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주열의 한중일 삼국지

한중일 3국의 추석 어떻게 다를까?

유주열(柳洲烈) 현) 한일협력위원회(KJCC) 사무총장 |입력 2016-09-14 04:09
추석을 맞아 중국 쑤저우의 한 가게에서 웨빙을 만들고 있다. 사진출처 쑤저우=신화사
양력 8월 15일 일본인들은 신사나 큰 절에서 만든 망대 주위로 모여 춤을 추는 오봉도리 행사를 갖는다. 사진출처 유튜브
한중일 추석 어떻게 지낼까?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추석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외교관으로서 이웃 양국에서 근무한 필자로서는 같은 동양문화권으로서 ‘같은 듯 하면서도 서로 다른 추석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 중국 중추제(中秋節·仲秋節)-2008년부터 공휴일로

중국은 추석을 중추제라 부른다. 춘하추동 4계절을 초(初) 중(仲) 만(晩)으로 구분하여 가을의 경우에도 초추(初秋) 중추(仲秋) 만추(晩秋)로 나눠 부른다. 중추제는 음력 8월 15일 가을의 한 가운데를 기린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때가 농업사회에서는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다.
중추제는 설날(1.1 春節·춘제) 정월대보름(1.15 元宵節·위안샤오제)과 함께 3대 명절 중 하나다. 춘제(春節)는 과거부터 3일 연휴였지만 중추제는 2008년에서야 비로소 하루 공휴일로 지정됐다.

◆ 한족을 단합시킨 웨빙(月餠)

민족 대이동을 하는 춘제와는 달리 중추제에는 비교적 간소하게 웨빙을 주고받으며 명절 기분을 낸다. 중국에서 근무할 때 중국인 지인에게서 웨빙을 선물받곤 했는데 단팥소가 너무 달아 맛있게 먹지는 못했던 기억이 난다.
웨빙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가끔 뇌물로도 사용돼 중국 정부는 최근 부패 근절 방침을 내려 고급 웨빙을 못 만들게 금지했다. 웨빙의 기본은 밀가루 빵에 단팥소, 대추 등 말린 과일을 넣어 둥글게 만든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의 송편처럼 웨빙을 먹어야 중추제를 제대로 지낸다고 느낀다. 우리의 송편과 중국의 웨빙은 달(月)의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웨빙은 둥근 달이고 송편은 반달이다.
중국 사람들은 가득 찬 것을 좋아하여 달도 보름달(滿月 full moon)을 좋아한다. 중국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술잔의 술이 줄어들면 반드시 누군가가 첨잔을 해서 채워 놓는다. 중국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원만(圓滿)’라는 말은 둥글고 가득 찬 모습을 말한다. 가족의 화목이나 회사의 발전도 원만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중에서도 벤츠나 아우디가 특히 인기 있는 것은 상표가 원(圓)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웨빙은 한족(漢族)의 저항정신과 연결돼 있다. 몽골의 원(元)나라가 중국을 지배하고 있을 때 끊임없는 한족의 저항을 받아 결국 100년을 넘기지 못하고 멸망했다. 당시 몽골의 압제에 신음하던 한족들은 몽골인은 먹지 않는 웨빙 속에 반원거병(反元擧兵)의 비밀메시지를 넣어 몽골 관헌의 눈을 피해 봉기를 하였다고 한다.

◆ 일본의 추석, 오봉-음력 대신 양력으로 쇠어 

주일 도쿄대사관에 근무할 때 8월 15일 광복절을 끼워 여름휴가를 준비했다. 자동차로 일본의 주요 역사 유적지를 둘러볼 요량으로 일본인 지인과 상의했더니 그는 “오봉데스요! 오봉! (오봉입니다! 오봉!)”하고 놀랜다.
일본은 추석을 양력 8월 15일 전후에 지내면서 ‘오봉’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추석처럼 민족대이동이 이루어지는 기간이다. 도로가 막히기 때문에 자동차 여행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이때는 항공기 기차 등도 예약이 꽉 차서 외국인들은 이 기간에는 움직이지 말고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오봉 때에는 흩어진 가족이 모여 ‘하카(墓)마이리’라고 부르는 성묘를 하고 지역에 따라 조상신을 위로하는 ‘봉오도리’라는 축제를 준비한다. ‘봉오도리’에는 가벼운 여름옷을 입은 남녀노소가 함께 춤을 추면서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것 같았다.
지인에 따르면 오봉은 우란분회(盂蘭盆會)을 줄여 말하는 것으로 우란분회는 불교행사의 하나라고 한다. ‘우란’은 고대 인도 페르시아어의 음역으로 본래의 의미는 ‘조상의 영혼’이라고 한다. 분(盆)은 조상에게 드리는 음식을 담는 용기를 말한다.

◆ 불교행사로 바뀐 일본 추석

과거 일본에서는 음력 7월 1일이 되면 저승 문이 열렸다가 중원(中元)으로 부르는 7월 15일에 다시 닫힌다고 믿었다. 그 기간에 조상의 영혼이 외출할 수 있어 이때 각 가정에서는 조상을 맞이하여 음식을 공양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조상 공양의 풍습이 친지나 거래처 등 평소에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관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러한 선물을 중원(中元)을 전후하여 주고받는다 하여 일본 사람들은 이를 ‘오주껜(お中元)’이라 부른다.
일본에 살다가 느낀 것은 메이지(明治)유신 이래 과거 음력을 모두 양력으로 바뀌어 달(月)과 관련되는 전통 행사도 양력으로 바뀌어 필자가 보기엔 혼란스러워 보였다. 추석은 본래 음력 8월 15일이지만 양력으로 맞춰 쇠다 보니 달과 관련이 없게 된다. 우리와 같은 추석의 개념이 없어진 것이다.
한반도의 추석은 과거 신라시대부터 있었다고 중국의 역사서에 기록돼 있다. 신라의 문화가 일본에 전달되어 일본에도 추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실한 불교신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일본을 260년간 지배하면서 일본이 불교국가로 되다 보니 민속적인 추석보다 불교의 행사의 일환으로 바뀐 것 같다.
추석은 음력에서 나온다. 음력을 제한적으로도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은 보름달의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음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일본은 사실 추석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보름달이 뜨고 다소 시원해진 이맘 때 일본 어디에서도 추석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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