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중국에서 살아보니…

카톡엔 없고, 중국 위챗엔 있다?

김보형(金保亨) 킹앤우드맬리슨스 파트너 |입력 2017-02-11 05:02
월간 사용자수 8억600만 명, 사용자의 55%가 하루 1시간 이상 사용, 61%가 매일 11번 이상 사용. 2011년 출시 후 6년이 채 안 된 중국의 국민메신저 위챗의 위상이다.

“명함 NO, 내가 스캔할 게요.”

중국에서는 이제 공식적인 비즈니스 미팅이 아니라면, 명함보다 위챗 친구 맺기로 연락처를 교환한다. 사교모임에서 만난 중국인이 핸드폰을 내밀며 “워사오니(我扫你)”라고 말할 때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는 외국인을 종종 보게 된다. 여기서 ‘워사오니’는 ‘내가 너의 QR코드를 스캔할 게’라는 뜻이다. 위챗 친구맺기가 QR코드를 스캔하여 자동 전송되는 친구신청을 수락하는 것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단체일 경우에는 위챗 '친구찾기 레이더(雷达加朋友)’를 돌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한 번에 친구를 맺는다. 첫 만남에서 예의바르게 명함을 내미는 것은 상황에 따라 구식으로 치부된다.

위챗 없이는 못 살아

이제 중국인은 위챗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챗은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페이스북, 구글, 페이팔, 아마존을 모두 합쳐놓은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으며 ‘슈퍼앱’이라 불린다. 위챗 결제는 개개인간의 이체는 물론, 구내식당과 상점, 노점상마저도 영수증에 찍힌 QR코드 또는 점원의 핸드폰을 스캔하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해결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콜택시, 모바일 쇼핑, 배달, 미디어콘텐츠, 재테크, 공과금 납부 그리고 식당, 영화, 병원 등의 예약에 비자신청까지, 위챗으로 못하는 것이 없다. 최근에는 필요한 앱을 일일이 앱스토어에서 찾아 다운로드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샤오청쉬(小程序)’라는 서비스도 출시했다. 메시징을 넘어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극대화한 것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카톡을 넘어선 위챗

위챗 홈페이지. "위챗은 하나의 생활방식이다."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사실 플랫폼 전략을 가장 먼저 주창한 것은 카카오톡이다. 텐센트가 2012년 720억을 투자하여 카카오톡의 2대 주주가 되었을 때만해도, 카카오톡의 플랫폼 전략과 우수한 기능을 후발주자인 위챗으로 이전하려는 의도로 여겨졌다. 5년여가 지난 현재, 위챗은 명실공이 플랫폼 전략의 맹주로 자리매김 했고, 카카오톡이 그런 위챗을 허겁지겁 뒤쫓는 모양새다.

카톡에는 있고, 위챗에는 없다.

그런 위챗에는 카카오톡이나 다른 메시징 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 몇 가지가 빠져 있다.

첫째 자동 친구추가 기능이다. 핸드폰에 연락처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친구 추가가 되는 카카오톡과 달리, 위챗의 경우 반드시 친구신청과 상대방의 수락을 거쳐야만 한다.

둘째 카카오톡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핸드폰 없이도 PC버전에 로그인이 가능한 반면, 위챗은 핸드폰으로 로그인 확인을 해야만 PC버전 로그인이 가능하다.

셋째 핸드폰으로 확인했던 과거 대화기록을 PC버전으로 확인 가능한 카카오톡과 달리, 위챗의 PC버전은 로그인 이후의 내용만을 열람할 수 있다.

넷째 카카오톡은 메시지 옆에 작은 숫자가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것으로 상대방이 나의 메시지를 확인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위챗은 그런 기능이 없다.


기술적으로 매우 단순해 보이는 이런 기능이 왜 위챗에는 없을까? 카카오톡의 2대주주인 위챗이 이런 기능을 모를 리 만무하다. 정답은 의도적으로 그런 기능을 뺀 것이다. 이는 ‘혹시 남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 보이려 하지 않으려는 중국인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PC버전에 로그인할 때마다, 화면의 핸드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로그인 인증을 해야 한다.
온라인 속의 담장

중국인들의 프라이버시 의식은 한국보다 훨씬 강하다. 사생활은 물론 자신의 생각이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매우 조심한다. 그런 의식은 전통가옥의 형태에도 반영됐다. 이어령 선생은 ‘흙 속의 저 바람’이라는 칼럼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프라이버시 의식의 차이가 각 국의 담벼락의 높이로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담벽은 집보다도 높은 것이다. 아무리 발돋움해도 그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다. 중국인들은 개개인이 모두 그들의 성벽을 지니고 산다. (중략) 일본은 담은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개방형이다. (중략) 한국의 돌담은 폐쇄와 개방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밖에서 들여다보면 그 내부가 반쯤 들여다보인다.”

중국의 전통가옥인 사합원(四合院)은 높은 담벼락으로도 부족했는지, 대문 안쪽에 영벽(影壁) 또는 병풍장(屛風牆)이라 불리는 커다란 벽을 설치하여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했다. 외부의 안 좋은 기운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풍수적인 설명도 있지만, 외부사람이 집안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도록 하는 장막으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을 만큼 높은 중국의 담벼락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설치된 사합원의 영벽
위챗은 중국인의 프라이버시 문화를 반영하여, 모바일 속의 ‘담장’ 또는 ‘영벽’을 설치한 것은 아닐까? ‘없앰’으로 만들어진 프라이버시라는 ‘담장’ 말이다. 카톡에는 없고, 위챗에는 있는 그것. 우리기업이 중국시장을 겨냥한 상품을 개발할 때 한번쯤 고민해 볼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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