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최승호의 중국 속 우리 민족

지난해 중국 조선족을 울리고 웃긴 3가지 대사건

최승호(崔勝虎) 길림신문 취재부장|입력 2017-01-03 23:01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은 병신(丙申)년 지난 한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8000만 남북한 동포들이 모두 궁금해한다. 중국 장춘(長春)에서 한글로 발행하는 길림(吉林)신문의 취재부장으로서 나는 조선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일년 내내 보도한다. 동아일보 ‘중국의 창’을 통해 우리 조선족의 활약상을 전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중국조선족들은 지난 한해 한마디로 우리 조선족 동포가 하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한 해였다. 연변(延邊)의 축구 때문에 조선족 전체가 울고 웃었고, 연변가무의 영광을 위해 뜻과 힘을 모았으며, 태풍피해를 받은 두만강 유역의 이재민들을 따뜻한 동포애로 끌어안았다.

◆ 중국 전역이 연변팀 ‘홈 구장’
재창춘 조선족축구팬들이 연변팀을 응원하고있다.
올 시즌 연변푸더(富德)축구팀(감독 박태하=한국)은 중국축구 슈퍼리그(CSL) 새내기로 출전해 전국 10위권에 들어서면서 중국 축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전국 각지에 사는 조선족 축구팬들은 연변 팀의 홈구장 경기와 국내 대도시 원정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며 중국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연변축구팬협회 고원철(高原哲) 명예회장은 “연변 축구팀이 가는 곳마다 그곳에 사는 조선족들이 나와 반갑게 맞아줬다. 원정경기장에서도 해당지역 조선족들이 붉은 물결로 열성껏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선족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연변축구는 국내외 조선족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정신적 기둥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한해 연변은 물론, 중국의 여러 대도시들에는 연변 축구를 사랑하는 조선족들의 동아리나 모임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연변 팀 경기가 있는 주말에는 적게는 삼삼오오, 많이는 백여 명씩 함께 축구경기 생중계를 보며 응원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중국조선족 사회에는 ‘불금=불타는 금요일’대신에 ‘불주=불타는 주말’이란 말도 생겨나기도 했다.
연변축구는 민족적 긍지감과 공동체의식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연변축구현상’으로 부상해 중국 전역의 화제가 되고 있다.

◆ 한 송이 ‘아리랑 꽃’을 피우기 위해
대형무극 '아리랑꽃'의 한장면
한족을 제외하고 55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중국, 이런 중국에서는 5년에 한 번씩, 소수민족들이 모여 벌이는 전국 소수민족 문예 합동공연이 있다. 중국 조선족을 대표한 연변가무단에서는 올해 ‘아리랑 꽃’이라는 대형 춤극을 갖고 56개 민족 7000여 명이 배우들이 참가한 전국 소수민족 문예 합동공연에 참가했다. 공연기간 주최 측은 참가 작품에 대한 인터넷투표를 벌여 투표결과를 최종순위 결정의 중요한 포인트로 삼기로 했다.
이 투표는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널려있는 중국조선족들의 거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민족의 자부심을 담은 소중한 한 표를 부탁하는 호소문이 SNS 모멘트를 뜨겁게 달구고 빠르게 확산되어가면서 한때 조선족들의 SNS에는 ‘아리랑 꽃에 투표했나요?’가 인사말을 대신할 정도였다.
투표 마감 마지막 시간인 9월 14일 밤 10시 반까지 ‘아리랑 꽃’ 투표수는 148만 표로 2위와 11만 표를 앞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총인구 200만밖에 안 되는 중국 조선족으로 말하면 148만 표는 어마어마한 숫자라고 말할 수 있다. 연변가무단의 작품 ‘아리랑 꽃’은 수많은 조선족들의 성원에 힘입어 최종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 금상과 무대미술조명설계 최우수상을 따냈다.

◆ 피는 물보다 진하다
자원봉사자들이 수재지역에서 피해복구를 돕고있다.
올해 8월 29일부터 9월 1일 사이 슈퍼태풍 ‘라이언 록’의 영향을 받아 연변의 두만강 유역은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커다란 홍수 피해를 입었다. 연변 주(州) 내의 7개 현(縣)과 시의 514개 마을이 피해를 입었고 재해를 입은 인구는 20만1000명에 이르렀다. 직접적 경제손실은 45억4000만 위안이나 됐다.
재해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내는 물론 해외의 수많은 조선족들이 지원금과 물자를 보내며 사랑과 감동의 릴레이를 펼쳤다.
‘우리가 남인가요?’
이렇게 말하면서 연변의 많은 조선족 사회단체들은 재해지원 모금행사와 재해지역 자원봉사자로 나섰고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다롄(大連), 광저우(廣州), 창춘(長春) 등 여러 국내 대도시의 조선족 모임들에서 재해지원 모금 행사를 벌였다. 또 국내외 여러 지역 조선족들의 마음을 담은 재해구조 물자들도 꼬리를 이어 연변 재해지역에 들어갔다. 이런 후원과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연변의 재해는 기본상 복구가 완성되고 이재민들도 10월 중순부터 속속 새집에 들어가고 따스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2016년 병신(丙申)년은 갔고 이제 2017년 정유(丁酉)년 새해다. 올해에도 중국조선족들이 또 한 번 똘똘 뭉쳐 민족의 위상을 전 중국에 널리 알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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