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중 양국인의 눈

“중, 사드 배치 반대만 말고 대안 내놔라.”

[한국인의 눈] G20 한중 정상회담을 보고
박범홍 전 외환은행 북경지점장|입력 2016-09-08 18:09

5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한중 양국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국 내 사드 배치와 관련 각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천명하고 서로 다른 입장과 해법을 제시하였다. 양국 정상의 발언은 이미 예상됐던 내용으로 사실상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었다.

◆사드 문제, 정면충돌한 한중…하지만 파국은 모두 원치 않아


박근혜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날 사드 배치가 북핵 위협에 따른 자위적 방어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중국의 핵심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서로 평행선만 달린 건 아니다. 양국 정상은 한중 관계가 사드 문제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동 인식을 피력했다. 두 정상은 ‘구동존이(求同存异)’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사드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비공개 회담 과정에서 비로소 사드 반대를 강조했다. 사드 문제로 인해 한중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보여준 입장은 사드 배치 불가피와 사드 배치 반대가 분명하게 엇갈렸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사드 배치가 점차 진행됨에 따라 양국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중국 항저우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양국 정상은 사드 문제에 대한 각자의 대치되는 주장만 재확인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 주장, 설득력 부족했다”

‌양국 정상이 서로 다른 얘기를 했지만 한국인으로서 시 주석의 주장에 대해 몇 가지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먼저 음수사원(飮水思源) 언급 부분이다.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었던 김구 독립운동가의 아들인 김신 장군(전 공군참모총장)이 항저우 인근의 하이옌(海鹽) 도시를 방문했을 때 남긴 ‘음수사원 한중우의(饮水思源,韩中友谊)’에서 나온 말이다. 시 주석은 “1930년대 항일 투쟁을 할 때 김구 선생이 3년 정도 항저우에 머물렀고 이 때 중국인들이 김구 선생을 보호했다”고 전제한 뒤 그 아들 김신 장군이 중국을 방문해 ‘음수사원 한중우의’를 설파했음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우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잘 도와서 대한민국이 건국된 셈이니 한중 우의가 훼손되지 않게 해달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로 보인다.
마실 음, 물 수, 생각할 사, 근원 원. 물을 마시며 그 根源(근원)을 생각하다. 근원을 잊지 말라는 뜻.
◆윤봉길 의사 의거 중국인 항일 투쟁 고양의 계기 제공

그러나 김구 선생이 항저우로 오게 된 계기는 윤봉길 의사의 의거였고 이는 중국에게 엄청난 항일 투쟁 의지를 고양시켜준 계기가 됐다는 점을 중국 측은 알아야 한다. 1932년 4월 29일 김구 선생 지도 아래 윤봉길 의사가 일본 천황의 생일축하 행사장인 상해 홍구(虹口)공원(현 루쉰·魯迅 공원)에서 폭탄을 투척, 일본 상하이(上海) 파견군 대장 등을 즉사시킨 거사는 중국 국민을 크게 자극시키고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주석이 중국군 100만 명이 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크게 평가할 정도였다. 중국인이 김구 선생의 보호를 도운 것도 사실이지만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국인의 항일투쟁을 크게 고양시킨 점은 더욱 평가받아야 할 대목이다.
한국의 정치가·독립운동가. 상하이[上海]로 망명, 대한민국임시정부 조직에 참여하고 19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에 선임되었다.
◆中, 북핵 해결책 없이 사드 배치만 반대…우린 어쩌라고?

둘째 시 주석의 한국 내 사드배치 반대 이유다. 시 주석은 이날 사드 한국 배치는 중국의 핵심이익에 반하므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가 중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한다면 북핵은 어떤가? 북핵은 우리의 핵심이익을 침해할 뿐 아니라 우리 5000만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나? 우리가 사드 배치를 포기한다면 중국은 북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나?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런 진전도 없는 6자회담만을 믿고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대한민국, 핵개발 능력 구비, 하지만 국제조약 준수 위해 포기


대한민국은 핵개발 능력이 있음에도 국제조약인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고 이를 준수하기 위해 핵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국제법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고 다른 자위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다. 설령 사드가 미국의 전략적인 정책에 따라 이뤄진다 해도, 나아가 중국의 전략적 핵심이익이 침해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사드 배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필자는 중국에 있는 동안 많은 중국인 지인들로부터 친(親)중국 한국인으로 이해되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중국인을 이해하고 중국인의 입장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는 중국인들에게 좋은 한국인의 이미지를 심어 주는데 일조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재중 교민은 100만 명을 넘어선다. 한국과 중국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좀 잘 살자고 목숨 포기할 건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 중에는 중국 없이는 한국의 경제가 잘 되기 어렵다고 무작정 중국에 경도된 사람도 적지 않다. 얼마 전에는 중국 내 기업인들과 연결된 카톡방에 어느 분이 사드문제로 사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은 데 한인단체와 기업인들이 모여 정부에 배치 반대 건의를 하는 게 어떤가라는 의견이 올라왔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잘 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릴 것인가?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이 확실해야만 대한민국 미래가 있다.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우리의 주장을 떳떳이 할 때 중국인들도 우리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중국이 경제보복 조치를 취할지라도 5000만 국민의 생명이 걸린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 없다.

◆中, 한국과 마찰한다면 거의 모든 주변국과 갈등하는 셈

게다가 중국 정부의 대한(對韓) 경제보복은 중국에게도 부담이다. 중국은 현재 남중국해 문제로 주변국들과 분쟁에 싸여 있다. 중미, 중인, 중일 등 어느 나라와도 관계가 순탄하지 않다. 또 경제문제는 어느 일방의 문제와 이익이 아니고 한중 FTA등 상호 보완적인 이익과 경제교류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우리로서 손실을 보고 답답하겠지만 중국 측으로 보아서도 장기간 경제교류 중단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중일 관계가 아주 좋지 않고 양국의 갈등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지만 이번 항저우 G20회의에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수상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비록 냉랭한 분위기였지만 회담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최악인 요즘이지만 여전히 일본으로 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인이 가장 많다.

‌◆국내 사드 반대파,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 내놔야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사드 배치보다 더 좋은 방안을 낼 수 없다면 정파, 이념을 떠나 이제 우리 모두가 정부가 추진하는 사드 배치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 모두의 지원을 받을 때 정부의 대외정책도 힘을 받고 상대국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 일치된 지지가 있다면 중국 정부 역시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를 비난하거나 매도하기 어렵다. 만약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매도한다면 한국 내에서 반(反) 중국 감정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함부로 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올해 4월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모습. 북한은 지난달 동해상에서 이루어진 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전했다.
◆정부, 외교 못지않게 대(對)국민 설득도 중요…찬성률 높이는 노력을

우리 정부는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중국 정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을 지속해야 한다. 설득이 되고 안 되고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하지만 엎드려 구걸하는 듯한 저자세의 설득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고 떳떳한 자세로 이웃에게 나의 불가피한 입장을 설득시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여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서는 국내의 사드배치 반대여론을 감소시키는 정부의 노력도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념적 차원에서 늘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고 다리를 거는 사람들이나 조직은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사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흐름에 편승해 반대하는 국민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진지한 설득 자세와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사드 배치 찬성이 53% 내외라고 보도되고 있는 데 적어도 비 비율을 7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대중 소통 과정에서 정부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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