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특별기고 /신인균

北, 반세기 집요한 미사일 개발…핵 강국으로

신인균(辛寅鈞) (사)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입력 2016-08-31 18:08
[특별연재-신인균의 북핵·미사일 2 ]

‌◆북한, 1960년대부터 미사일 개발 박차


북한의 미사일 개발 역사는 60여 년에 달할 정도로 오래되었으며, 이제는 대기권을 재진입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뿐 아니라 가장 고난도인 SLBM까지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미사일과 핵기술 분야에서 강성대국을 눈앞에 둔 셈이다. 그 중에서도 개발사가 가장 오래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분야에서는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하고 수출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처음 탄도미사일 보유에 나서게 된 계기는 주한미군의 전술 핵미사일 배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1960년대 주한미군 7사단이 핵전쟁용 사단(Atomic Division)으로 개편되면서 주한미군 7사단에는 ‘어네스트 존’(Honest John) 탄도미사일과 ‘마타도르’(Matador) 순항미사일 등 핵미사일이 대거 배치되기 시작했다.
▲우리 군이 철수한 주한미군 7사단으로부터 공여받아 운용했던 어네스트존 미사일. 주한미군 7사단은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서 운용했다.
북한 역시 이에 대항하고자 소련에 스커드미사일 공여를 요청했으나,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니키타 흐루시초프’(Nikita S. Khrushchyov)는 스탈린과 같은 개인숭배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던 수정주의자 입장이었기 때문에1인 독재체제를 구축해 나가던 김일성의 요청을 거절했다.

◆구소련, 기술 이전 거부, 이집트에서 우회 입수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의 단거리 핵미사일에 대항할 수단이 절실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대안을 모색한 결과 1973년 제4차 중동전이 한창이던 이집트에 MIG-21 전투기 1개 중대를 파병해주고 그 대가로 이집트로부터스커드-B 미사일과 발사차량, 정비 매뉴얼과 운용교범까지 넘겨받는데 성공했다. 당시 이집트의 사다트대통령은 소련의 충분치 않은 원조에 불만을 가지고 파견된 소련 기술자들을 추방하는 등 외교적으로 삐걱거리던 시기였기때문에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허락 없이 북한에게 넘겨 줄 수 있었다.

북한은 이집트로부터 제공받은 스커드 미사일을 분해하여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1980년 스커드-B의 복제판인 화성5호를 내놓았다. 화성5호는 이란에 100여 기가 수출되어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실전을 치렀고, 북한은 개량형 개발에착수해 1980년대 말에 스커드-C와 흡사한 성능인 사거리 550km의 화성6호를 개발했다.
▲북한의 화성6호미사일(스커드C미사일)
북한이 개발한 화성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스커드-B/C와 동형이기 때문에 명중 정밀도가 상당히 열악했다. 그래서 북한은 이 화성5·6호를 이용해서 우리 공군의 공군기지를 타격할 계획을 세울 때, 한발이라도 요행히 활주로에 얻어걸려 맞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6발 이상을 동시사격 하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북한은 화성5·6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화성5·6호의 성능 낮은 관성항법장치를 1990년대 중반에 도입한 SS-21의유도기술과 일본에서 밀수한 고성능 게임기를 이용해 상당 수준까지 개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 고성능 게임기의 경우 높은 프레임의 영상을 원활하게 구현하기 위해 일반 PC보다 뛰어난 고성능 CPU가 탑재된다. 이 CPU를 병렬로 연결할 경우 높은 수준의 연산 속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미사일의 유도장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북한은 이 화성5·6호 계열 탄도미사일을 최소 600기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이 미사일들을 발사하기 위한 이동식 발사차량은 100대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소련 붕괴 틈타 전문인력, 부품, 기술 집중 이전받아

한반도 남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확보 이후 북한의 다음 타깃은 전시 UN군사령부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주일미군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1,000km 이상의 사거리가 필요 했는데, 스커드 미사일을 통한 개량은 한계가 있었다. 마침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착수한 시기는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들어선 혼란기였다. 따라서 북한은 어렵지 않게 격변기의 러시아로부터 전문 인력과 부품,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화성7호, 일반적으로는 노동미사일이라고 불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는 러시아에서 영입한 ‘마카로프 설계국’(Makeyev Rocket Design Bureau) 출신 과학자들의 역할이 컸다. 마카로프 설계국은 구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 Submarine Launch Ballistic Missile)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던 기관이었는데, 이곳의 기술주임 ‘이고르 벨리치코’(Igor Velichko)가 1992년 5월 평양에 와서 기술인력 파견 계약을 체결한 것이 노동미사일 개발의 시작이었다.

마카로프 설계국의 기술지원 때문에 노동미사일은 이 설계국이 1960년대 개발한 SLBM인 R-21(SS-N-5)과 모양과 성능 모두 상당히 유사하다. 노동미사일은 1.2t급 탄두중량과 1,300km의 사거리로 주일미군 주요 거점 타격이라는 북한의 전략적 요구 성능을 만족시켰고, 급기야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며 수출에도 성공했다.
▲노동미사일. 북한은 노동미사일 200발 가량과 발사대 50대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이 주력 핵미사일로 운용하고 있는 가우리-II(Ghauri-II)와 이란이 핵미사일로 운용하려 했던 샤하브-III(Shhab-III) 모두 노동미사일이 베이스다. 특히 파키스탄의 가우리-II는 150~350kt급 핵탄두를 탑재하여 실전배치했기때문에 북한 역시 노동미사일을 주력 핵미사일로 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미사일을 바탕으로 만든 파키스탄의 가우리-II미사일. 파키스탄은 이 미사일에 150~350kt급의 핵탄두를 장착하여 놓았다.
북한은 이 노동미사일 발사대는 최대 50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 된다. 따라서 북한이 한 번에 쏠 수 있는 노동미사일의 최대 수량은 50발이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200발 전체가 아니다. 그래서 사드 등 MD체계를 계산할 때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200발 보유하고 있으니, 200발을 동시에 막아야 한다는 계산은 잘못된 것이다.

◆주일 미군 겨냥 노동미사일, 발사각도 조절하면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

노동미사일은 1.2t의 탄두를 탑재하고 1,000km를 비행할 경우 최대 탄도고도가 약 243km 정도다. 탄두 중량을 더 늘리고 발사 각도를 낮춰 사격하면 650km의 사거리에서 150km 가량의 최대 탄도고도가 되기도 하여 어떻게 쏘더라도 한반도 전역을 타격 할 수 있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한미연합 훈련에 반발해서’ 등의 정치적 해석만을 하는데, 북한은 그런 정치적 요소에 더해 한·미 양국이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허점을파고들 수 있는 발사 각도를 테스트 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노동미사일을 바탕으로 만든 이란의 샤하브-III미사일. 이란은 이 미사일로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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