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특별기고

한중 사드 충돌, 피할 묘책은 있다

하종대(河宗大) 동아일보, 논설위원|입력 2017-01-07 10:01
하종대 논설위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노골화한다지만 한류 등을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과 전세기 불허 등은 사실 별거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받은 타격은 훨씬 크다. 중국 현지의 한국 음식점 업주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액이 30∼50% 줄었다. 폐업했거나 가게를 내놓은 사람도 20∼30%에 이른다.

지난해 中관광객 26% 늘어

그러나 중국이 아직 주먹을 내민 것은 아니다. 중국과 자매결연한 161개 지방자치단체 중 지난해 사드로 결연을 끊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753만 명으로 전년보다 26% 늘었다. 대중(對中) 수출 역시 지난해 하반기 감소 폭이 줄었다.

한중이 사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사드가 양국 관계 전체를 뒤흔들 사안은 아니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AN/TPY-2)는 종말모드로 탐지 거리도 870km에 불과하다. 사드가 배치될 성주에서 베이징은커녕 중국 연안의 톈진도 탐지하지 못한다. 사드 레이더의 실제 식별 거리는 580km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구가 둥글어 1000km를 날아가면 60km 상공 위만 탐지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을 겨냥한다는 사드가 몰래 중국을 향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고정식인 사드 레이더 방향을 바꾸면 군사위성으로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중국은 2015년 현재 운용 중인 142개의 위성 중 군사정찰용이 55개나 된다.

사드가 북핵을 막지 못한다는 중국 측 주장은 일리가 있다. 사드 1기는 동시에 날아오는 3개의 미사일만 요격할 수 있다. 4개가 동시에 날아온다면 한 방은 그냥 맞아야 한다. 게다가 북한이 보유한 노동미사일은 300기에 이른다. 북한이 핵탄두를 수백 기로 늘린다면 사드를 수십 기 들여와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이거라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내년 도입이 확정된 PAC-3 미사일은 요격 가능 시간이 1∼3초에 불과하다. 요격 거리도 25km로 짧다. 반면 사드는 요격 시간은 50초 이상, 요격 거리도 40∼150km다. 한계가 있지만 사드만 한 무기도 없다.

중국은 사드 도입을 계기로 한국 미국 일본이 3각 동맹이 되어 중국과 대적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한다. 특히 미중(美中) 갈등이 격화하면 한국의 사드는 8시간 만에 탐지 거리 2000km인 전진모드(FBR)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의 이런 우려를 우리가 몽땅 무시할 바는 아니다. 특히 북핵 대처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이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드와 관련해 14억 국민 앞에서 3번이나 배치 반대를 천명했다. 한국 정부 역시 “사드 배치는 주권적 방어 조치”라고 여러 차례 맞받았다. 이대로 가면 수교 25주년이 되는 올해가 충돌과 보복의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한국인 자존심…중국인 체면

탈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자존심이 세고 중국인은 체면을 중시한다. 이런 국민성을 감안해 서로를 배려하면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사드 배치를 일부러 앞당기는 것은 중국인의 체면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주권 국가인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한국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다. 사드를 배치하면서도 중국의 참관을 허용한다든지,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앞에서는 자존심과 체면을 내세우더라도 뒤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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