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특별기고 /양희철

팽팽한 韓中 EEZ 싸움, 어떻게 결말날까?

양희철(梁熙喆)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정책연구소 소장|입력 2016-12-03 00:12
44만㎢. 대한민국이 관할하는 바다의 면적이다. 육지면적의 4.5배이면서 우리의 발과 손이 닿아야 하는 공간이다. 최근 몇 년간 끊임없이 많은 뉴스들이 바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독도 문제, 동해 명칭 표기문제, 이어도 문제, 중국의 불법어선 문제 등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갈등을 단계별로 최소화하는 방안은 있다. 바다의 경계선을 단계별로 조속히 확정하는 것이다.

◆ 서해, 韓中韓中 각각 200해리 주장하면 대부분 중첩

모든 국가는 12해리(1해리는 1.852km)의 영해와 200해리(약 370km)까지의 배타적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 그 외측의 대륙붕(大陸棚·Continental Shelf)을 가질 수 있다. 대륙붕은 최대 350해리 혹은 2500m 등심선(等深線)에서 100해리로정한다. 영해라는 좁은 바다만을 가질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광역의 해양 관할권이 가능하게 된 것은 유엔해양법협약(UN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의 발효(1994년)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연안국은 EEZ와 대륙붕에서 천연자원과 에너지 생산 등 경제적 개발에 관한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에게 해양은 관할권을 확대시킨다는 의미와 함께 중요한 자원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안보·경제·미래 성장을 담보한다. 국방안보 측면에서 해양은 천연 방어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물류와 석유가스 수송을 담당하는 국가경제의 동맥이기도 하다. 황해와 동중국해는 지역정치 및 경제적 중심지구와 연계되어 있다. 동북아 패권을 위한 해상안전 및 방위의 전진기지로서의 역학관계까지 연계된다는 점에서 복잡한 전략적 고려가 함께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좁은 바다를 가진 국가들에게 유엔해양법협약이 부여한 권리는 또 다른 갈등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400해리에 훨씬 못 미치는 좁은 해역을 마주하고 있다. 한중 양국이 모두 200해리 EEZ를 주장할 경우, 황해와 동중국해 북부 대부분 수역에서 양국의 권리는 중첩되게 된다(그림)

유엔해양법협약은 중첩수역에 대하여 관련국이 합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74조와 제83조). 그러나 유엔해양법협약은 해양경계획정에 대하여 매우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각국은 자국에 유리한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할 것을 고집하고 있다. 한중 간 황해 해양경계획정 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것 역시 각국에게 유리한 요소를 우선 적용하려는 입장 차이 때문이다. 해양경계획정이 한번 결정되면 이는 영구적이며 사정변경의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각국의 입장이 첨예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중간 200해리 EEZ 주장시 관할권 주장 중첩수역 (빨강색 : 한국 200해리, 파랑색 : 중국 200해리)

◆ 바다엔 경계선 없고…韓中日 해양경계는 확정 안 된 곳이 대부분

대한민국의 바다는 경계선이 없다. 이 말은 사실일까 ? 90%는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해양경계는 1974년 한일 간 체결(1978년 발효)한 ‘대륙붕 북부구역 경계획정에 관한 협정’이 유일하다(그림)

그러나 이 협정 역시 해저와 하층토로 정의되는 대륙붕 경계선에 제한적이다. 즉 EEZ를 포괄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완전한 해상경계선으로 볼 수는 없다(표). 해상 경계선의 부재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해양경비세력은 법을 집행할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 EEZ법이 중간선까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중간선이 어디까지인지는 여전히 정의되지 않았다. 해양자원의 관리와 이용(개발), 해양환경보전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이어도 주변수역 등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중국어선의 합법적 어로행위가 지속되는 ‘현행질서유지수역’에서 수산자원 훼손도 심각하다. 해양의 과학적 이해와 체계적 관리를 위한 과학자들의 해양과학조사 수행에도 중요한 제한요소로 작용한다.

1974년 체결된 한일 북부대륙붕 경계획정 협정(파랑색)

‌◆ 韓中 해양경계 획정 위한 협상, 지난해 말부터 시작

해양갈등의 해소를 위한 물꼬는 2014년 시작되었다. 한중 양국은 2014년 정상 간 회담을 통해 “양국 간 해양경계를 획정하는 것이 양국관계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발전과 해양협력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2015년에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가동”하기로 합의하였다. 정상 합의에 근거하여 2015년 12월 차관 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제1차 한중 해양경계획정 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물론 그동안 국장급을 수석대표로 약 14차례 실무회담이 진행된 바 있다. 실무급에서는 그동안 한중 양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경계획정 접근방식 등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기여하였다. 반면 차관급 회담은 양국 ‘해양경계’에 관련된 문제의 전반을 논의하고 최종 경계선 도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외교협상과 무게가 다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해양에서의 국경선이 설정된다는 의미이고,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구속력을 갖는다.

한중간 해양경계획정 문제는 황해와 동중국해 북부수역을 대상으로 한다. 그 범위에 있어서 황해 북부의 일부는 북한, 동중국해의 일부는 일본과의 해양경계획정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 한중간 해양경계획정에서는 도서영유권 분쟁, 양국의 협상을 민감하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점에서 한일, 중일 간 경계획정보다는 쉽게 접근 가능한 사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최종합의 까지는 다양한 국가 이익을 총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복잡한 여정을 예상할 수 있다.


‌◆ 韓中 해양경계 획정 위한 5가지 논점


한중 해양경계획정은 (1) 해양경계획정을 위한 기본적 접근원칙 (2) 대상수역 설정 (3) 해양경계획정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 등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세 번째는 해안선 길이, 영해기점, 황해에서의 어업문제, 도서의 법적 효과, 자원부존에 따른 공동개발 가능성 등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할 수 있다.

▼경계획정 방법
‌중국은 해안선 길이, 육지면적, 전통적 어업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형평의 원칙에 따라서 해양경계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은 황해가 해양경계획정을 추진하는데 특별히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중간선’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림).

‌마주보는 국가와 인접하는 국가간 해양경계획정의 예(중간선 방법의 적용사례)
그러나 형평의 원칙은 해양경계획정의 대원칙이기는 하지만, 실무 적용과정에서는 그 모호성으로 인해 지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국제재판을 통해 해결된 20여건의 해양경계획정 판례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대부분 중간선 방식(15건)이 적용되었다.

이 외에,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황해에서는 중간선, 동중국해에서는 대륙붕의 자연연장원칙을 주장하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 한다. 잘못된 해석이다. 한국은 대륙붕에 대하여 자연연장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황해는 한국과 중국이 대륙붕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연장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반면 동중국해에서는 일본 류큐열도 앞에 오끼나와 해구라는 커다란 대륙붕 단절현상이 발생한다. 즉, 오끼나와 해구 중간선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륙붕과 일본의 대륙붕은 분리되어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역시 해역의 특징에 따라 해양관할권 주장과 경계를 획정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 경계획정 범위

한중은 황해와 동중국해에서 단일 대륙붕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상호 해안을 대향하고 있다. 황해는 북위 37도 이북으로는 북한의 존재, 그리고 동중국해 북부수역에서는 일본의 권리를 고려하여야 한다. 중국과 베트남의 통킹만 사례(2000년 체결, 2004년 발효)와 마찬가지로 황해에서 중국과의 경계획정 역시 타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해역으로 제한하여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협상 가능한 해역부터 접근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할 수 있으나, 제3자의 고려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필요는 없다. 한중일 경계지점의 경우 한국과 중국이 먼저 설정 한 후에 일본의 수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해안선 길이
한국은 황해에서 양국 간 해안선 길이가 해역에 대한 고려요소로 작용할 만큼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제판례에서도 해안선 길이는 “형평한 결과를 검증하는 단계에서 관련 상황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그 차이가 현저할 경우에만 잠정적 중간선을 이동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즉, 해안선 길이의 차이는 수학적 방법으로 해역을 나누는데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제판례에서는 해안선 길이 차이가 약 8 : 1 이상일 경우 수용된 사례가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해안선 길이는 한중이 각각 0.8 : 1이다.

▼영해 기점

중국이 선포한 일부 영해기점은 UNCLOS가 설정하고 있는 기점 기준에서 상당히 일탈되어 있다는 점에서 인정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의 일부 기점은 해안선의 일반적 방향으로부터 상당히 일탈하여 있고, 그 지형물이 수중암초 혹은 저조고지로 판단된다는 점에서 영해 설정을 위한 기점, 해양경계획정에서의 효력이 부인되어야 한다. 간조노출지가 영해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하여는 UNCLOS와 국제판례가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간조노출지의 직선기선 설정 역시 협약 제7조 3항과 제4항에 따른 해안선의 일반적 방향, 영해의 폭 이내 라는 거리 조건에 상당한 제한을 받는 다는 점에서 중국의 기점 설정은 협약에 위반된다.

▼어업 문제
중국은 중국 어민의 전통적 어업행위와 의존도가 경계획정 단계에서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경계획정과 어업협정은 본질적 법 성질을 달리하기 때문에 경계획정과 함께 어업협정 체계는 존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제판례에서는 어업에 관한 요소는 관련 국가의 국민경제 혹은 생활에 “재앙적 수준(catastrophic repercussions)”의 영향을 줄 경우에만 관련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태도이다. 다만 기존 어업협정체계의 완전 폐지를 경계획정협상의 전제로 할 경우 중국의 협상 의지가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한국은 경계획정 협상 틀을 유지하면서 어업협정체계를 고려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 韓中 해양경계 획정 전망과 외교협상

한중 양국은 황해와 동중국해라는 반(半)폐쇄해를 끼고 있으며, 갈등요소와 함께 다양한 협력이슈를 내재하고 있다. 지역해 경쟁구도 강화와 불법어업, 환경문제 등의 불필요한 갈등 구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해양경계획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양경계획정은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통킹만 경계획정은 양국이 해양경계획정 추진을 공식화(1991년) 한 이후 정확히 9년 만에 성과를 보았다. 통킹만 사례는 양국이 2000년으로 합의 시한을 설정하고 추진하였다는 점에서 한중 사례와 다르다.

◆ 협상 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절대적 지지와 매우 중요

한중 황해 해양경계획정은 장기협상이 예상된다. 부처간 협업과 국민들의 신뢰는 협상의 절대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 해양경계는 국가경계를 획정하는 작업이자, 국가의 미래를 작도(作圖)하는 작업이다. 경계선은 일부 해역의 특정 가치가 아닌 국가이익의 종합적 평가 작업이 수반되어 투영된다. 해양자원 부존과 활용가치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종합적 평가는 국방안보, 해상교통로, 해양공간 등의 가치 연계된다. 협상담당자 들은 누구보다 해양이 대한민국의 ‘국익’과 후대에 대한 ‘유산’으로 대물림 될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외교적 협상결과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나, 실무자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절대적이어야 한다. 실무자들 역시 해양에서 발생하는 상시적 갈등구조에 흔들릴 필요가 없으며, 협상결과에 대한 책임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해양경계획정의 조속한 해결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갈등을 조기 진화시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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