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수근의 중국에서 중국 보기

우주 삼라만상 같은 中, 어떻게 대처할까?

우수근(禹守根) 중국 상하이 둥화(東華)대학교 국제문화교류대학 교수|입력 2016-08-23 14:08
2008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 개막 4일째인 11일 오후 베이징 시내 짝퉁전문 상가 슈수이제에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 쇼핑을 즐기고 있다.<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중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이는 필자가 우리 대학으로 유학 온 한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착하자마자 막' 실시하는 설문 조사 중 하나다. 수년 전부터 우리 대학엔 5일 전후의 단기 과정이나 여름 및 겨울 방학 기간의 방학 과정, 그리고 봄이나 가을 학기 기간의 정규 학기 과정에 ‘중국어’를 익히고 ‘중국’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느끼고자 오는 학생들이 많다.

위 설문 조사에는 2016년 3월 학기에 새롭게 온 학생들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각지의 다양한 대학에서 이미 수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응했다. 그런데 그야말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참가한 우리 청년들의 위 질문에 대한 응답은 거의 한결같이 “불량식품, 무질서, 짝퉁, 인신매매, 부정부패, 환경오염” 등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맞다! 중국에는 온갖 잡스럽고 형편없는, 황당하고 엽기적인 현상들이 적지 않다. 중국에서 이미 십 수년간 생활해 온 필자 또한 위와 같은 현상들이 오늘날 중국의 모습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중국은 다름 아닌 “19세기(낙후되고 부정적인 과거적 모습)와 21세기(최첨단에 긍정적 모습)가 공존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중국에는 부정적인 모습들도 있지만, 엄청난 인구에 광활한 영토, 그로 인한 복잡다단한 문제 속에서도 오늘날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결코 무시하거나 조소할 수 없는 긍정적인 모습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과 부정이 함께하는 이 나라에 대해 과거적이며 후진적이고 낙후된 모습을 주로 떠올리며 손가락질하고 조소함으로써 나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광활한 영토에 인구 또한 14억 명에 이르는 중국이다. 이것만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사물에는 양이 있으면 음도 있는 법. 중국의 속살을 살짝 들여다보면 “아이고, 중국처럼 이렇게 크지 않고 인구 또한 이렇게 많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국은 대국만의 남다른 “대국병(大國病)”을 앓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너무 크고 또 너무 많아 통치가 쉽지 않은, 복합합병증에 신음하는 “초거대 비만증 환자”와도 같은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은 마음 편할 날이 드물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온갖 문제 등으로 인해 최고지도부의 입에서는 연실 “아이야, 중국은 땅 덩어리가 너무 크고 인구 또한 너무 많다!(地大人多)”는 탄식이 끊이질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필두로 한 대중 견제 전선 또한 나날이 강화되어 가고만 있으니….

역지사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중국을 보다 더 잘 이해하려면 바로 위와 같은 그들의 입장에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고민이 더 잘 보이게 된다. 예를 들면, “애물단지”와도 같은 북한이지만, “계륵”과도 같은 측면이 있기에 함부로 할 수 없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표리부동”한 자세도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또한 미일 양국과 우리에 대한 그들의 관점 등에 대해서도 보다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의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도 그 만큼 더 줄어드는 가운데 우리는 좀 더 여유롭게 중국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중국은 “고마운” 우리에게 보다 더 다양한 선물을 주려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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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고 있는 압록강 철교(중조우의교)위로 화물차와 열차가 다니고 있다. 왼쪽이 중국 오른쪽이 북한 방향.
“유학 기간 중에 중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습니까?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 바뀌었습니까?”

이는 우리 대학으로 유학 온 학생들이 중국 생활을 마치고 '이제 막 돌아갈 무렵' 하는 설문 조사 항목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들에게는 '인식 변화가 있었다'

는 답변이 나온다. 그러면서 그들은 “중국이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부정적인 나라는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이웃 나라인 중국에 대해 우리는 너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언론매체가 중국을 너무 한 쪽으로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해 주고 있기도 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다. 인구가 5천 여 만에 불과한 우리도 항상 다양한 문제로 쉽지 않거늘, 우리보다 30배 이상 되는 인구가 북적대는 중국 대륙이야 오죽하겠는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더 부정적으로 보이게 되고, 위협적으로 생각하면 더 위협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그곳과의 관계 또한 그 만큼 더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온갖 긍·부정적 현상이 혼재된 우주삼라만상과도 같은 중국에 대한 우리의 단편적 인식은 더 늦기 전에 냉철하게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침략을 당했던 과거사 등에서 비롯된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계와 우려의 시각 등, 우리의 부정적 위주의 인식은 이제 이쯤에서 바로잡혀야 마땅하지 않을까….


<우수근의 중국 바로 알기>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동안 중국 현지 생활에서 느낀 바를 토대로 졸저와 졸고 등을 수정 및 인용하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결이 다른 고민”과 “각이 다른 유혹”을 가지고 독자 여러분들께 다가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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