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중 양국인의 눈

역지사지가 관건이다

[한국인의 눈] 2017년 양국 정부에 바란다
우수근(禹守根) 중국 상하이 둥화(東華)대학교 국제문화교류대학 교수|입력 2017-01-16 08:01
2016년 7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중관계가 급속도로 갈등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한중 관계의 악화를 아예 작정하고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일까? 중국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주변의 중국 정부 간부들을 만나보면 “우리가 한국에 경제제재를 취해 무슨 이득이 있겠나? 한중 관계만 악화될 텐데…”라며 “한국이 이런 사정을 잘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면 한중 양국은 서로 원하지 않으면서도 이런 국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까? 이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 한중 양국 정부가 취해야 할 자세와 조치는 뭘까?


먼저 한국 정부에 대한 첫 번째 제언은 보다 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라는 것이다. 외교는 양측의 적절한 국익 조절이 필요하다. 따라서 상대방의 입장도 면밀히 파악해 우리의 요구가 상대를 너무 힘들게 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초 북한의 핵실험이 있자 우리 정부는 중국에 “북한이 핵을 폐기하도록 더욱 강한 압박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요구다. 그러나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곧바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발표했다.

다음으로 한국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자기비하’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중의 엄청난 국력 차이나 과거 어두웠던 침탈의 역사를 고려할 때 중국에 대한 피해의식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중견국가로 성장한 21세기엔 약소국 외교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G1 미국과 G2 중국을 우리 곁에 두고 경쟁시킬 수도 있다. 21세기 한국에게는 20세기 약소국 시절의 ‘샌드위치 외교, 새우등 외교’가 아닌 21세기 중견국에 부합하는 ‘돌고래 외교’가 필요하다. 강대국의 눈치만 보며 전전긍긍하는 수동적 외교가 아닌, 사안에 따라서는, 고래보다 덩치는 작지만 그 영민함으로 고래와 공생하는 돌고래와 같은 스마트 외교가 필요하다. 중국의 불법어로 문제와 관련해 왜 한국이 외교관계 악화를 우려하는가? 이런 마인드가 바로 약소국 외교 마인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외교자세다. 여기서 지피지기란 ‘21세기 의 중국’과 ‘21세기의 한국’을 제대로 알고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을 너무 모른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중국은 북한과 순망치한(脣亡齒寒)인 혈맹 관계의 중국이 아니다.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뻣뻣하고 이질적인 ‘죽의 장막’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G2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국내·외 문제와 국경 문제로 고민이 많은 중국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21세기 중국이 국제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다각적으로 필요로 하는 나라다. 중국의 아픈 자리는 위로해주고 가려운 자리는 긁어주고 잘못할 때는 따끔하게 충고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중국 정부에도 할 말이 있다. 먼저 중국 정부는 한국인이 중국에 갖는 ‘뿌리 깊은 경계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는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으로서 볼 때 중국 대륙은 틈만 나면 한반도를 유린해 온 침략자요, 지금도 과거와 같은 일을 자행할 수 있는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각인돼 있다. 동북공정 또는 영해 문제, 중국 측의 불법 조업 등은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계속 거리감을 느끼며 경계심을 갖게 하는 사안들이다. 중국은 한국을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국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미국, 일본, 인도 등의 연합 견제가 강화될 것이다. 이 때 한국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보다 더 아량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중국 정부가 확실하게 ‘중국은 더 이상 북한의 혈맹이 아니다’는 점을 한국인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예측 불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북한은 중국에게 더욱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은 ‘중국은 아직도 북한의 혈맹’이라는 오해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이 ‘몹시 짜증나는 존재이자 국제 사회에서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망신시키는 존재’라는 사실을 한국인들에게 확실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국인들이 ‘중국은 미국 못지않은 우호국’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럴 때 한국 역시 ‘대미 편중 외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중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나 국민 간 심정적 거리는 그렇지 못하다. 앞으로 양국이 이런 점을 잘 고려해 외교를 한다면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예상되는 2017년이 되레 한중 관계를 돈독히 하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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