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주열의 한중일 삼국지

윤왕기 자주 만나라!

유주열(柳洲烈) 현) 한일협력위원회(KJCC) 사무총장 |입력 2016-08-31 19:08
손잡는 한중일 외교장관. 오른쪽부터 윤병세 외교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본외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

◆한중일 3국 관계, 한중↔일 구도에서 한일↔중 구도로

한중일 3국의 외교 풍향이 달라졌다. 조금 전만해도 역사공조의 이름으로 한국과 중국이 협력하여 일본을 압박하는 상황이었으나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의 가속화와 고도화로 한일은 안보 공조로 중국의 협력을 구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양국의 현안이던 일본군위안부문제가 합의되면서 한일관계는 점차 개선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7월 28일 ‘화해치유재단’이 공식 출범하였고 일본은 주한 일본대사관의 소녀상 이전에 연계하지 않고 재단출연금 10억 엔 출연을 각의에서 결정하였다.
반면에 한중관계는 한랭기류가 계속 흐르고 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시스템(사드 THAAD) 배치 결정을 두고 중국의 반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북한을 감싸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소집한 8월 초 유엔 안보리에서 사드 문제를 들어 북한의 규탄성명을 무산시켰다.

중국의 패권적 야욕의 민낯이 들어 남에 따라 국제적인 여론은 물론 한국내의 중국여론도 크게 나빠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그간 축복으로 평가 되었던 한중관계가 안보 앞에는 아침 안개처럼 실체가 없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중일관계도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7월12일 발표된 남중국해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에 승복하라는 일본의 반응에 대한 불만으로, 센카쿠(尖閣)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의 일본 영해에 해양경비정을 수차 침범시켜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한중일 외교장관의 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일본으로서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작년의 서울에 이어 금년 하반기에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일본으로서 이에 대한 준비로 중국을 배려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아베(安倍) 수상과 신임 이나다(稻田) 방위상의 연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다.

◆ 항저우 G20 회의, 3국 간 문제 풀 좋은 계기

중국의 경우에도 이번 9.4, 5일간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 관련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3국 외교장관 회담이 필요했다. 남중국해의 자유항행,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 한국의 사드 배치 등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이 마주 앉아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8월 24일 도쿄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이 어렵사리 개최되었다. 마침 그날 북한의 김정은은 이에 항의라도 하는 듯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발사 500km 비행을 성공시켰다.
북한의 변치 않은 도발 근성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도 분노케 하였다. 지난 8월 26일 유엔 안보리 북한 규탄성명 채택에서 8월 초와 달리 중국의 동의를 받아 낸 것은 도쿄의 외교장관 회담의 효과로도 볼 수 있다.
윤병세, 왕이(王毅), 기시다(岸田) 3국의 외교장관 ‘윤왕기’는 자주 만나야 한다. ‘윤왕기’가 처해 있는 동북아 정세는 예측불허의 김정은 정권에 의해 날로 요동치고 있다. 특히 왕이 외교부장의 역할이 점점 커 갈 것 같다.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일본 문화, 마음까지 아는 일본통

필자는 오랜 중국 대사관 근무로 왕이 부장을 부장조리(차관보) 시절부터 보아왔다. 왕이 부장은 일본어가 능통하다. 대학(二外)에서 일본어를 전공하여 일본어 특기자로 외교부에 발탁되었다. 입부 직후 후야오방(胡耀邦) 총서기의 방일을 수행하였다.

‌왕이 부장은 일본어뿐만이 아니라 일본문화와 일본인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후 총서기의 방일시 연설문을 담당하였는데 그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될 정도로 명문이었다고 한다.

‌그 후 주일본 대사관 참사관 등 지내고 나중에는 주일본 대사까지 역임하였다. 일본에 대한 깊은 이해로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의 명예박사를 받았다.

왕이 부장은 고교를 졸업 후 문화대혁명으로 헤이룽장성(黑龍江省)에 수년간 하방(下放)된 적이 있다. 왕이 부장은 외교부의 다른 간부보다 한반도 문제도 잘 이해하고 6자회담의 대표도 지냈다.

왕이 부장은 중국의 지도부에서 일본을 가장 잘 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통이다. 친일파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일본을 의식적으로 비판한다는 분석도 있다.

‌시진핑(習近平)주석은 미일관계를 양제츠(楊潔箎) 국무위원(부수상급)과 왕이 부장의 양두마차로 수행한다고 한다. 내년 가을 당 대회에서 지도부가 대폭 바뀐다. 왕이 부장은 정년에 걸리는 양제츠 국무위원의 후임이 되는 것이 우선의 목표로 보인다. 따라서 왕이 부장은 국내용일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 강경발언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일 3국은 영토문제며 역사적 민족주의로 얽혀 있는 것이 많다. 중국의 최고 지도부 특히 군부에서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갈등관계를 중시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전통적인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미련도 남아 있다.

◆ 어려운 양자 회담보다 손쉬운 3자 회담

양자 회담이 어려울 수 있는 점이다. 그러나 3자 회담은 다자 차원이 되어 서로 만나기 쉬운 점이 있다. 일단 만나면 풀어야 문제는 테이블 위에 올리면 된다. 3국은 환경문제 등 연성(軟性) 이슈도 많이 얽혀 있다. 한국과 일본을 잘 알고 동북아 정세 변화에 열쇠를 쥐고 있는 왕이 부장을 자주 불러냄으로써 ‘윤왕기’는 주기적으로 자주 만나야 한다. 누군가 “외교는 타협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유주열 한일협력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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