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일의 중국 비즈니스 오해와 진실

중국 장기 연휴, 업체 농간 피하려면?

유일(劉一) 여의주식회사 상임고문 |입력 2016-10-10 05:10
중국 공장의 아침 조회 모습.
중국 사람들에게 중국을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지대물박(地大物博)이다. 1793년 중국과의 무역 통로를 개척하라는 영국 조지 3세의 특명을 받고 온 조지 매카트니(1737~1806) 백작에게 청나라의 건륭(乾隆·1711~1799, 재위 기간: 1735~1795) 황제가 한 말이 바로 지대물박이다. 중국은 땅은 넓고 물산은 풍부해 영국 등 유럽의 제조품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200여 년 전 이런 우둔함으로 쇄국정책을 펴다가 결국 서양과 일본의 침략을 받고 무너진 청조의 이 말을 신봉하는 중국인은 현재 거의 없다.

◆ 지대물박(地大物博) 중국, 중요 전통명절 기념일은 7일씩 쉬어

하지만 세계에서 러시아, 캐나다, 미국 다음으로 영토가 큰 중국에서는 종횡무진으로 고속철도망이 완성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고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1박2일 또는 2박3일이 걸리기 일쑤였다. 열차를 타고 가서 다시 대형버스를 타고, 다시 택시나 시내버스, 승합차, 오토바이로 한 두 번 갈아타야 고향 집에 도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정부가 선포한 3일의 법정연휴로는 수천km 떨어진 고향을 다녀올 수 있는 휴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3일 연휴의 경우 앞뒤 토·일 공휴일을 붙여 7일간 쉬고 전주와 다음 주의 토·일에는 일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중국의 춘제(春節)와 국경절(國慶節)에 각각 7일씩 쉬는 것도 바로 앞뒤 토·일요일엔 모두 일하기 때문이다. 공식 연휴는 3일뿐인 셈이다.

춘제 연휴 광저우 역의 모습.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 “일주일 푹 쉬라” 중국 정부, 소비 진작 위해 교통 편리해진 뒤에도 7일 연휴 고수

베이징(北京)에서 톈진(天津) 115km를 30분에 주파하고, 13시간 걸리던 베이징~상하이 1318km를 4시간 48분 만에 달리는 고속철도가 놓인 뒤에도 중국 정부는 7일 연휴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 비록 교통은 편리해져 오지가 아니라면 하루 안에 고향에 갈 수 있지만 7일 연휴 정책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7일 연휴가 돼야 고향에도 가고, 국내 및 해외여행도 가서 소비가 살아나 결국 경제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돈을 벌면 모두 장궤(長櫃)에 넣어버리고 절대로 호주머니를 열지 않는 중국인의 금고를 열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고육책이다.

주요 국가의 휴일수와 비교해 보더라도 중국의 연휴는 유난히 길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법정공휴일 외의 공휴일은 별로 없고 각 기업이 자체적인 판단으로 휴가를 시행하며, 프랑스는 여름휴가를 4주 이상 즐기는 경우가 있으므로 비교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중국의 연휴는 종류도 많고 기간도 긴 편이다.

‌주요 국가 이틀 이상 연휴 비교

◆ “7일 연휴 일 시키려면 돈 더 줘야. 납품가 올려 달라” 갑작스런 황당 요구

이처럼 7일 연휴가 2번이나 되고 3일 연휴는 5번이나 되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기업인을 가끔 볼 수 있다. 중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바이어들은 이런 휴일을 끼고 물건을 주문했다가는 중국인 파트너 사업가의 기만술에 걸려 손해를 보기 쉽다.

바퀴가 달린 가방을 제조해서 미국의 유명가방브랜드 S사에 납품하는 설(薛)모 사장(52)은 해마다 10월 1일 국경절이 다가오면 몇 년 전에 겪었던 일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는 추석을 앞두고 중국 장쑤(江蘇) 성의 우시(無錫)에 있는 공장에 제법 큰 물량의 가방부품을 생산을 맡겼다. 중국의 현지 공장을 몇 번씩 직접 방문하고 가끔은 사전에 예고도 없이 찾아가 생산능력이나 품질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설 사장은 처음엔 소량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확신이 서자 추석을 앞두고 대량 주문을 줬던 것. 당황한 것은 9월 중순의 일이었다. 보름 뒤 시작되는 국경절 연휴(10월 1~7일) 때 공장의 종업원들을 쉬지 못하게 하고 일을 시키려면 돈을 더 줘야 하니 계약된 금액 외에 추가 대금을 즉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계약서에는 납품일자가 명시돼 있고 납품 지연에 따른 배상조항(하루 늦을 때마다 계약액의 0.5%를 차감)도 들어 있었지만 중국회사의 사장은 “돈을 더 주지 않으면 일을 시킬 수 없다”며 막무가내였다. 문제는 이 부품이 오지 않으면 완제품 납기일을 맞출 수 없었다. 결국 돈을 더 주고 납기일을 맞출 수 있도록 돈을 더 보내주는 수밖에 없었다.

가방은 다양한 나라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을 가져다 한 곳에서 조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바퀴는 가방의 가장 중요한 부품.
◆ 대개 중소기업이 피해 대상, 대기업은 거의 없어

이런 문제를 모든 기업이 겪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중국에 물건을 발주한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의 경우엔 중국 기업도 감히 이런 수작을 부리려 하지 못한다. 비록 외국기업이지만 대기업이 갖고 있는 영향력과 이 기업과 향후 거래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문제가 발생해 중국의 중앙 또는 지방 정부가 개입하였을 때 중국의 해당 기업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서 물건을 발주한 한국인 업체의 잘못은 아니다. 중국 업체의 요구를 거부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 따지기로 하면 중국 법정에 선다 해도 패소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자신의 사업에 커다란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설 사장의 경우 어떤 사람은 ‘일단 주고 나서 마지막 송금할 때 미리 준 돈을 빼버려라’는 주변의 조언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쉽게 그러기도 어려웠다.

◆ 어떻게 하면 이런 피해 피할 수 있나?

이런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계약서에 ‘중화인민공화국의 휴일은 납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라는 특약조항을 넣는 게 가장 안전하다. 미리 이런 조항을 넣어서 계약을 하면 상대도 이런 꼼수를 쓰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된다. 만약 특약사항에 이런 조항을 넣지 못했다면 뒤늦게라도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당신들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쉬는가?’를 물어 납기를 맞출 수 있는지를 재확인하고 만약에 불가능하다면 미리 발주 대상 업체를 추가하거나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의 한 업체에 대량 물건을 주문해야 할 때는 미리 수량을 나눠 여러 나라의 공장에 주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중국보다 값싼 노동력으로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적잖이 있다. 이렇게 여러 곳에 동시에 주문했다는 사실을 중국 업체가 알게 되면 이런 농간을 부릴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한다.

◆ “어제 합의한 계약, 오늘 더 좋은 다른 조건 나오면 바로 계약 바꾸기도”

국제적 룰과 기준을 잘 지키는 중국의 대기업과는 달리 중국의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과거처럼 해외기업과의 계약까지도 반드시 엄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지 않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자가 나타나면 언제 어떤 계약을 했느냐는 듯이 바꾸기고 한다. 이는 외국 업체를 대상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 사업체끼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장기 거래를 통한 이익을 생각하는 것보다 일반 눈앞의 큰 이익을 중시하는 셈이다.

이미 확정된 계약도 자기에게 유리하거나 우세한 상황이나 시점이 오면 새로운 제안을 들이밀어 더 좋은 협상 결과를 얻어내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기도 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반드시 엄수해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한 생각이 다른 셈이다.
물론 중국의 중소업체가 모두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꼼수를 쓰는 중소기업이 가끔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이다. 이런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차이를 알고 사업과 계약에 임한다면 설령 이런 연휴를 활용한 농간에 갑자기 부닥친다 할지라도 당황하지 않고 손해를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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