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수근의 중국에서 중국 보기

북한 제5차 핵실험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중국 고위 당국자 단독인터뷰
우수근(禹守根) 중국 상하이 둥화(東華)대학교 국제문화교류대학 교수|입력 2016-09-10 16:09
사진 출처 동아DB
[중국 고위 당국자 단독 인터뷰]

‌  북한이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 전격적으로 제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매우 견결하게 반대를 표명한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핵 실험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과연 어떨까? 아울러 향후 북중 관계나 “사드 정국”으로 급랭된 한중 관계는 과연 어떠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중국 현지에서 접촉한 ‘중국 고위 관계자’에게서 직접 파악한 내용을 중심으로 문답식으로 정리한다. 인터뷰는 핵실험을 실시한 9일 저녁 이뤄졌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중국 “워메, 민망해”

―먼저, 중국 중앙당의 첫 반응은?
“분노와 좌절, 그리고 민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분노는 북한이 핵실험을 또 강행했다는 점에서 느끼는 것으로 보이는 데 ‘좌절과 민망함’은 무슨 말인가?
“중국의 강력한 반대와 이를 뒷받침할 다양한 제제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번번이 핵실험을 감행했다. 인접국이자 대국으로서 이를 막지 못하는 중국으로서는 이제 좌절감마저 든다는 뜻이다. 민망함은 국제사회와 특히 한국에 대해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의 핵실험 한 방’으로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드를 배치하려는 한국에 대해 그렇게 강력하게 반대해 온 중국 측의 입장이 군색하고 민망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니 ‘이제 앞으로 한국에 대해 어떤 명분으로 사드에 대한 반대 의사를 계속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는 취지의 말이다.”

◆G20 성공 개최…축제 분위기에 찬물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공식발표가 나오자마자 신속하게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국제 사회와 북한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앙당 최고지도부의 뜻이 반영된 측면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이번 핵실험은 우리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중국에게 타이밍이 가장 좋지 않다는 말인가?
“9월 초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개발도상국이 의장을 맡아 치른 첫 행사였다. 이를 원만하게 잘 마친 중국은 이에 대한 자긍심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빛낸 절정의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시 주석 또한 ‘가장 뿌듯하고 기쁜 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 한 순간에 그 행복함을 앗아갔다. 이로 인해 최고지도부의 전례 없는 분노를 표출했고 이는 중국 외교부의 신속한 반응으로 이어지게 됐다.”

사진 출처 동아DB

‌◆핵실험 분위기 감지…“일자 통보 없었다.”


―이번 핵실험에 대한 북한으로부터의 사전통보는 있었나?
“북한은 자기들 맘대로 한다. 기분 내키면 사전통보하고 아니면 안 한다. 북한의 핵실험도 1, 2, 3차는 사전 통보했지만 수소폭탄을 터트린 4차 핵실험은 통보가 없었다. 지금은 북중(北中) 관계가 최악이다. 그들이 과연 친절하게 사전통보를 했겠는가? 중앙당에 확인해보니 조만간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메시지는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확한 실험 일자 등의 통보는 없었다고 들었다.”

◆분노한 중국, 원유 공급 축소, 중단할 수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향후 입장과 조치는?
“핵실험을 감행한 당일인 현재(9일)는 아직 어떤 조치들을 언제 어떤 식으로 취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매우 강력하고 다양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안에는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을 비롯하여 금융제제, 경제 교류 제한, 북한 노동자의 중국 송출 금지 등의 다양한 조치가 포함될 것이다. 원유 공급 축소 또는 중단 등의 극단적인 조치가 포함될 수도 있다.”

―미국이 일본에 이어 한국 사드 배치를 통해 ‘한국 카드’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에 중국이 ‘북한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은?
“중국은 미국에 대적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하다면 북한 카드의 사용도 고려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자기 멋대로 하고, 혈맹이었던 우리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 북한이 우리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주겠는가? 북한이 과연 ‘우리 카드’의 역할을 순순히 잘 따라주겠는가? 중국의 고민은 북한 카드의 활용조차도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북한이 왜 이리 우리를 못살게 구는 지 ‘살풀이 굿(巫術·무술)’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한국에 사드 배치 명분 크게 제공한 북한, 중국만 곤혹,

―사드 문제로 인해 갈등을 벌이는 한국과의 공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한국에 대해 그동안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해 온 중국으로서는 그동안의 입장과 체면도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그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한방으로 모든 상황이 일순간에 바뀌고 말았다. 북한의 핵실험은 사드를 배치하려는 한국에게 커다란 명분을 만들어줬다. 북한은 이제 한중 양국의 ‘공동의 위협’이 돼가고 있다. 이제 한국에 대한 제재보다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북한에 대해 한중 양국이 어떤 공조를 할 필요가 생긴 시점이라고 본다. 한중 양국은 북한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제반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국가안보상 ‘공통의 취약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먼저 한국에 대해 어떤 제안을 하는 것은 모양새가 너무 우습다. 중국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상태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양국이 잘 활용한다면 한중 양국의 관계가 다시 복원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