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은 요즘 연일 10월 17일 쏘아올린 6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의 활동 상황을 전하며 우주 강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에 못지않은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 중국 우주강국 시대 활짝

선저우 11호는 17일 오전 7시 30분 간쑤(甘肅) 성 주취안(酒泉)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 2호 FY11 로켓에 탑재돼 우주공간을 향해 날아갔다. 8차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인도를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17일 현지에서 축전을 보내 “유인우주 사업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중국의 우주강국 건설에 새롭게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전 11호에는 징하이펑(景海鵬·50)과 천둥(陳冬·38) 등 2명의 남자 우주인이 탑승했다. 징하이펑은 선저우 7호와 9호에 각각 탑승해 우주비행임무를 수행한 바 있고 천둥은 이번이 첫 탑승이다. 징하이펑 선장은 24일 우주에서 50세 생일을 맞게 되며 중국 우주인 사상 최고령 기록도 남기게 됐다.
징하이펑은 우주 출발 하루 전인 16일 주취안위성발사센터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외국에는 7차례 우주 비행을 하며 연속 400여일, 누계로 800일간 체류한 우주인이 있다”며 “나는 아직 신병에 불과하다”고 겸손해했다. 징하이펑은 “여러 차례 우주 비행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나의 꿈이었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의지도 변치 않겠다”고 말했다.

◆ 중국 8년 뒤엔 유일한 우주정거장 보유국

선저우 11호의 핵심 임무는 2022년 완공 예정인 우주정거장 운용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16개국이 참여해 1998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2024년 퇴역하고 중국이 계획대로 우주정거장을 완성하면 중국은 2024년 이후에는 전 세계 유일의 우주정거장 보유국이 된다.
선저우 11호는 발사 이틀 후인 19일 첫 임무인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와의 도킹에 성공했다. 톈궁 2호는 지난달 15일 성공적으로 발사돼 선저우 11호와의 도킹을 기다리고 있었다.

◆ 발사 이틀 만에 우주정거장 톈궁과 도킹 성공

선저우 11호는 발사된 뒤 이틀 동안 5차례 궤도 변경을 거쳐 이날 오전 1시 11분경 톈궁 2호에 접근한 뒤 약 2시간 만인 3시 31분 지구 393㎞ 상공에서 톈궁 2호와의 자동 도킹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두 우주인은 베이징(北京) 우주비행통제센터의 지휘를 받으며 선저우 11호에서 톈궁 2호로 진입했다. 톈궁 2호에 들어간 뒤 지구를 향해 인사하는 영상을 보냈다.
중국 관영 중앙(CC)TV와 텅쉰(騰訊)망 등 주요 매체는 17일 이 장면을 중국 전역에 생중계했다. 중국 언론은 톈궁과 선저우의 앞글자를 따 하늘(天)과 신(神)의 조합이 이뤄졌다고 표현했다. 앞서 중국은 2011년 9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독자적인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를 발사했으며 올해 3월까지 임무를 수행했다. 톈궁 1호에는 무인 우주선 선저우 8호와 유인 우주선 선저우 9호, 10호가 도킹했다. 이번 톈궁 2호와 우주선과의 도킹 성공으로 2022년에는 보다 진보된 우주정거장인 ‘톈궁 3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톈궁 3호에서는 체류 기간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내년에는 톈저우(天舟) 1호 화물선을 쏘아 올려 톈궁 2호와 연결한 뒤 각종 실험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어 2018년을 전후해 우주정거장을 구성하는 핵심 부분인 톈허(天和)-1호 비행선을 우주로 발사해 우주정거장 골격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2020년 우주정거장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2년여의 시험기를 거쳐 2022년부터 전면적인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 33일간 우주에서 양자통신 등 14가지 과학실험 예정

선저우 11호 우주인 2명은 33일간 우주에 체류하며 각종 실험을 진행한다. 이들은 톈궁 2호에 머물면서 우주인의 생활, 작업, 건강유지 등 실험과 함께 우주 의학, 공간과학 실험, 공간응용 기술, 수리유지 기술 등의 실험을 하게 된다. 특히 양자통신 연구, 감마선 폭발 관측, 우주식물 연구 등 14가지 과학실험을 진행한다. 3000만 년에 1초 오류가 생긴다는 원자시계를 이용해 모바일 내비게이션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실험도 포함돼 있다.
두 우주인 33일간의 체류 기간은 2013년 선저우 10호에 탑승한 3명의 우주인(한 명은 여성)이 톈궁 1호에서 12일간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최장 기간이다. 이번에도 여성을 포함해 3명이 탑승할 계획을 세웠다가 체류 기간을 늘리기 위해 2명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주 체류 동안 우주정거장 개발 장비와 우주 장기 체류를 위한 가상현실(VR) 원격의료도 시험한다. 우주인들은 신화통신사의 우주 통신원으로 문자 음성 동영상으로 우주의 생활 모습도 전한다. 이들은 우주 비행 및 체류 과정에서 교사, 특파원, 엔지니어, 관광객 등의 여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중국 언론은 전한다.
선저우 11호 우주인들은 우주 식생활 실험에서는 단순히 우주인의 영양과 건강을 유지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우주식(食)의 종류를 100여종으로 늘렸다. 중국 당국은 우주인의 식단 주기가 5일로 훨씬 과학적으로 짜였다고 전했다.

◆ 우주인 심혈관 기능 감퇴, 골(骨) 약화 문제도 연구

중국은 장기 우주생활이 우주인 신체에 가져올 영향에 대해서도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우핑(武平) 유인우주공정 판공실 부주임은 “비행시간 증가에 따라 우주 환경이 신체에 가져올 부정적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심혈관 기능 감퇴가 두드러진 문제이고 일정 정도의 근육 위축과 골분실 문제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우주인들은 우주 체류 기간에 기본생리 지표, 심폐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건강 상태를 측정한다. 우주선내에는 미생물 관리 통제 기능과 함께 예방치료 약품과 의료기기도 구비돼 있다. 처음으로 원격 의료지원 시스템을 확보해 우주인 치료나 수술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증강현실(AR) 기술에 기반으로 둔 심리치료 시스템도 활용하게 된다. 정신과 전문의의 지원과 가족들과 교류, 우주인 동료의 응원 등을 통해 외로운 우주생활에 대한 심리 치료도 병행하게 된다.
선저우 11호에는 일반 생활 의학 과학 실험 외에 군사적 임무도 부여되어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한다. 우주에서 핵잠수함의 동선을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톈궁 2호에 장착하는 과제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 우주에서 미국의 잠수함 탐지 기술 실험, 성공 땐 미 핵전략 큰 타격

톈궁 2호의 실험 모듈 중 하나인 ‘슈퍼 냉각 원자 실험실’에 주위의 전자 전이에 대응하는 주파수를 기초로 중력파를 탐지할 수 있는 장치인 ‘냉각 원자 간섭계(Cold Atom interferometer)’를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치는 지구 지표나 해상에서 생성된 중력파를 우주에서 탐측할 수 있는 장치다. 최대 길이 170ｍ에 부피가 4만800㎥에 이르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 추진 잠수함이 대양의 해수면 아래에서 잠행할 때 생성하는 중력파를 탐지해내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미국은 핵잠수함 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등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두 우주인 징하이펑과 천둥은 군인 신분이어서 이번 우주프로젝트에서 군사적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SCMP는 전했다. 두 사람은 인민해방군 우주인대대 소속으로 징하이펑은 소장, 천둥은 상교(上校·중령과 대령 사이) 계급이다.
투량청(塗良成) 화중(華中)과기대 물리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잠수함 탐지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최근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며 “이는 잠수함 전략에 대한 중국 해군의 태도 변화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 우주정거장 건설, 달 탐사, 화성 탐사가 중국의 3대 장기 우주 계획

선저우 시리즈는 1992년 시작된 중국의 유인우주선 발사 계획이다. 1999년 선저우 1호 발사 이후 지금까지 11차례 발사가 이뤄졌으며 1∼4호와 8호가 우주인 탑승 없이 무인 우주선으로 발사됐다. 2003년 처음 발사된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에는 양리웨이(楊利偉)가 탑승했다.
중국의 우주 프로젝트는 크게 3가지다. 우주 정거장 건설, 달 탐사, 화성 탐사다. 중국은 2013년 12월 세계 세 번째로 달 탐사선 창어(常娥) 3호를 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시켰다. 창어 3호는 올해 8월 수명을 다할 때까지 31개월 동안 작동해 세계 최장 달 탐사 기록을 세웠다. 창어 3호에 실려 갔던 달 탐사로봇 ‘위투(玉兎·옥토끼)’도 올해 7월 31일까지 972일이란 세계 최장의 달 탐사기록을 세웠다.
중국은 2018년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발사해 인류가 가본 적이 없는 달 뒷면을 탐사할 계획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 우주인이 달에 착륙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하고 있다. 화성에는 2020년 탐사선을 발사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에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