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중 양국인의 눈

양자 택일 선택 강요 말라

[한국인의 눈] 한중 사드 갈등에 대한 단상(斷想)
송진선 주부|입력 2016-08-23 20:08
7월 19일 열린 경기 수원장안힐스테이트 부녀회 월례 모임. 보통은 아파트 발전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지만 이날은 돌연 사드 얘기로 주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기까지 했다.

대부분 군사무기는 잘 모르는 주부들이지만 최근 우리 정부가 발표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일명 사드·THAAD)에 대해선 관심이 많다. 주로 자식 또는 남편과 관련한 주부들의 수다가 군사문제로 바뀌는 걸 보면 온 국민의 화제임에 틀림없다. 사드는 아파트 부녀회에서도 논쟁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드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주변국까지 나서는 걸 보면서 불안감이 적지 않다. 우리 같은 주부들은 사드 자체보다도 이로 인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크다.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나오자마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아가 보복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중국 언론과 학자들의 주장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인들은 하나의 의문을 갖는다. 그럼 중국 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면 남한 국민들은 그대로 앉아서 맞아 죽으라는 얘긴가. 적어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려면 북핵 포기를 이끌어 내거나 적어도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을 다른 수단을 얘기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핵을 누구도 막아줄 수 없다면 결국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 건 아닌지…정말 여러 생각이 복잡하게 겹치는 요즘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를 내정 간섭으로 여기는 사람까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안이 이러함에도 중국에서는 한중 교류 중단이나 중국 내에서의 한류 확산 억제 조치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중국인 관광객마저 최근엔 줄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더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인들은 중국과 맞서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중국의 발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내 아이도 중국 문화를 공부한다. 그런데도 사드 무기를 이미 배치한 일본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도 없었던 중국이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

1992년 8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래 한중 관계는 급속한 발전을 이뤄왔다. 수교 당시 선린우호 관계였던 양국 관계는 협력동반자, 전면적 협력동반자를 거쳐,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됐다. 63억 달러 규모이던 양국 무역은 지난해 2274억 달러로 36배로 급성장했다. 세계 외교사에서 한중 관계는 기적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빠르게 두터워졌다.

이런 양국의 관계가 사드 하나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중 수교 때 양국 사이에 합의된 정경 분리 원칙은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 중국 내에서도 대한(對韓) 제재는 되레 중국에 손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는 맞는 얘기다.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는 결국 미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많다. 한국 정부는 탐지거리 600~900km에 불과한 종말 모드를 배치할 것이라고 확약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결국 미국이 탐지거리 2000km인 전진모드로 바꿔 중국의 전략무기들을 감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신뢰 부족으로 인한 갈등이 한국 정부와 한국인으로 하여금 난감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사드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의 입장이 쉽게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한국이 희생양이 되어서도 안 된다.

한국과 중국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상호 교류해온 전통을 갖고 있다.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길 바라는 한국인은 없다. 나날이 두터워지는 양국의 경제 및 인적 교류가 사드 하나로 쉽게 훼손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 역시 이런 한국인들의 희망을 잘 이해했으면 한다.

대한민국에 있어서 미국은 생존을 담보하는 동맹국이다.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최대 무역 및 경제 파트너이자 오랜 친교를 맺어온 이웃국가다. 한국으로서는 두 나라 모두 버릴 수 없는 국가다. 어느 한 쪽이라도 한국에 양자택일 식의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자국의 방어를 위해 어떤 무기를 사들여 배치할 것인가는 주권을 가진 국가의 고유 권한으로 사드 문제는 대한민국이 알아서 할 문제다.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맺어온 이웃국가로서 상대국의 고유 주권을 존중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또 나 혼자만의 희망인지는 모르지만 사드로 인한 양국의 갈등이 오래 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잠시 악화됐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양국 정부와 국민은 최선을 다해 더 이상 관계악화가 안 되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양국이 상호 윈-윈하는 길이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