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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자동차 구입 ‘하늘 별 따기’…주재원 3년 어떡하지?

김보형(金保亨) 킹앤우드맬리슨스 파트너 |입력 2016-10-14 04:10
요즘 중국에서 자동차를 사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서 차를 사기란 ‘하늘 별 따기’다. 중국 정부가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연간 신규 허용 자동차 수량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때문이다.

◆ 베이징 등록 차량 561만 대…서울 3배 육박

올해 7월 현재 베이징의 차량은 561만대. 올 6월 서울시 등록 차량 307만9041대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숫자다. 400만 대가 넘는 충칭(重慶)이나 300만 대를 넘어선 청두(成都)나 선전(深圳), 상하이보다 훨씬 많다. 중국 전체 자동차 보유대수는 올해 3월말 현재 1억7900만 대다. 중국은 현재 속도로 볼 때 2020년이면 2억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래서인지 베이징은 말 그대로 ‘교통지옥’이다. 도심을 통과해 동서나 남북을 지나려면 반나절을 써야 한다.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회사원과 공무원들은 회의 장소를 잡을 때마다 자신의 사무실로 잡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과 경쟁을 벌인다. 누구의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느냐에 따라 한나절을 도로에서 버리느냐, 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2008년부터 5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다. 올해 10월 10일부터 일부 도로부터 실시하기 시작한 버스전용차로 때문에 승용차는 길이 더 막히게 됐다.


10월11일 출근길. 희뿌연 스모그와 늘어선 차량이 베이징의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을 보여준다.
10월11일 베이징 도심의 오염지수는 200을 넘었다. 심한 경우 500을 넘을 때도 많다.
◆ 교통지옥에 스모그 심각, 걸핏하면 등교 중단

중국의 대기오염은 전 세계 최고다. 중국인들은 매일 모바일로 그 날의 대기오염 정도를 확인한다. 심하다 싶으면 외부출입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중국정부는 올해 초 스모그를 법정 기상재해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스모그 경보 발령 시 교통 제한, 출퇴근 시간 조정, 휴업·휴교, 생산 중단 등의 긴급조치가 일괄적으로 시행된다.

대기오염 및 교통체증 상황이 심각해지자 베이징 시 정부는 2011년부터 차량 증가 제한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등록세를 감면해주는 등 차량 소유 독려 정책을 사용했던 때와 완전 딴판인 정책이다.

◆ 베이징, 연간 차량 증가 10만 대로 제한


베이징 시가 그동안 연간 허용한 차량 증가 대수는 약 15만 대. 그러나 이것도 많다고 생각했는지 올해 7월부터는 연간 허용 대수를 10만대로 줄였다. 베이징 시는 내년 말까지 600만 대, 2020년까지는 630만 대 이하로 자동차 보유대수를 제한키로 했다.

야호하오(搖號)라고 불리는 차량 번호판 추첨제를 실시 중인 도시는 올해 현재 베이징과 꾸이양(貴陽) 등 2개 도시. 상하이 톈진(天津) 항저우(杭州) 광저우(廣州) 선전 등 5개 도시는 번호판을 수량을 제한하는 추첨제 대신 경매제를 실시 중이다. 청두 등 대도시는 아직 차량 증가 제한 정책을 쓰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경매 또는 추첨제를 실시하는 도시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 번호판 당첨 로또 복권…경쟁률 733대 1


하지만 차량 사는 걸 원하는 사람은 많고 허용하는 번호판은 적다 보니 번호판 확보는 ‘로또 당첨’에 비유된다. 8월 31일자 펑황차이정(鳳凰財政)에 따르면 베이징 시의 8월 기준 번호판 당첨 확률은 0.136%. 경쟁률로 따지면 733대 1로 번호판 신청자 10만 명당 136명만 번호판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번호판을 경매제로 파는 상하이 시의 번호판 가격은 현재 8만~9만 위안(약 1320만~1490만 원)을 호가한다. 웬만한 소형차 한 대 가격과 맞먹는다.


차량 번호판은 베이징에서는 추첨제, 상하이에서는 경매제로 발급된다.
그러나 이런 로또당첨과 같은 기회도 모든 시민에게 모두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베이징의 경우 5년 이상 베이징 시에 거주한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증명서엔 5년간 사회보장비와 세금을 연속적으로 냈다는 기록이 포함돼야 한다. 외국인이라면 다소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1년 이상 거주했다는 조건만 갖춰지면 가능하다. 홍콩(香港)과 마카오(澳門) 역시 대만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과 똑같은 특혜 조건이 주어진다.

한번 떨어진다고 해서 매번 신청할 필요는 없다. 6개월간은 신청 사실이 자동 연장된다. 연속 당첨되지 않으면 3배까지 당첨확률을 높여준다. 하지만 700대 1이 넘는 경쟁률이 효과가 큰 것은 아니다. 번호판이 당첨됐는데도 6개월 내에 차량을 사지 않으면 당첨이 취소된다.

◆ 번호판 실명제…매매 양도 불가

그렇다고 당첨된 번호판을 남에게 팔수도 없다. 번호판 당첨은 실명제로 다른 사람에 양도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차량을 남에게 팔더라도 번호판을 팔 수 없다. 스스로 차량을 사지 않는다면 번호판은 반납해야 한다. 이는 부부 간에도 마찬가지다. 이혼할 때 번호판을 10만 위안(차량 6만 위안, 번호판 4만 위안)에 아내에게 넘겼던 남편은 나중에 법원으로부터 “차량과 번호판의 매매계약은 무효다”라는 판결을 받아야 했다. 또 중고차를 사든, 새 차를 사든 차량을 사려는 사람은 반드시 구입 전에 번호판을 신청해 추첨을 통해 당첨돼야 한다.


베이징에서 번호판 당첨은 ‘하늘의 별따기’ 또는 ‘로또당첨’에 비유된다.
이처럼 차량 번호판 당첨이 어렵다 보니 베이징에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지인의 차량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무나 회사 업무로 3년 안팎 베이징에서 주재하다 귀국하는 사람의 차량을 다음 주재원이 사는 방식이다.

◆ 지인 차량 샀다가 나중에 낭패 당하기도

하지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이 방식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차량을 산 사람이 운행 중 사고를 내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더라도 당초 번호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위반한 것으로 간주돼 당초 차량을 판 사람이 차량을 산 사람과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문제에 부닥쳤을 때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이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차량을 팔았을 때는 문제가 커진다.

설령 지인끼리 차량을 사고팔았다고 하더라도 차를 산 사람이 새 차를 사서 번호판을 새 차에 달려면 과거 차량을 판 사람이 차량 등록기관에 함께 출석해야 한다. 게다가 차량을 판 사람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만약 차량을 판 사람이 주재원이어서 이미 한국에 귀국했다면 매우 골치 아프게 된다. 차량을 판 사람을 다시 중국에 오게 하기도 어렵지만 이 사람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존 차량의 폐차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 번호판 당첨 안 된다면 렌트카 사용이 상책


그렇다고 ‘하늘 별 따기’인 번호판 당첨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다른 좋은 해결책은 없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합법적인 차량 임대업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다소 비싸긴 하지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전기자동차 구매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베이징 시는 대기오염이 덜한 친환경차를 장려하기 위해 전체 번호판 쿼터량의 40%가량을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배정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발급 예정인 15만 대의 번호판 가운데 6만 대는 전기차다. 경매로 번호판을 파는 상하이 시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번호판을 무료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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