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주열의 한중일 삼국지

"아프리카를 잡아라"-중일인(中日印) 3국 경쟁 치열

유주열(柳洲烈) 현) 한일협력위원회(KJCC) 사무총장 |입력 2016-10-11 06:10


지구의 마지막 남은 프런티어가 아프리카라고 한다. 지하자원은 풍부하고 여전히 개발은 되지 않은 아프리카가 최근 투자와 진출의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아시아 다음으로 넓고 세계인구의 15%인 12억 명이 살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5% 이상인 아프리카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 아프리카는 ‘추위가 없는 나라’라는 뜻

아프리카(Africa)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그리스인들은 BC 146년 로마가 카르타고를 점령한 뒤 이 곳을 APHRIKA(without cold)라고 불렀다. 이후 북아프리카를 점령한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는 북아프리카를 APRICA(sunny)라고 불렀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오랜 기간 서유럽이나 아시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17세기 이후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열강이 경쟁하듯 진출해 식민지로 전락한 뒤 아프리카의 발전은 더욱 지체됐다.

◆ 말라리아 풍토병으로 외교관들 고생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프리카는 줄줄이 독립했지만 발전은 더뎠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독립 후 세계 각국과 외교관계를 맺었지만 각국 외교관들은 가장 낙후된 아프리카로 근무 발령이 나는 걸 두려워했다. 외교관들이 가장 무서워한 것은 말라리아. 지금은 예방 및 치료약이 개발돼 크게 문제가 안 되지만 20세기만 하더라도 말라리아는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인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다. 따라서 아프리카 갈 때는 각국 정부는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기를 권했다. 예방약으로도 안심이 안 되어 서방 선진국 가운데엔 보통 2, 3년인 해외 근무를 아프리카에 한해 1년으로 줄여주는 나라도 있었다. 필자는 아프리카에서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출장이 잦았다. 그 때마다 ‘진 토닉’을 많이 마셨다. 주변 외교관들이 “‘진 토닉’은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개발된 술”이라며 아프리카 체류 시 이를 많이 마시길 권유했기 때문이다. 진 토닉에는 말라리아 예방과 치료에 쓰이는 퀴닌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덕분인지 아프리카 출장 기간 말라리아에 걸리진 않았다.

 
2013년 3월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자카야 키크웨테 당시 탄자니아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중국은 100억 달러 규모의 탄자니아 항구 개발 종합프로젝트에 투자키로 합의했다.

◆ 중일인(中日印) 3국 아프리카 진출 경쟁 치열

아프리카 진출에 가장 열심인 나라는 중국과 인도, 일본 등 3개국이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아프리카에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진출을 위해 ‘중국 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설치했다. 아프리카엔 산업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인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는 나라도 적지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중국 아프리카 협력포럼’에 참석해 2018년까지 600억 달러(6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의한 새로운 해상 실크로드인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는 인도양을 지나 아프리카 동부로 연결돼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인도는 아프리카와 인연이 깊다. 식민 모국인 영국과 함께 100년 전부터 아프리카에 진출해 철도 건설 등에 참여했다. 2015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인도 아프리카 정상회의(IAFS)’에서 나렌드라 모디 수상은 아프리카 인프라 건설을 위해 100억 달러(11조 원) 차관을 약속했다. 올 7월에는 모잠비크 남아공 탄자니아 케냐 등 인도양 연안 4국을 방문하여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올해 8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유엔에서 아프리카 한 표가 아쉬운 일본

일본도 이에 뒤질세라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 중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올해 8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일본과 아프리카 50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아프리카 개발회의(TICAD)’에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중국을 의식해서인지 일본도 2018년까지 300억 달러(33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유수의 기업인을 대동하여 아프리카를 방문한 아베 총리는 신뢰 높은 일본 기업의 이미지를 선전하면서 안정된 아프리카 건설을 주장했다. 중국의 양보다 일본의 질을 강조한 것이다. 1993년 일본 주도로 만들어진 아프리카개발회의는 당초 5년마다 일본에서 회의를 열었지만 최근엔 이를 3년으로 간격을 줄였다. 중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일본의 아프리카 중시 정책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은 유엔의 개혁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가맹국 193개국 중 아프리카에는 54개국 즉 전체의 25%가 넘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이 물라토 에티오피아 대통령(왼쪽에서 세번째)과 함께 코리아 에이드 에티오피아 출범식에 함께 참석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아프리카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 뒤늦은 한국, 따라잡을까?

올 5월 박근혜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3국 순방에서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을 출범시켜 맞춤형 지원 사업을 개시했다. 지난달에는 서울에서 한국과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국제 포럼이 개최됐다. 이 포럼에서 아프리카 측 참석자들은 아시아의 최빈국에서 단기간에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의 ‘새마을 운동’ ‘한강의 기적’ 등을 아프리카에도 접목시켜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우리는 아프리카 진출에 있어 협력기반이 미약한 후발주자다. 게다가 중국 일본 인도처럼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제국주의 시대 열강에 의해 식민지가 된 경험을 아프리카 54개국과 공유하고 있다. 아프리카 나라들이 한국의 경제 발전의 성공 신화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점이 바로 이 때문이다. 단순히 선진국의 원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자신들도 한국처럼 노력하면 선진국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한국과의 경험 공유를 바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꼭 대규모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아프리카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도 '한강의 기적'이 재현될 수 있도록 한국은 교육 문화 지식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키워 우리에게 맞는 아프리카 지원사업을 개발 중이다.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아프리카의 잠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부상하는 아프리카의 위상을 감안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전략적 협력을 다져야 할 때다. 21세기 후반엔  ‘아프리카를 얻는 자가 세계를 얻는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5, 6월 아프리카 3개국(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을 순방하면서 처음 선보인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 개발협력과 문화외교(K 팝과 전통문화 공연 등)를 결합한 새로운 방식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보건 음식 문화요소를 갖춘 차량을 이용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음식 4대, 문화 1대, 지원차량 2대 등 총 10대의 차량을 활용해 올해 5, 6월 아프리카에서 시범실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에이드 출범식 및 문화공연 하이라이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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