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특별기고 /신인균

북한SLBM 한 방이면 서울 전체 불바다

신인균(辛寅鈞) (사)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입력 2016-08-26 13:08
[특별연재-신인균의 북핵·미사일 1 ]

‌북한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까지 성공하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군사 무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신인균 박사의 글을 긴급시리즈로 싣는다.


◆ 500km 날아갔지만 위로 600km까지 치솟아…실제 사정거리 3862km

북한이 8월 25일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발사실험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날 발사된 SLBM은 무려 600km 정도까지 치솟아 발사지점에서 500km 정도 떨어진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내에 떨어졌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첫 사출시험을 공개하며 자신들이 북극성 1호(KN-11)라고 명명한 SLBM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불과 15개월 만에 수중사출, 점화, 단 분리, 대기권 재진입 등 중거리 SLBM의 기술적 필요조건을 모두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 미사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발사실험을 몇 번 더 해야 하지만, 북한은 신뢰성 따위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사실험 없이 빠른 시일 내에 실전배치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SLBM인 KN-11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소련의 R-27(SS-N-6) 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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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시마 원폭 최고 50배 위력 핵탄두 장착 가능

KN-11은 소련의 SLBM인 R-27(SS-N-6)을 토대로 개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R-27은 최대사정거리 3,862km에 탄두중량은 589kg이다. 폭발력 200kt(TNT 20만t 분량의 폭약을 터트렸을 때의 폭발 위력)짜리 탄두 3개가 있는 다탄두나 1Mt 짜리 싱글탄두를 장착하는 미사일이다. 200kt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위력(16kt)의 12.5배에 이르는 폭발력이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단 한 방의 원자폭탄으로 전체 35만 명의 인구 가운데 14만 명이 숨졌다. 만약 똑같은 위력의 핵폭탄이 현재 서울에 떨어진다면 62만 명이 사망할 거라는 시뮬레이션 보고도 있다. 1Mt이라면 서울 전체가 불바다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북한은 이 R-27을 육상에서 발사하는 용도로 개조하여 무수단미사일로 사용하고 또 잠수함에서도 사용하기 위해 투트랙으로 개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액체연료에서 고체 연료로 바꿔…언제 어디서든 기습 핵 공격 가능

지난해 5월에 실시한 첫 번째 사출 및 엔진 점화 테스트에서 KN-11은 점화된 불꽃의 투명도가 높고 촛불처럼 불꽃의 꼬리가 오그라들며 가스 분사 방향 역시 일정한 방향으로 형성되는 등 소련의 R-27과 마찬가지로 액체연료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2016년 4월 사출 및 엔진 점화 테스트에서 KN-11은 불꽃이 치마폭처럼 퍼지는 등 전형적인 고체연료 연소 특성을 보여줌으로써 이 미사일의 추진체가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바뀌었다는 추측을 하게끔 했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 4월의 테스트가 고출력 고체연료 방식의 엔진 시험이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이 개발 중인 SLBM이 고체연료라는 사실을 시인했고, 이는 우리 국방부도 확인한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고체연료는 연료의 보존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액체연료보다 유리해 군사용으로 널리 쓰이지만, 액체연료에 비해 비추력(比推力·1kg의 연료를 1초 동안에 소모할 때 낼 수 있는 추력)이 떨어진다. 미국과 러시아 등 일부 강대국들은 액체연료에 준하는 수준의 비추력을 가진 고성능 고체연료 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장거리 미사일에 사용될 수 있는 수준의 비추력과 효율을 가진 고체연료 로켓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 핵 공격 능력 완성 단계…동북아 지역 게임 체인저로

상당한 비용과 기술적 난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KN-11에 고체연료를 적용하려 하는 것은 고체연료 방식의 SLBM을 확보할 경우 이 자체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확보한 기존의 SLBM인 R-27 시리즈의 경우 비대칭 디메틸 히드라진(UDMH : Unsymmetrical dimethylhydrazine)을 연료로, 부식방지 처리된 적연질산(IRFNA : Inhibited Red-Fuming Nitric Acid)을 산화제로 사용한다. UDMH와 IRFNA는 상온에서 2년 정도 저장이 가능한 저장성 연료지만, IRFNA를 미사일의 산화제 탱크에 충전해 놓기 위해서는 산화제탱크 내벽에 별도의 부식 방지 코팅 처리를 하고, 일정 주기마다 산화제 탱크를 교체해주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IRFNA 자체가 워낙 산성과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밀폐된 잠수함에서 이를 장기 보관하는 것은 안전 상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이미 오래 전에 SLBM의 추진 연료를 고체로 교체한 바 있다. 북한 역시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SLBM을 고체연료로 개조한 것이다. 

북한이 SLBM을 2,000km 이상 날려 보낼 수 있는 수준의 비추력을 가진 고체연료 로켓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동해와 남해, 나아가 서태평양 일대에서 기습적인 핵미사일 발사가 가능해졌다. 또 이 기술을 응용해 지상의 탄도미사일들을 고체연료 방식으로 개발할 경우 사전 발사 징후 없이 언제 어디서든 기습적인 핵미사일 공격이 가능해진다. 

북한이 이러한 수준의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2,000km급 사거리를 구현한 고체연료 미사일을 개발한 바 있는 이란에게 기술을 이전 받은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미 하원 세미나에 참석한 이스라엘 로켓 과학자는 북한의 고체연료 로켓이 이란이 개발한 세질(Sejil) 중거리 탄도 미사일과 동형이라고 지적했고, 영국의 군사전문지 IHS 제인(IHS Jane) 역시 북한과 이란이 고체연료 미사일 기술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미 해군 정찰기가 촬영한 골프 II급 잠수함. 이 잠수함은 R-27 SLBM을 최대 3발 탑재 했다.
◆ 미국 연안까지 접근 가능한 중형 잠수함 개발만 남아

북한은 궁극적으로 1960년대 구소련이 그러했던 것처럼 미국 연안까지 접근해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중형잠수함 개발이 목표가 될 것이다. 지금 KN-11의 발사실험에 사용되고 있는 신포급 잠수함은 2,000t 이하의 중소형 디젤잠수함이라 엔진을 끈 채로 5일 이상 작전을 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런 능력으로는 동해를 벗어나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다 덩치 큰 잠수함을 가지는 것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북한은 현재 신포에서 3,000t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으며, 잠수함 건조 위장 공장으로 알려진 신포 봉대보일러공장 부두 인근에 이러한 대형 잠수함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 공사에 착수했다는 주장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잠수함은 KN-11 또는 그 개량형 SLBM을 3발 이상 탑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유사한 성능을 가진 구소련의 골프-II급 잠수함이 3,500t 이상의 수중배수량을 가졌던 점을 고려할 때 3,500~4,000t 이상의 잠수함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북한 벼랑 끝 전술 더욱 심화될 듯

요컨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부터 SLBM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왔고, 현재는 KN-14와 무수단과 같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노출시켜 미국과 일본에 대한 '블러핑 전략(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협상력을 제고하고, 한편으로는 실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반도 전구(戰區)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SLBM 기술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한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은 고고도 핵탄두 기폭을 통한 EMP 공격 전술을 구사할 수 있고, SLBM은 불특정 해상에서 기습적인 핵미사일 공격 전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한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 중인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 Korea Air Missile Defense)에 대한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 중국의창은 앞으로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어디까지 왔나?를 시리즈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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