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광종의 한자와 중국어

기로(岐路)에서 망양(亡羊)한다면?

유광종(劉光鍾)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입력 2016-09-10 18:09
기로(岐路)

기로는 곧 갈림길이다. “인생의 기로에 섰다”라거나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등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사람의 삶은 늘 그런 갈림길에 접어든다. 이리 갈까, 아니면 저리 갈까. 한 번 발을 들여놓은 길, 멈춰 돌아가기에는 버겁다. 되돌아온들 달리 뾰족한 방법도 없다.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좋은 길, 내가 가야 하는 길로 걸음을 옮겨야 한다. 갈림이라는 뜻의 ‘기(岐)’와 길이라는 새김의 ‘로(路)’를 엮어 만든 단어다.

◆양주의 기로망양(岐路亡羊)에서 유래


양주(楊朱)라는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사상가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그를 극단적인 쾌락주의자라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가 갈림길에 관해 꽤 깊은 사색을 펼쳐 보인 장면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한반도 버전의 속담이 예서 유래했다.
그의 이웃이 양(羊)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 친지와 하인들을 동원해 양 찾기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나섰지만 그들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양주가 “왜 양을 찾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데 도대체 어느 길로 가서 양을 찾아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양주는 그런 대답을 듣고 어두운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고 했다.

◆기로망양(岐路亡羊)의 양은 진실을 의미

이 양주의 일화는 <열자(列子)>라는 책에 등장한다. 갈림길이 많아 결국 양을 찾지 못했다는 말을 들은 양주의 이어지는 깊은 사색이 눈길을 끈다. 그의 일화는 ‘갈림길에서 양을 잃어버리다’라는 뜻의 ‘기로망양(岐路亡羊)’이라는 성어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진다.
여기서 잃어버린 양은 내가 종국에 이르러야 하는 목적 또는 진실을 의미한다. 길은 그를 찾기 위한 방도이자, 방편이다. 따라서 방법을 제대로 모색하지 못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진실에 도달할 수 없는 법이다. ‘기로망양’은 제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예시하는 성어다.

◆북한 5차 핵실험, 한국으로선 전략적 기로(岐路)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이 잇따라 벌어지는 요즘이다. 어떻게 해서든 대량 살상력을 지닌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높이려 안간힘이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으로 한국사회를 불안으로 몰아가더니, 급기야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말았다. 북한 핵의 기정사실화로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갈림길에 접어들 분위기다.
핵무장으로 들어서는 좁고 어두운 갈림길에서 북한이 취한 행동은 이제 명확해졌다. 가일층 핵무장을 추진하면서 전략적 불균형을 제고해 제 뜻대로 동북아 정세를 이끌어가려는 의도다. 이 점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로에 서는 상황을 맞이하도록 했다.
새로 맞은 그 갈림길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는 어쩌면 양주의 일화에 등장하는 한 마리의 중요한 양(羊)이다. 그 양은 울타리를 뛰쳐나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사라졌다. ‘이제 다시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라는 각오로 나서면 ‘양을 잃었어도 외양간을 고치라’는 뜻의 ‘망양보뢰(亡羊補牢)’다.

◆북핵 억제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 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의 안보를 형성하는 다른 나머지의 양을 잃을 염려는 없을까. 뛰쳐나간 양을 찾아오려면 우리는 어떤 길로 가야 할까. 다음의 우리에게 닥칠 기로는 무엇일까. 국가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큰 방향을 놓치지는 않았을까. 잠시 잘못 접어든 갈림길에서도 전체를 돌아보며 스스로 고쳐야 할 우리 마음속의 ‘외양간’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이다.

<한자 풀이>
岐: 山이라는 글자와 갈래를 뜻하는 支가 합쳐졌다. 갈림길을 자연스레 의미한다. 중국 산의 이름이기도 하다. 止와 支를 합성한 ‘歧’라는 글자를 사용할 수도 있다.
路: 길을 뜻한다.
亡: ‘잃어버리다’는 의미.
羊: 가축 이름이다. 동양의 고전에서는 가끔 진리 또는 진실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인다.
補: 보완하다는 뜻.

<중국어>
-‘기로’에 관한 중국 단어
歧路 qí lù 또는 歧途 qí tú
岔路 chà lù (岔는 산 또는 산맥, 하천 또는 길의 갈래가 나뉘는 곳)
岔道 chàdào 옳은 길, 즉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잘못된 길.
小道 xiǎodào 비정상적인 경로(經路)

-관련 단어
分歧 fēn qí: 사고방식, 의견 상의 불일치 또는 차이
歧视 qí shì: 사람의 여러 조건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하다’

-관련 성어
歧路亡羊 qí lù wáng yáng
多歧亡羊 duō qí wáng yáng (이상 ‘갈림길에서 양을 잃다’)
误入歧途 wù rù qí tú: 잘못된 길로 접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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