이 회의를 통해 그간 자신들이 연구한 세계 탄도미사일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이 가운데에는 사드(THAAD)에 대한 평가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육군은 2015년 5기의 사드 체계와 100발의 미사일을 배치하였다. 사드 체계에서 사용하는 레이더(AN/TPY-2)는 약 3500Km 내외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하기 위해 연구 제작한 것으로 최대 탐측거리가 2300km에 이르고, 실효적 탐측거리는 거의 1700km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레이더는 그 측정 역량, 탐측 거리, 기동성 등을 고려할 때, 세계에서 최강의 성능을 지닌 이동성 탄도 미사일 탐측용 레이다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설사 한국에 이 레이다의 탐측 거리를 줄인 종말모드의 레이더로 배치한다고 할지라도 그 전환은 미국이 손쉽게 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 중에서 중국 군부가 실제 우려하는 것은 이 사드 레이더가 상대의 선제공격에 직면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국의 제2차 공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 즉 핵 반격 능력을 더욱 취약하게 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 양국 정부 간 각종 공동 행사, 전면 중단, 참석 불허

중국 군부 내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관심과 반감은 대단히 높았다. 다만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은 아직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신 중국의 당정군은 중국이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대단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결코 무시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한국 측에 주지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중국 당정군은 한국이 단독으로 개최하거나 그동안 한중이 공동 개최해온 회의에 중국 측 공직에 있는 인사가 참여하는 걸 불허하고 있다. 정부 및 공공 차원의 협력을 사실상 봉쇄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중 사이엔 그간 통상적으로 해 왔던 많은 회의나 모임이 연기되거나 개최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이러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파하고 있다. 다만, 현재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상황에 직면하여 전선을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은 점과 또 한국이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노골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올해 10월 10-13일 중국 베이지에서 열린 제7차 향산논단엔 전 세계 65개국 국방 간부 및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 사드 대처 중국 내 2가지 흐름, 전략파 우세, 전술파 약세

중국 내에서도 사드문제에 대한 견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두 흐름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한 부류는 사드 문제를 중국의 핵심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는 단순한 하나의 무기, 전술의 문제가 아니라 군사전략 전체에 영향을 주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적어도 한국이 사드 배치를 연기해주는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이미 위에서 언급한 중국 군부와 안보라인의 공개적인 입장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9월 5일 박근혜 대한민국 대통령과의 회견에서 이와 유사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또 다른 부류는 이 문제가 한중관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문제는 지엽적인 전술적 사안으로 사드 위협은 중국군의 역량으로서도 익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한중관계가 사드 배치문제보다는 더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격앙된 상황이 좀 지나가면 타협점을 찾고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더 전향적으로 북핵과 북한에 대해 더 적극적인 조치를 중국이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중국 내의 공개적인 혹은 비공개적인 토론에서 전략파의 목소리가 전술파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마도 시진핑 주석이 한국의 조치에 대해 대단히 강한 심정적 불만과 불편함을 지니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중국 내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는 사드 문제를 전술적인 사안으로 평가 절하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 사드 강경 전략파 중심은 시진핑 주석

현재 중국의 외교안보 관련 주요 정책 결정은 기존의 절충과 합의를 중시하는 특성에서 벗어나, 시진핑 주석에게 보다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 판공실과 국가안전위원회는 시 주석의 입장에 크게 영향을 받는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정책 결정 상황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즉, 정책 결정에 있어서 한중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도자 개인의 판단과 의지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드 문제 해결에 있어 어려운 점과 동시에 그 실마리도 제공하고 있다.

◆ 사드 갈등 악화 땐 양국 모두 큰 손실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한중 양국의 지도자들은 너무나 많은 정치적이고 국내적인 자산을 투자하였다. 이를 쉽사리 거둬들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드 배치 문제의 원만한 해결도 이들 지도자들의 체면을 살려주는 묘안이어야 가능하다. 한쪽의 다른 한쪽에 대한 일방적 강요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물론 그 결과로 한국이 받는 타격이 중국에 비해 훨씬 클 것이다. 그 비용은 당장의 경제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북한문제 대응, 통일 문제 등에 보다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중국이 국가전략적인 사업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는 실제 향후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개연성이 크다. 중앙아시아로 나아가려는 서진(西進)전략은 중앙아시아의 중동화로 귀결될 개연성이 커 보인다. 그곳의 상황은 너무 복잡하다. 남중국해로 나아가려는 남진(南進)전략은 이미 국제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오히려 동북아와 북극해로의 협력이 더 가능성이 있다. 동북아에서 냉전 상황의 전개는 중국의 국가 발전 전략이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 된다면 동북 3성의 발전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결국 사드로 인한 한중의 충돌은 양국에 심각한 손실을 안길 뿐이다.

◆ 사드 관련 일방적 낙관론 근거 없어

사드 배치를 결정한 7.8조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에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단행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현 상태에서 충분한 소통과 이해 없이 사드 배치를 단행한다면 중국의 보복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비 및 이익 중심의 대 중국 접근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드 도입은 단지 우리의 필요라는 관점을 넘어 국제체제 차원의 이해 갈등이 불가피한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다. 국내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는 ‘낙관론’이나 ‘무시론’은 중국의 추가적인 반응을 촉진할 것이 분명하다.

◆ 한중 충돌 피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어

제안할 것은 상황관리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우선,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행위를 삼가는 것이다. 사드의 대(對)중국 군사적 효용성은 수년 내 무력화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에도 사드문제 때문에 한중관계를 희생하지 말라는 전략 메시지를 발하고, 동시에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음으로 중요(아마도 가장 핵심적인 대응)한 것은 사드 배치와 용도를 대(對)북한용에 한정 짓는 프레임을 유지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미국과 타결한 “북핵 대응 원칙, 1개 포대 미국 비용 배치”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추가적인 용도의 변경이나 배치 및 비용의 발생은 한국 정부와의 새로운 협상의 영역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이 현상변경은 한국의 안보 환경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고, 막대한 추가 예산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국회동의 사안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주한 미군의 안전에 대한 우려에 성의를 다하면서도, 중-러가 우려하는 사드의 대(對)중-러 견제용이라는 우려를 최소화하는 조치이며, 한국의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일 것이다.

◆ 사드 처리 잘 하면 중국의 대북 협력 이끌어낼 계기 될 수도

다음으로 9월 5일 한중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바대로, 성의를 다해 중국과 외교적 소통을 추진하고 동시에 한미중(韓美中) 간의 소통을 통해 3국의 전략적 이해를 반영하는 타협안을 도출할 것을 제안한다. 공개 대화가 어렵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측근들이 비공개로 만나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한국 정부의 논리인 ‘조건부 사드 배치론’은 중-러의 반대로 사실상 이미 용도 폐기됐다고 봐야 한다. 이는 중-러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어쨌든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는 오히려 중국의 대(對)북핵 협력을 이끌어 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국 내에서도 전술파들은 이에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중국의 국익도 한중 협력에 긴밀히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향후의 전략적 환경을 고려한다면 중국 측도 내키지는 않지만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어느 정도 살리면서 타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인식 아래 다대한 노력과 성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내년의 한반도 상황은 더 큰 내우외환에 시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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