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특별기고 /김병철

중국어선 불법조업 어떻게 대처 가장 좋을까

김병철 법무법인 세령 변호사|입력 2016-10-29 04:10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 갈등이 심상치 않다. 특히 사드(THAAD)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어업 갈등까지 겹치면서 양국민의 감정적 대립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남의 나라 어로구역을 침범해 불법 조업한 것도 모자라 이를 단속하는 경비정을 침몰시키다니…. 세상에 이런 해적이 어디 있느냐”라는 반응을 보인다. 반면 중국인들은 “남의 수역에서 고기 좀 잡았다 한들 어선에 함포사격을 해서 침몰시키겠다는 게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라고 말한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우리의 대응, 어떻게 하면 가장 합리적일까?

◆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의한 사상 초유의 한국 해경 단속정 침몰 사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이를 단속하려는 한국 경비정의 마찰과 충돌이 점차 격화하더니 급기야 중국 어선이 한국 단속정을 침몰시키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이 벌어진 해역은 서해5도 부근의 ‘특정금지구역’. 특정금지구역이란 서해 5도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설치한 구역으로 외국어선의 고기잡이를 금지한 구역이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남한과 북한의 대치 상황을 악용해 이곳에서의 어로를 줄기차게 해오고 있다. 남북한 어선들이 잘 고기를 잡지 않는 구역인 만큼 서해 최고의 황금어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10월 7일 한국 해경 소속 4.5t 단속정 두 척이 인천 소청도에서 남서쪽으로 40해리 떨어진 특정금지구역’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어선을 단속하던 중 단속정 1척이 중국 어선에 들이받혀 침몰했다. 당시 중국어선 40여 척은 특정금지구역 안으로 4해리(1해리는 약 1852m)나 들어와 조업하다 해경이 단속에 나서자 공해로 도주한 상태였다.

한중어협협정 타결 당시 수역 획정(2001년 6월 30일)
참고: 과도수역은 2005년 6월 30일부터 양국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귀속된 수역.
특정금지구역은 서해5도 NLL(북방한계선) 인근에 설치한 외국어선의 어로 금지구역
사건 설명도 : 중국어선이 우리해역을 4해리 침범
◆ 중국어선 불법조업 및 단속 방식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상반된 시각

이에 한국 정부는 ‘필요할 경우 함포사격과 함께 경비함정이 직접 중국어선을 들이받는 등 적극 대응’키로 했다. 한국 해경은 이어 함포사격 훈련까지 실시했다.
한구시보의 사설: 제목에 “한국이 어선에 포를 쏘다니 돌았나”라고 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13일 외교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 “한국이 양자 관계와 지역 안정의 대국적인 측면에서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관련 문제를 처리하기 바란다”라며 비교적 점잖고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인데다 한국 해경 단속정을 침몰시킨 게 중국 어선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언론의 보도는 점잖은 중국 외교부의 반응과 크게 달랐다. 중국 공산당 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10월 12일 ‘중국 어선에 포를 쏘겠다니…한국 정부 돌았나’라는 공격적인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환추시보는 기사에서 “중국 측은 대등한 반격 권리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한국 해경이 포격하면 중국 해경도 맞대응 포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떼 지어 불법조업, 단속 땐 대항, 공격…“해적도 이런 해적이 없다.”

하지만 오죽하면 한국 해경이 단속에 대항하는 어선에 대해서는 함포사격까지 하겠다고 하겠는가.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유독 한국 해역에서만 우리의 단속 경비함을 무시하거나 한 판 붙어보자는 자세로 나온다. 다른 나라의 해역에서 불법조업하다 단속을 당했을 때는 단순 도주의 경우도 함포를 쏴 격침시키는 사례가 많아 함부로 도주하거나 대항하지 못하지만 한국 해역에서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이 때문에 단속하는 한국 해경대원이 다치는 것은 다반사고 심지어 숨지는 사건도 여럿 발생했다. 2008년 9월 목포해경 소속인 고(故) 박경조 경위가 전남 신안군 가거도 해역에서 검문검색을 위해 중국 어선에 오르는 순간 중국 선원이 휘두른 삽에 맞아 바다에 떨어져 숨졌다. 2011년 12월에는 인천해경 대원인 고(故) 이청호 경사가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 중국어선 2척을 단속하던 중 필로폰을 투약한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사진설명: 연평도 앞바다를 가득 매운 중국어선
◆ 단속에 격렬히 반항하다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중국 선원, 사망하기도

하지만 중국 어민의 단속 대항은 한국 해경대원만 사망하거나 부상하는 건 아니다. 중국 어민 역시 대항 과정에서 다치거나 사망한다.

‌2012년 10월에는 중국 선원이 단속을 하던 해경 대원에게 톱을 휘두르다 해경의 고무탄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2014년 10월에는 전북 부안군 왕등도 해상에서 중국 선원이 검문 중인 해경을 폭행하고 바다에 던져 죽이려 하자 다른 해경대원이 총을 쏴 제압하면서 결국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중국어선 연간 10만 척 이상 불법조업…단속된 어선은 구우일모(九牛一毛)

한국 해경에 따르면 연간 우리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어로하는 중국어선은 무려 10만 척. 2012년 5만 척 수준에 불과했지만 무려 3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이중 단속되는 어선은 1%도 안 된다. 아무리 단속 수위를 높여도 중국 어선들이 줄기차게 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 폐해는 단순히 어로 자체에 그치는 게 아니다. 중국 어선들은 자국 어장이 아니기 때문에 저인망 어구를 활용해 치어까지 싹쓸이해 잡는다. 산란기 등 금어기에도 무조건 어장에 들어온다. 심지어 한국 어민들의 어구까지도 모두 줄줄이 망쳐 놓기도 한다.

◆ 외국에선 도주하는 불법어로 의심 어선에 포격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로에 대한 외국의 대응은 한국처럼 유약하지 않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해군 경비함을 동원해 중국 어선을 격침시킨다. 남중국해 인도네시아에선 전투기가 나포한 중국 어선들을 폭파시켜 외교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이들 나라를 그대로 따라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중국 어선이 대한민국 어로구역에서 불법어로를 할 경우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걸 체득할 수 있을 정도의 단속과 벌과금을 부과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일반 국민의 솔직한 심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투기를 이용하여 나포한 불법조업어선을 폭파하는 장면
◆ 해경의 단속보다 더 중요한 한중 어업협정 개정

중국 어선들이 한국 영해에 출몰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하지만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 이전엔 어업 협정이 없어 이들 불법 어로 선박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나 단속 시스템이 전무했다. 1994년 UN 해양법협약이 발효되고 2001년 한중어업 협정이 체결되면서 비로소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2001년 타결된 양국의 어업협정에 따르면 상대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우리 EEZ에서 어로를 허가받은 중국 어선은 연간 1600척. 그러나 실제로 조업을 하는 어선은 지난해 10만 척을 넘었다. 중국도 자국 EEZ에 우리 어선의 조업을 비슷한 규모로 허락해주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연근해에는 고기가 아예 없는 데다 설령 조업하러 나간다 해도 비용이 더 들어 중국 EEZ에서 조업하는 한국어선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 한국 “중간선으로 하자” ↔중국 “우리가 더 가져야”-EEZ 획정 놓고 중국 황당 요구


한중 사이에 어로 갈등이 생긴 원인 중 하나는 양국 사이의 바다가 충분히 넓지 않다는 점이다. 배타적 경제수역 즉 EEZ는 영해기선에서 200해리(약 370.4km)다. 따라서 황해가 740km라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양국 사이의 바다 거리는 가장 긴 곳이 280해리(약 519km)에 불과하다. 가장 가까운 곳은 180km에 불과하다. 따라서 양국이 협상을 통해 EEZ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유엔 해양 협약서
문제는 한국은 국제법상 허용된 ‘중간선’을 주장하는 데 반해 중국은 자국의 국토면적이 넓기 때문에 중간선을 넘어 더 EEZ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를 ‘형평의 원칙’에 입각한 주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 주장에 따르면 중국의 EEZ는 우리의 2배에 가깝게 된다. 문제는 양국 협상이 늦어질수록 공동수역은 사실상 중국 어선들의 단독 어장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EEZ까지 침범해 불법 조업하는 어선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우리가 중국과의 어업협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불법어로 일삼는 중국어선 어떻게 단속해야 가장 바람직할까

‌대한민국 EEZ 안에서 불법어로를 일삼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것은 우리 정부 고유의 권한이다. 각국은 자국의 EEZ에서 불법 어로를 하는 어선에 대해 포격까지 하면서 단속하고 있다. 다만 불법어로를 하는 선원들이 도주하거나 대항하지 않는다면 살상용 무기의 사용은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우리가 아무리 단속을 해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줄지 않는 것은 불법 어로를 하는 어선 수에 비해 실제 단속에 걸리는 어선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따라서 불법 어로에 따른 배상금을 대폭 올리고 불법어로를 하면 반드시 적발된다는 의식이 형성될 때까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또 고기잡이 하러 10번 이상 나와도 벌 수 없을 만큼 배상금을 올린다면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는 점차 줄 것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 단속을 위한 매뉴얼을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스스로 단속할 수 있도록 줄기차게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 세월호 참사로 해체한 해양경찰청, 다시 원상회복해야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려면 세월호 대응 미흡을 이유로 해체한 해양경찰청을 다시 부활해야 한다. 또 당시 경찰청에 넘긴 수사권과 정보권도 해경으로 다시 이관해야 한다. 해경이 제대로 바로 설 때 우리 어장을 지킬 수 있고 우리 어민의 이익도 수호할 수 있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